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11월 8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캠프 해단식에서 손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11월 8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캠프 해단식에서 손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국민의힘 당내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홍준표 의원이 지난 11월 14일 개설한 ‘청년의꿈’은 2030 세대를 겨냥한 온라인 정치플랫폼이다. 플랫폼 운영관계자에 따르면 16일 현재 누적 조회수가 900만명을 넘을 정도로 인기다.

플랫폼의 ‘청문홍답(靑問洪答)’ 코너에 가면 홍 의원의 즉문즉답을 볼 수 있는데 이런 식이다.

‘라면에혀많이데이기장인 : 어떤 질문을 하면 답장해 주시나요?

준표형 : 내 마음대로입니다.’

16일에는 홍준표가 질문하고 청년들이 답하는 홍문청답(洪問靑答)도 생겼다. 홍 의원의 최초 질문은 “요즈음 순정만화가 있습니까?”였다.

‘청년의꿈’이라고 플랫폼 이름도 홍 의원 스스로 지었다고 한다. 측근들과 의논한 바가 없다고 한다. 이 플랫폼은 지향하는 세대가 청년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고, 그들의 ‘꿈’을 돕겠다는 의미를 내보이고 있다.

측근들에 따르면, 홍 의원은 원래 ‘꿈’이라는 단어를 좋아했다고 한다. 본인이 출판한 책들의 제목에도 ‘꿈’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경우가 많은데, 예를 들자면 ‘꿈꾸는 대한민국’, ‘당랑의 꿈’, ‘꿈꾸는 옵티미스트’ 등이다.

차기 대선을 노린다?

경선 기간 홍 의원은 ‘꿈’에 대해 측근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젊은 사람은 꿈을 가져야 한다. 나는 어릴 때는 가난해서 그냥 나중에 잘먹고 잘살고 싶은 꿈밖에 없었다. 가난하고 못사는 사람 보면 그래서 도와주고 싶다.”

이런 언급에 대해 홍 의원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관계자는 “홍 의원이 청년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는 것은 진심”이라며 “경선 바로 전날 청년이 많은 홍대로 갔다. 홍 의원이 거기로 가자고 했다. 경선 마지막 날이었는데, 청년들이 몰려오자 홍 의원이 그곳에서 울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되었으면 청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많았는데 경선에서 떨어졌으니 청년들 놀이터라도 만들어 주자는 취지”라는 설명이다.

일부에서는 홍 의원이 정치 플랫폼을 만든 것이 차기 대선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지금으로서는 홍 의원의 차기 대권 도전 의사를 분명히 알 수 없지만 다만 측근들에게 “이젠 70 넘어서 힘들어서 못 한다”고 이야기한 적은 있다고 한다. 홍 의원은 올해 67세로 2027년에는 73세가 된다. 하지만 SNS에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는 글을 남기는 등 아직 여운은 남기고 있다.

일부는 정치 플랫폼이 홍 의원 지지세력을 위한 정치사관학교가 될 수 있다고도 여긴다. 홍 의원 역시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청년이 있으면 내가 시장을 같이 돌며 응원하고 싶다”며 청년 정치인들의 후견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표시한 바 있다. 다만 아직은 막연히 돕고 싶다는 것이지, 어떤 구체적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홍 의원이 왜 유독 청년들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 2017년 대선 때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 도움이 될 수 있다. “20대 청년들에 대한 저의 지지가 낮은 것은 아마도 꼰대 이미지 때문일 겁니다. 자유한국당에 대한 선입견도 있고요. 그렇습니다. 저는 젊은이들이 저를 꼰대라 싫어하는 줄 알고 있습니다. (중략) 그래서 자신 있게 이 땅의 청년들에게 한마디 하고자 합니다. 야들아 내가 너희들의 롤모델이다. 그런데 왜 나를 싫어하냐?”

자신에 대한 청년들의 호감도가 낮은 것을 이 정도로 안타까워하던 그가 이번 대선에서 청년들의 지지세가 커지자 캠프 관계자에게 “왜 청년들이 나를 좋아하냐”며 놀라움을 표시했다고도 한다. 홍준표 캠프에서 일한 한 측근은 “홍 의원이 외롭게 도코다이(단독)로 살아서 그런지, 누가 자기 편을 들어주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청년들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자기 편이 되어준 것을 너무 고마워한다”고 했다. 최근 홍 의원은 ‘청년의꿈’ 플랫폼에 동아리방도 넣으라고 했다고 하는데 이는 놀다가 취미가 맞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임을 만들라는 취지라고 한다.

이번 경선 탈락의 이유로 사람을 넓게 품지 못한 홍 의원의 과거를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홍 의원의 직설적인 말투에 감정이 상한 경우가 많아 이번 경선에서 등을 돌렸다는 지적이다. 본인으로서는 평생 당을 지켰는데, 당에 들어온지 몇 달 되지도 않은 정치 신인에게 졌으니 상처가 클 수 밖에 없다. 본인도 늘 강조하지만 사실 ‘홍준표계는 없다.’ 여기에 정치인 홍준표의 명암이 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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