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 ⓒphoto 뉴시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 ⓒphoto 뉴시스

1988년 4월 26일 치러진 제13대 총선에서 관악을은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당시 민주정의당 김종인 후보는 이미 비례대표을 두 번 지낸 반면, 평화민주당 이해찬 후보는 36세의 정치 신인이었다. 결과는 5000여표 차이로 이해찬 후보의 승리렸다. 당시 정치신인 이해찬의 당선을 두고는 서울대 관악캠퍼스가 있어 지역구 유권자 중 대학생과 청년층의 비중이 크고, 이 후보가 신림동에서 광장서적을 운영하는 등 지역에 뿌리내린 것이 승리 요인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로부터33년이 지난 가운데, 이해찬(69)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과 김종인(81)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리턴매치가 주목된다. 두 사람은 33년전의 승패 뿐 아니라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맡고 있던 김 전 위원장이 이 상임고문을 공천 배제하는 등 악연을 이어나갔다. 당시 공천 배제에 반발한 이 상임고문은 무소속으로 세종에 출마해 당선됐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김 전 위원장을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직을 맡아달라고 부탁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이재명 캠프의 중심을 잡아줄 인물이 절실하기에 이 상임고문의 등판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형국이다. 양측 모두 선거에서 승리해본 킹메이커를 필요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 양측 대선 후보 모두 여의도 경험이 없는 ‘0선’ 출신으로 정치 원로의 자문이 필요한 처지다.

이해찬 상임고문의 등판 명분은 역설적으로 김 전 위원장이다. 윤 후보와 밀당을 하며 김 전 위원장이 원톱 총괄선대위원장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자 민주당 입장에서는 김 전 위원장과 진검승부를 펼칠 인물이 이해찬 상임고문으로 좁혀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내부에서는 ‘김종인 대 이해찬’의 구도로 선거가 치러지면 확장성 측면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양측 캠프는 원로들의 마지막 승부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윤석열 후보측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의 원톱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고 예우하는 수준에서 대선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김 전 위원장과 가까운 이들이 경선 승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 측 관계자 역시 “장악력 측면에서 이 상임고문만한 인물이 없다”며 “이 후보와 친문의 화학적 결합을 위해서도 이 상임고문이 필요하다”고 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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