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맞상대로 더불어민주당에서 누가 나설지를 두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선주자급인 오 시장을 상대하려면 여당 역시 중량감 있는 후보들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여성 후보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이름이 가장 많이 거론되지만, 내년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3월 종로 재보궐선거 출마설이 나오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역시 서울시장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서울은 통상 민주당 계열 정당이 우위를 차지해 온 지역으로 평가됐다. 역대 대선에서의 득표율이 이를 뒷받침한다. 1987년 개헌 이후 치러진 7차례(13〜19대) 대선에서 서울은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출마한 17대를 제외하고 모두 민주당 계열 후보의 득표율이 높았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다르다. 야당의 윤석열 후보가 여당의 이재명 후보에 비해 상당한 우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서울 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 11월 7~8일 엠브레인퍼블릭이 뉴스1 의뢰로 진행한 다자대결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의 서울 지지율은 37.2%로, 27.0%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크게 앞섰다. 같은 조사에서 윤 후보와 이 후보의 전국 지지율은 31.8% 대 30.6%로 박빙이었다. 비슷한 시기 시행된 다른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했다.(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국민의힘은 오세훈 시장의 4선 도전을 기정사실화한 분위기다. 오 시장은 지난 10월 초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도 “내년 선거에서 4선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 시장은 오는 12월 초까지 계속되는 서울시 행정사무감사 기간 동안 김헌동 SH사장 임명 건, 시민단체 예산 삭감 등을 둘러싸고 서울시의회와 정면으로 맞부딪치면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총 110석 중 99석이 민주당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에 맞설 민주당 후보군으로 첫손에 꼽히는 인물은 지난 4월 서울시장 선거에도 나섰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다. 박 전 장관은 지난 9월 초 미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초청으로 미국으로 출국해 현재 CSIS 수석전문위원 자격으로 미국에 체류하고 있다. 최근에는 워싱턴DC에서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발표를 해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낙선 뒤 지역위 사무국장 모두 만난 박영선

지난 4월 서울시장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나섰던 박 전 장관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패배한 뒤 서울시 34개 지역위원회 사무국장들을 대부분 만나 식사를 함께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이 자리에는 박 전 장관의 남편인 이원조 DLA파이퍼 대표변호사도 동행했다는 전언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지역위원장이 아닌 사무국장을 그것도 부군과 함께 만났다는 건 확실히 다음 선거에서도 서울시장을 노린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까지 서울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과 주말에 둘레길을 걸어 이목을 끌기도 했다. 박 전 장관은 현재 카카오톡 프로필에도 ‘서울시 대전환, 21분 도시 서울!’이라는 자신의 캐치프레이즈를 유지하고 있다. 그가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자리에 다시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박 전 장관의 한 측근은 “중소벤처기업부 때 성과가 좋았고 장관님 본인께서도 스타트업 쪽에 관심이 많았던 만큼 요즘 실리콘밸리에서 한국 기업인들을 여럿 만나고 계신 것으로 안다”며 “내년 1월쯤 귀국할 예정이신 걸로 안다”고 말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내년 6월 서울시장 후보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4월 선거까지 합치면 박 전 장관이 이미 서울시장 도전에 3번 실패했기 때문이다. 박 전 장관은 2014년과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당내 경선에서 패했고, 2021년 보궐선거에서는 본선에서 패했다. 현재 이재명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명예선대본부장을 맡은 추 전 장관의 등판론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재명 후보가 지난 경선 승리 직후 추 전 장관을 만나 2시간 동안 오찬을 이어갔었다”며 “상당히 오랜 시간 자리를 함께한 만큼 그때 유의미한 대화가 오갔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당대표를 지낸 중량급 정치인인 추 전 장관과 이 후보가 오랜 시간 함께했던 만큼 서울시장 후보와 관련한 논의가 오갔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추 전 장관이 ‘추-윤 갈등’ 국면을 겪으면서 이전에 비해 지지층의 폭이 협소해진 만큼 오세훈 시장을 맞상대할 후보로 나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개혁’ 국면에서 전면에 나섰던 추 전 장관이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는 만큼 중도 확장성 측면에서는 이전에 비해 한계가 뚜렷해졌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이재명 경선 승리 후 독대한 추미애

현재 종로 재보궐선거 출마론이 나오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서울시장 차출론이 끊이질 않는다. 임 전 실장은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우상호 의원이 지난 4월 서울시장 선거 후보로 나서면서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는데, 우 의원이 출마 의사를 공식화하기 전까지는 임 전 실장의 서울시장 등판론도 나왔었다. 임 전 실장은 우 의원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당내 경선 맞상대인 박영선 전 장관 측과는 다소 알력을 겪기도 했었다. 다만 임 전 실장은 현재도 종로구에 거주하고 있는 만큼, 서울시장보다는 종로 지역구 차출론이 먼저 거론된다.

내년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공천권은 당내 대선후보가 행사한다는 것이 당내 인사들의 설명이다. 박 전 장관과 추 전 장관은 이재명 후보와 모두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의 경우 출국 직전인 지난 8월 말 이재명 후보와 ‘선문명답(박영선이 묻고 이재명이 대답한다)’이라는 이름의 유튜브 대담을 했다. 당시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중반전 정도까지 흘렀을 때였다. 추 전 장관도 현재 이재명 후보 선대위에서 명예선대본부장직을 맡고 있다.

특히 내년 3월에는 대선만이 아니라 ‘정치 1번지’로 꼽히는 종로 재보궐선거도 함께 치러진다는 점이 서울시장 후보로 누가 나설지를 더욱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종로는 윤보선·노무현·이명박 3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구인 만큼, 이 지역구 차출론이 나오는 인물들 상당수가 서울시장 후보군과 겹친다. 쉽게 말하면 종로에 나설 수 있는 정치인은 서울시장 자리에도 나설 수 있는 정치인이라는 설명이다.

내년 지방선거는 대선 직후인 3개월 뒤 치러지는 만큼, 서울시장 자리 역시 대선에서 이기는 정당 후보가 그대로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서울시의회 한 관계자는 “최근 대선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만큼 서울시의원들도 같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분들이 많다”며 “대선 향방에 따라 본인들의 처지도 달라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서울시 선거 역시 대선의 영향이 절대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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