11월5일 국민의힘 최종 대선후보로 선출된 윤석열 후보는 지난 3월 검찰총장 직에서 물러난 뒤 약 8개월 만인 이날 대선후보로 확정되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사퇴 전부터 여러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한 후보였던 만큼 당 밖에 있을 때는 여야 모두로부터 공격을 받았고, 7월 말 입당한 뒤에는 홍준표·유승민 후보 등 당내 다른 후보들로부터 본격적인 견제를 받았다. 특히 홍 후보는 노련한 메시지 활용과 정무감각으로 막판 윤 후보를 턱밑까지 따라잡았다. 하지만 당내 중진들을 중심으로 탄탄한 세력을 구축한 윤 후보는 각종 구설수와 논란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리를 지켜내면서 국민의힘 본선 후보 티켓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지난 11월 5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치러진 국민의힘 제2차 전당대회 결과 윤 후보는 47.85%(당원·여론조사 합산)의 득표율로 1위 자리에 올랐다. 41.5%로 2위를 기록한 홍준표 후보와는 6%포인트가 넘는 차이다. 유승민 후보는 7.47%로 3위, 원희룡 후보는 3.17%로 4위를 기록했다.
윤 후보는 지난 3월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직후부터 정치권으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았다. 특히 여권 쪽에서 주로 의혹을 제기했는데, 부인 김건희씨와 장모 최모씨를 향한 논란이 중심이 됐다. 부인 김씨를 둘러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 일부 의혹은 현재 검찰 수사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자신을 향한 여권의 공격이 빗발치자 윤 후보는 서둘러 7월 말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가 당분간 제3지대에서 몸집을 불리다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는데, 이를 뒤집는 행보였다. 당시 윤 후보 측에서는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당내 후보가 되는 만큼, 당이 여권의 공격으로부터 윤 후보를 지켜줄 것이라는 계산을 했었다고 한다.
윤 후보는 그러나 입당 뒤에는 당내 다른 주자들의 끊임없는 견제를 받았다. 입당 직후에는 이준석 대표 측과 갈등을 겪었고, 유승민 후보는 토론과 각종 의혹제기로 끊임없이 윤 후보를 몰아붙였다. 특히 윤 후보와 같은 검사 출신인 데다 오랜 정치권 경험을 지닌 홍준표 후보는 일반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윤 후보를 넘어서기도 했다.
본선 후보로 확정되기 직전까지 꾸준히 윤 후보를 괴롭힌 것은 수많은 구설이었다. 정치권에서의 경험이 거의 없었던 윤 후보는 국민의힘 입당 뒤 ‘쩍벌 논란’ ‘도리도리 논란’ 등 후보 본인의 태도와 관련한 지적을 여러 번 받았다. 특히 경선 막판 ‘전두환 옹호 발언’에 이은 ‘개 사과’ 논란은 윤 후보의 호남 지지율을 한 자릿수로까지 떨어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윤 후보는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2위 자리를 밀려나지 않았고, 탄탄한 ‘당심’을 바탕으로 일반 민심에서도 선방하면서 국민의힘 최종 대선후보 자리를 따냈다.
이처럼 우여곡절을 겪고 국민의힘 후보로 확정된 윤 후보의 차기 행보 중 당장 관심을 모으는 사안은 국민의당 대선후보로 나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야권후보 단일화 논의 협상이다. 윤 후보는 안 대표와의 단일화 논의에 적극적인 편으로 알려져 있다. 윤 후보의 최측근 중 한 명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월 말 주간조선 인터뷰에서 “11월 윤 전 총장이 최종 대선후보로 결정된 다음 날 곧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집을 찾아갈지도 모른다”고 한 바 있다. 안 대표와 힘을 합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설명이다.
이외에 야권에서 가장 뛰어난 정무 감각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역할도 관심거리다. 김 전 위원장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인 지난 1월 “별의 순간이 왔다”며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높게 평가한 바 있다. 두 달 뒤 윤 후보는 검찰총장직을 사퇴했고, 김 전 위원장은 “별의 순간을 잡았다”며 윤 후보의 행보를 다시 한 번 치켜세웠다. 하지만 이후 김 전 위원장과 윤 후보 측은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샅바 싸움에 몰두했고, 지난 8월 중순에서야 두 사람이 오찬 회동을 했다는 사실이 외부에 공개된 바 있다.
그간 김 전 위원장은 경선 단계에서는 특정 후보 측에 가담하지 않겠다고 밝혀 왔다. 이준석 대표 직전의 국민의힘 대표 격인 비대위원장을 지낸 만큼 그가 지닌 정치적 중량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윤 후보가 최종후보로 확정된 만큼, 김 전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이나 이에 상응하는 강력한 권한을 쥔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당내외에서 나온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