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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3호] 202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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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단독 선방위 ‘김어준 회의’에서 벌어진 일

박혁진  기자 spaingogo@chosun.com / 조윤정  기자 wastrada0721@chosun.com  2021-11-12 오후 12:01:42

▲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왼쪽)이 지난 6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방송하는 TBS 감사 청구를 요구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20대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면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한 야당의 견제도 심해지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내년도 TBS 예산안을 대폭 삭감하는 안을 내놓은 것이 기폭제가 됐다. 예산안이 서울시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서울시가 돈줄을 조여 TBS를 길들이겠다고 나선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여권 여론의 진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선거국면에서 마치 서로가 지키고 빼앗아야 하는 고지처럼 되어 버렸다. 이런 양상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 지난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때다. 당시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편파방송을 했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으나 이로 인한 실질적인 제재를 받은 바 없다. 선거기간 방송프로그램의 중립성 여부 등을 판단하는 곳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 이미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재보궐선거 당시 편파 방송 등의 이유로 선방위의 제재를 받았으나 사실상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그러다 보니 지난 9월에 꾸려진 20대 대통령선거 선방위에서도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단골손님이 됐다. 사실 이런 우려는 지난 재보궐선거 선방위 때도 흘러나온 바 있다.
   
   지난 5월 7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1년 재보궐선거 9차 선방위 회의.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선거방송 심의규정을 어긴 것에 대한 징계를 논하는 자리였다. 주간조선이 입수한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선방위 심의위원장이 제재수위를 말해달라는 요청에 9명의 심의위원이 한 명씩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문제없음.”
   
   “문제없음.”
   
   “문제없음.”
   
   “법정제재 주의 정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권고 정도는 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견제시.” “가장 낮은 단계 ‘주의’.”
   
   이런 상황에서 정영식 선방위 부위원장이자 심의위원이 다소 강한 징계 조치인 “경고 이상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른 위원이 “그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에 정 부위원장은 “아니다”라고 말하며 “제가 정리해 온 자료가 있다”며 위원장에게 발언권을 요청해 발언을 계속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한 위원은 “정 부위원장이 휴대폰에 발언을 적어와 제법 길게 이야기했다”며 “고심 끝에 발언한 것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록에 기록된 그의 발언을 그대로 옮긴다.
   
   “이것은 상당히 제가 고민을 많이 했는데, 개인적으로 방송이나 신문의 선거 관련 보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방송인 김어준씨의 선거보도는 어느 순간 선거법과 심의규정에서 정한 기준을 상당 수준 위반하였다고 봤습니다. 공정성·객관성·형평성을 기하지 못했습니다. 그러한 판단의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선거일이 임박한 때 오래된 일에 대한 세세한 제보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반복해서 보도하거나 익명의 사람을 여러 명 등장시켜 의혹을 부풀리고 이를 사실인 것처럼 단정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유권자의 선택에 혼란을 준 점입니다.
   
   둘째로 보도에 치중하는 노력이나 비중만큼 제대로 된 반론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셋째, 방송이 선거와 관련한 보도를 할 때는 정당 또는 후보자의 정강·정책·공약에 의한 경쟁이 되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고 봅니다. 하지만 본 건의 경우 선거기간 내내 특정 후보자의 의혹에 치중하였고 지속적, 반복적, 집중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러한 보도 행태는 선거법 위반이 될 수가 있습니다. 방송이 선거기간 전부터 선거가 끝날 때까지 같은 주제로 계속적, 반복적,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행태는 특정인의 당선 또는 낙선을 위한 선거운동의 목적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의 선거방송을 제지하지 않고 그대로 둘 경우에 앞으로 실시되는 수많은 선거의 공정한 관리에도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위법행위에 상응하는 제재조치가 내려져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이게 제가 정말 고민하고 고민해서 준비해온 내용입니다.”
   
   정 부위원장의 말에 울림이 있었던 것은 그가 다른 참가자와는 성격이 다른 위원이었기 때문이다. 선관위 위원은 총 9명으로 구성되는데 통상 위원장은 언론 전공 교수가 맡는다. 나머지 8명 중 3명은 언론계 인사, 1명은 시민단체 추천, 1명은 대한변협 추천이고 여야 각각 1명씩 추천해 나머지 위원을 구성한다. 마지막 남은 1명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추천하는데, 선관위 추천 위원은 다른 위원들에 비해 선거법 전문가라는 점에서 가장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한다. 그런데 이날 ‘김어준’을 겨냥해 날 선 발언을 했던 정 부위원장이 바로 선관위 추천 위원이었다.
   
