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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4호] 2021.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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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文 사위는 도대체 어디에?… 타이이스타 2년 취재기

곽승한  기자 seunghan@chosun.com 2021-11-22 오후 12:05:35

▲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이던 2017년 5월 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부인 김정숙 여사, 딸 다혜씨 그리고 손자와 함께 두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photo 연합
지난 11월 8일 문화일보가 〈대통령 딸도 ‘아빠찬스’ 논란 … 작년 말부터 자녀와 ‘靑 거주’〉란 제목의 단독 보도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딸 다혜씨가 지난해 말 한국에 돌아온 후 청와대 관저에서 1년 가까이 거주하면서 자신의 주택은 매각해 ‘관사테크’ 또는 ‘아빠찬스’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다는 보도였다. 논란이 일었다. 개인적으로 다혜씨가 청와대에 살든 반포자이에 살든 별 관심은 없다. 세금으로 운용되는 청와대 관저에 성인 자녀가 사는 게 특혜라고 지적할 수도 있지만, 사정에 따라 아버지 사는 곳에 잠시 신세를 지는 것이 엄청난 비위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기사에서 눈길을 끈 대목은 뒷부분에 있었다.
   
   “다혜씨 남편인 서모씨도 올해 귀국한 뒤 부모의 자택이 있는 양산 등에 거주하다 최근 청와대에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사 내용대로라면 서씨는 청와대와 양산을 ‘왔다 갔다’ 하며 살았다는 것이다. 사실 다혜씨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위 서씨가 여전히 다혜씨와 혼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그가 청와대에 머물렀었다면 이것은 ‘아빠찬스’ 논란과는 다른 성격의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타이이스타의 돈은 어디로 사라졌나
   
   대통령의 가족은 사실상 공인 취급을 받는다. 대통령 사위의 근황을 궁금해하는 이유는 사생활이 알고 싶어서가 아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에게는 측근이나 가족 비리가 없다”고 자부하지만, 그 자신감을 깨트릴 만한 의혹들이 서씨의 행적에서 자꾸만 나타나서다. 특히 서씨가 연관된 타이이스타 관련 의혹은 여전히 국민적 관심사다. 의혹의 끝에는 서씨가 이상직 무소속 의원이 실소유주라고 의심받는 태국의 저비용항공사 타이이스타에 취업하는 과정에 특혜가 있었는지, 특혜로 의심되는 정황 속에서 타이이스타에서 사용된 거액의 돈은 어디로 사라졌는지가 도사리고 있다. 이것은 과연 ‘대통령 가족의 사생활’인가. 기자는 이러한 ‘타이이스타 미스터리’를 2년 가까이 취재해 왔다. 20건 넘는 기사를 쓰면서 나름 유의미한 사실들을 밝혀내기도 했지만 곁가지에 불과한 것들이었다. 결국 의혹의 본질은 이런 것들이다. ‘대통령 딸과 사위는 왜 태국에 갔을까, 태국 현지서 사위 서씨가 취직했던 회사 타이이스타의 정체는 무엇일까, 왜 그 회사는 영업은 안 하고 판매관리비만 수십억원을 썼을까, 그 돈의 최종 종착지는 어디일까.’ 이러한 궁금증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간 취재한 사실들을 종합하면 이렇다. 서씨는 2018년 여름쯤 가족과 함께 태국으로 떠났다. 그는 태국으로 건너가자마자 39살의 나이에 ‘타이이스타’라는 저비용항공사에서 전무급(Executive Director)으로 일했다. 2017년 자본금 71억원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4년 사이 판매관리비로만 65억원을 지출한다. 수입은 불과 2200만원이었다. 벌어오는 돈은 거의 없는 회사가 자본의 대부분을 팔아치워 판관비로 썼다는 의미다.
   
   이 ‘이상한 회사’에서 서씨의 직급은 전무였고, 이 회사는 태국 정부로부터 ‘태국투자청 승인 기업’ 지위를 얻었다. 태국투자청은 해외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해 세제감면과 노동자들의 비자발급 등에 대한 편의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태국투자청 승인 기업’이란 이러한 태국투자청의 혜택을 받는 기업을 뜻한다. 태국투자청 승인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이들만을 위한 ‘다이렉트’ 방식으로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고, 이 비자(BOI 비즈니스 비자)의 유효기간은 2년이다. 당초 1년짜리 일반 노동 비자였던 서씨의 비자는 타이이스타에 근무하던 2018년 12월 4일 BOI 비즈니스 비자로 전환됐다.
   
