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7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7월 7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국민의힘 대선 주자로 이제 윤석열 후보가 나선다. 누가 후보가 되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는 종속변수가 하나 있으니 후보 단일화다. 그리고 야권 단일화의 움직임 중심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있다.

11월 1일 국회 잔디광장 분수대 앞에서 대선 출마 선언식을 연 안 대표에게는 단일화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다. 그가 완주할 거냐는 물음과 같다. 이 자리에서 그는 "제가 정권교체를 할 거라고 분명하게 말씀드렸다"고 단언했다. 오히려 "자신에게 후보를 양보하면 이길 수 있다"며 국민의힘을 상대로 역(逆)단일화 제안도 던졌다. 일단은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일단은 윤석열 후보와 간격을 유지하며 독자노선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출마 선언 이후에도 안 대표의 메시지에는 일관된 흐름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거대 양당의 대선 후보를 싸잡아 비판해 왔다.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도가 그 어느 때보다 큰 대선에서 자신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다는 계산이 깔린 수사다.

단일화 가로막는 ‘감정의 골’

다만 단일화 압력은 대선 후반부로 갈수록 거세질 수밖에 없다. 이번 대선은 벌써부터 치열한 진영 대결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가 선거 막판 접전 양상을 보일수록 정권교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압력이 안 대표에게 가해질 수 있다.

이미 안 대표 출마 선언이 나왔을 때부터 국민의힘 쪽에서는 연대 또는 단일화라는 키워드를 적극적으로 강조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삼세번이라 신선한 맛은 없지만 이번에도 안 대표가 상당히 주목받을 수 있다고 본다"며 이런 분석을 했다.

"양당 후보로 수렴돼 제3지대의 공간이 좁아질 거라는 의견도 있지만 반대로 양쪽 후보들이 극단적으로 대결할수록 이에 지친 중도가 갈 수 있는 제3지대가 넓어질 수도 있다. 두 가지 가능성이 모두 있다. 만약 안 대표가 중도층의 입맛에 맞는 이야기들을 하며 5%대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면 상당한 힘을 가질 수 있다. 윤석열 후보가 안 대표에게 연대나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제안해야 하는 상황을 배제할 순 없다."

단일화 문제를 가로 막을 변수는 '감정의 골'이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의 주요 인사와 악연이 있다. 경선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를 측면 지원해 온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표적이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본선부터 일정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는 안 대표를 부정적으로 본다. 과거 비대위원장 시절에도 안 대표를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등 여러 차례 설전을 주고받았다. 김 전 비대위원장이 합류할 경우 오히려 ‘안철수 무력화’에 나설 것이란 이야기도 있다. 이미 서울시장 선거 때 '국민의힘 후보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안 대표를 평가절하했던 전례가 있다.

다만 안 대표의 필요성이 커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김 비대위원장과 감정의 골이 깊더라도 대선 승리를 위해 필요하다면 단일화는 진행될 수 있다. 특히 경선 과정에서 국민의힘의 전통적 지지층에 올인한 윤 후보 입장에서는 제3지대를 흡인(吸引)할 카드가 절실하다. 그 카드로 안 대표를 끌어올 수 있다. 실제로 윤 캠프 내에서는 '서울 종로 국회의원 단일 후보'로 안 대표를 내세우는 안이 나오기도 했다. 정권교체를 위한 원팀으로 윤석열 대선후보-안철수 종로구 후보를 러닝메이트로 내세우는 그림이다.

안 대표의 가치가 쪼그라들 거란 주장도 있다. 안 대표와 같은 지역구 기반(서울 노원병)을 지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 대표가 변수가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대표 지지율로 나타나는) 그 숫자는 지금 우리 당이 경선 중이기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홍준표 의원이 포함된 가상 4자 대결에 안 대표가 포함됐다면 홍 의원을 찍기 싫어서 안 대표를 찍는 경향성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단일 후보가 결정된 뒤에는 안 대표의 지지세가 확장되기는 정말로 어려울 것이다"는 게 이 대표의 분석이다.

윤석열 후보가 단일화에 호의적이라고 해도 결국에는 안 대표가 그만한 가치를 지녀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0월 19~21일 조사해 공개한 대선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4자 대결을 할 경우 안 대표는 9%의 지지율을 얻었다. 지지율을 계속 껴안고 갈 수 있는 안 대표의 정치력이 윤 후보와의 단일화를 성사시키는 열쇠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김회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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