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서울 세운상가 옥상텃밭에서 농사를 짓는 고 박원순 서울시장(왼쪽) ⓒPhoto 뉴시스
2018년 서울 세운상가 옥상텃밭에서 농사를 짓는 고 박원순 서울시장(왼쪽) ⓒPhoto 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세운지구를 보면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11월 18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시정질문에 대한 답변 중 나온 말이다. 오세훈 시장은 “10년 전 퇴임할 때 10년 정도 원래 계획대로 실행했다면 서울 도심의 모습은 상전벽해의 모습으로 바뀌었을 것”이라며 “8월 초 세운상가 위에 올라가 종로2가부터 동대문까지 내려다보면서 분노의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의 이같은 언급으로 서울시의 도심개발 방향이 180도 전환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서울 사대문 도심 한복판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세운상가군(群)은 시장이 바뀌면서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계속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과거 시장 임기 때 종로변 현대상가(철거)에서 시작해 세운상가(본관), 청계상가, 대림상가, 삼풍상가, 인현상가, 진양상가로 이어지는 노후상가군을 모조리 헐어내고, 종묘에서 남산으로 이어지는 도심 남북녹지축을 복원하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총 길이만 약 1km에 달하는 거대 노후건축군이 서울 도심을 동서로 단절할 뿐만 아니라, 우범지대로 전락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같은 계획은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하면서 180도 바뀌었다. 오래된 건축물 보존에 집착을 보인 박 전 시장은 전임자였던 오세훈 시장의 녹지띠 계획을 전면 수정해 세운상가 보존으로 방향을 틀었다. 세운상가(본관)에서 청계상가를 거쳐 대림상가까지 이어지는 공중보행로도 재설치했다. 도심에 가급적 육교를 설치하지 않는다는 기존 방침을 바꿔, 일종의 육교를 설치한 것이다. 또한 박 전 시장은 전임자 임기 중인 2009년 종로변 현대상가를 헐어낸 자리를 잔디광장으로 바꿔 준공식까지 가졌던 ‘세운초록띠공원’의 이름도 ‘다시ㆍ세운광장’으로 바꿔 달았다. 세운상가 옥상에는 도심텃밭까지 설치했다.

오세훈 시장이 “분노의 눈물을 흘렸다”고 언급한 까닭은 이런 연유로 풀이된다. 하지만 당장 세운상가를 원래 계획대로 철거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박원순 전 시장 재임중 세운상가 일대 리모델링 비용만 이미 수천억원이 들어간 상태라서다. 오세훈 시장은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를 1000억원 들여 만들고 있고 이미 공사가 70% 이상 진행된 상황이라 사업을 중단시키지 못했다”며 “완성되면 도심 발전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대못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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