   특히 태국투자청 승인 기업은 태국 현지에서 타국으로의 외환 송금 등에 편의를 보장받을 수 있고, 법인세를 3~10년까지 면제받을 수 있다. 외국인의 지분 보유가 100% 허용되고, 법인명으로 토지소유권도 인정된다.
   
   
▲ 무소속 이상직 의원이 지난 11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1회 국회 제11차 본회의에 참석해 얼굴을 만지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10월 28일 법원의 보석허가로 전주교도소에서 나왔다. photo 공동취재사진

   71억 채권의 정체는
   
   올해 4월경 이스타항공의 회생 절차 과정에서 태국의 티켓총판회사 ‘이스타젯’에 71억원의 채권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스타항공의 티켓을 태국에서 파는 회사로부터 받아야 할 돈 71억원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스타항공 회계장부상 태국 화폐로 기록된 ‘외상매출금’은 2016년까지는 없다가 2017년 갑자기 등장한다. 이스타항공의 태국 관련 외상매출금은 2017년 ‘THB 256,002,115.23(약 83억8900만여원)’이었다. 1년 사이 태국 화폐로 외상만 83억원 넘게 해줬다는 것이다. 이 사실이 이상해 취재해보니 그 돈으로 타이이스타를 세운 것이라는 증언들이 나왔다. 이스타항공이 이스타젯에 돈을 빌려주고, 이스타젯은 그 돈으로 타이이스타를 세웠다는 것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가 이런 절차로 회사를 세워도 되는지 한 로펌에 법적 자문을 구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 로펌에선 외환관리법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이스타젯과 타이이스타의 대표는 한국인 박모씨로 동일 인물이다.
   
   이 같은 사실관계 때문에 타이이스타는 이스타항공의 창업주 이상직 무소속 의원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스타항공과 타이이스타는 이름부터 비슷해 처음부터 자회사가 아니냐는 의문을 불러일으켰지만, 이 의원은 줄곧 본인과 관련 없는 회사라고 부인했다. “(경영상에) 자문 정도만 해줬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1월 선거 운동 중이던 이 의원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통화를 할 수 있었는데, 그때 그는 “항공사끼리 얼라이언스(alliance·연합)는 다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저비용항공사끼리 얼라이언스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지적한다.
   
   
▲ 문재인 대통령의 사돈댁이 운영하는 경남 양산의 목욕탕. 지역에선 문 대통령의 사위 서모씨가 올해 귀국 후 이곳에서 한동안 지냈다는 소문이 돌았다. photo 곽승한

   서씨 고향 양산의 증언들
   
   대통령 사위 서씨와 이 의원은 어떤 관계일까. 서씨를 만나보고 싶어 지난 7월 그의 모친이 운영하는 경남 양산의 목욕탕을 찾은 적이 있다. 서씨의 모친이자 대통령의 사돈인 박모씨는 “왜 아들의 사생활을 궁금해 하느냐”며 기자의 명함을 찢었다. “단순히 그분의 사생활이 궁금해서가 아닙니다. 서씨가 아내 문다혜씨와 태국으로 이주한 이유와, 그 과정에 더불어민주당 정치인의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혹들에 대해 서씨가 직접 설명해주신다면 불필요한 오해도 더 생기지 않을 겁니다. 그 방법이 대통령의 부담도 덜어드릴 수 있지 않을까요?”
   
   이렇게 편지를 써 다시 명함과 함께 목욕탕 카운터에 남겼지만 답을 받을 순 없었다.
   
   당시 만나본 인근 주민들의 얘기는 “서씨가 목욕탕에 살고 있다”는 전언과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내려온다”는 목격담으로 나뉘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서씨의 아들도 양산에 온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지난 추석 연휴에는 그가 나타나지 않을까 목욕탕 앞에서 하루 종일 기다려보기도 했지만 만날 수는 없었다. 지난 11월 16일 다시 양산에 갔지만 목욕탕 직원으로부터 “서씨는 여기에 살고 있지 않다. 사장님(서씨 모친)도 아들 이야기는 일절 입에 올리지 않는다”는 말만 들을 수 있었다.
   