   

   선방위도 정파적 주장이 팽팽
   
   이날 9차 회의는 심의위원뿐만 아니라 송원섭 TBS-FM 라디오제작본부장, 양승창 TBS-FM ‘김어준의 뉴스공장’ PD 등 TBS 관계자들이 출연하면서 한때 격한 토론이 이어지기도 했다. 문제가 된 내용은 지난 4월 재보궐선거 기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다뤘던 이른바 ‘오세훈 생태탕’ 및 ‘박형준 후보의 성추문 폭로교사 의혹’ 등이었다. 특히 익명의 제보자라는 사람이 방송에 등장해 증언을 한 것이 적절한지 여부 등이 문제가 됐다. 여당 추천 위원이나 친여 성향 위원들은 줄곧 TBS 방송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고, 반대쪽은 문제점을 계속 지적했다. 이렇게 양쪽이 나뉜 상황에서 정 부위원장은 정파적 주장이 아닌 선거 기간 시사프로그램이 지켜야 할 원칙이 무엇인지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는 앞서 소개한 발언을 하기 전에 TBS 관계자들을 향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제가 질문 드리는 사항은 방향이 다른 건데요. 질문은 길지만 답변은 아주 간단한 겁니다. 초보적인 건데 저는 여기 계신 방송 전문가들하고 성격이 다른 위원이어서 제 입장에서 질문을 드려볼까 합니다. 방송의 편집, 취재, 집필, 보도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없다고 보십니까?”(정영식 부위원장)
   
   “할 수 없습니다.”(송원섭 TBS-FM 라디오제작본부장)
   
   “할 수 없다고 보시죠? 그렇다면 동일한 주제로 선거기간 내내 지속적·반복적·집중적으로 보도하는 것, 이것이 우호적이거나 또는 부정적인 방송이 되었을 경우에 그것이 선거운동에 혹시 해당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안 해보셨습니까?”(정영식 부위원장)
   
   ‘고민하고 고민했다’는 그의 발언은 결국 심의 결과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날 선방위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행정지도에 불과한 ‘권고’ 결정을 내렸다. 정치권 등에서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계속되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마이웨이’를 할 수 있는 것은 이를 제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사실상 무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민영방송의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나 선방위에서 중징계를 받을 경우 방송사 재허가 심사 때 감점사유가 되지만 사실상의 공영방송이자 한때 서울시민에게 오랜 기간 공익 정보를 제공해 온 TBS에 재허가 불가 통보를 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중징계 역시 감점이 계속 쌓여야 하는데 선방위 사례만 놓고 봐도 유의미한 징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선방위의 징계는 크게 행정지도와 중징계로 이뤄지는데 행정지도는 가장 낮은 수준인 의견제시와 권고로 나뉜다. 방송사 재허가 심사 때 감점사유가 되는 법정 제재는 ‘주의-경고-관계자 징계-경고 및 관계자 징계·과징금’으로 분류된다. 이 중 경고부터 중징계에 해당한다. 하지만 재보궐선거 선방위에서 논의된 ‘김어준의 뉴스공장’ 관련 21건의 안건 중 ‘문제없음’이 11건이었고 나머지는 사실상 법적 효력이 없는 행정지도(권고 8건, 의견제시 1건, 각하 1건) 수준에 그쳤다. 선방위의 관리 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행정지도를 준다 해도 이것이 미치는 법적효력은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무의미한 선방위 제재
   
   그렇다 보니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현 상황에서도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둘러싼 정치적 편향성 논란은 계속되고 있으며 ‘김어준의 뉴스공장’도 선방위 제재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인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선방위 안건의 내용이나 최근 방송 발언을 보면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또다시 이번 대선의 관찰자가 아닌 ‘플레이어’임을 자처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어준씨는 지난 9월 23일 방송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일부 언론이 민간 부문의 비위 가능성을 공공의 책임과 엮고 있다”며 “그래야 헷갈리고 헷갈려야 엮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엮어야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선거에 영향을 주는 언론이 어디인지는 고민해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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