   이스타항공 전·현직 고위관계자들에게 이상직 의원과 타이이스타, 그리고 대통령 사위와의 관계를 계속해서 묻고 있지만 답은 받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톡의 ‘1’만 사라지고 있다. 이스타항공의 현직 고위관계자가 통화에서 거의 짜증을 내며 “그 문제는 나중에 밝혀질 것”이라고 말한 건 여전히 귓가에 맴돈다. 이 의원이 지난 4월 21일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나는 불사조다. 어떻게 살아나는지 보여주겠다”고 말해 논란이 됐던 적이 있다. 이 의원이 ‘불사조’라고 호언장담한 자신감의 근거가 무엇인지 사람들은 궁금해했다. 더 큰 뒷배가 이 의원 뒤에 있는 것 아니겠냐는 의혹이었다.
   
   이 의원은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이후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위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전북 전주을 지역 단수 공천 등 탄탄대로를 걸었다. 그는 스스로를 ‘문재인 정부의 경제통’이라고 자평하지만, 친문계의 ‘성골’은 아니었다. 19대 국회에서 초선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을 때 그는 ‘박지원계’로 불리기도 했다. 20대 총선에선 경선에서 탈락해 이스타항공 회장직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랬던 그가 정권교체와 함께 어떻게 문 대통령의 총애를 받을 수 있었는지는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다.
   
   
   태국 교민사회 풍문 무성
   
   이 의원의 자서전을 모두 읽어본 기자는 그의 불사조 발언이 무의식 중에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가 전주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친구들과 무리지은 서클 이름도 ‘피닉스 보이’였다. 그의 ‘불사조 기질’은 이때부터 시작된 것일까. 그럴 리는 없지만 이 의원이 지금이라도 타이이스타와 이스타항공, 대통령 사위 서씨와의 관계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해줬으면 좋겠다.
   
   이 의원은 500억원대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 실패와 코로나19 사태가 겹치자 이스타항공의 직원들은 무급휴직 처지에 내몰렸다. 승무원으로 일하던 젊은 직원들은 고깃집 서빙 알바를 하고 있고 가정이 있는 직원들은 빚을 내 자녀 교육비를 대고 있다.
   
   이 의원도 어릴 적 가난한 집안에서 자란 탓에 등록금 면제가 되는 대학교에 진학했다고 한다. 재수할 형편도 안 돼 산속에 있는 허름한 집에 들어가 공부했다는 이 의원이라면 직원들의 처지에 누구보다 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직 의원은 2011년 발간한 자서전 ‘촌놈, 하늘을 날다’에서 이렇게 썼다. “(현대증권 재직 시절) 몇십 명에서 몇백 명의 생사가 달린 회사의 경영을 너무 가볍게 여긴 경영주를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런 기억 때문이었는지 내가 기업을 맡게 된다면 나는 절대로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했었다.”
   
   구속 수감 중에도 매월 1000만원 이상의 의원 수당을 받아온 이 의원은 지난 10월 28일 법원의 보석허가로 전주교도소에서 나왔다. 국회 윤리위원회가 이상직 의원을 포함해 4명에 대한 징계요구안을 상정한 지난 11월 11일, 그는 21대 국회 단체사진을 촬영했다.
   
   대통령 딸 가족이 태국에 왜 갔는지, 태국에선 뭘 하고 다녔는지, 이 과정에 이 의원은 무슨 도움을 줬는지 현지 교민들을 수소문해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별의별 풍문이 나왔다. 코로나 시국만 아니었다면 태국에 건너가 직접 확인해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대통령의 딸과 그 가족이 아버지의 임기 중 태국으로 이주한 사실은 2019년 초 처음 밝혀져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청와대는 “사생활”이라는 답변으로 일관했지만 설명이 어딘가 궁색했다. 정치권의 논란과 국민적 의혹이 증폭될 것을 감안했다면 사업이나 자녀 교육, 그것도 아니면 ‘휴식’이라는 최소한의 이유라도 공개할 법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대통령 자녀 가족이 태국으로 이주한 사유에 대해 끝까지 함구했다.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019년 4월 국회에 나와 “밝혀지고 나면 의혹을 제기하는 분들이 쑥스러울 것”이라고 답변한 것이 사실상 전부다. 쑥스러움을 잘 타지 않는 성격이라 괜찮다.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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