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5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전두환 전 대통령 빈소에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의 근조 화환이 놓여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11월 25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전두환 전 대통령 빈소에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의 근조 화환이 놓여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24일 전두환 전 대통령 빈소에 박근혜 전 대통령 조화가 도착하자, “45년 악연을 매듭지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조화 전달은 박 전 대통령이 대리인 유영하 변호사에게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악연은 그 뿌리가 깊다. 박 전 대통령이 가장 싫어한다는 ‘배신’과 관련이 있다. 2007년 유력 대선주자였던 박 전 대통령이 출간한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는 선친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이후의 상황과 관련해 이런 대목이 있다. ‘아버지와 가까웠던 사람들조차 싸늘하게 변해가는 현실은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사람이 사람을 배신하는 일만큼 슬프고 흉한 일도 없을 것이다. 상대의 믿음과 신의를 한번 배신하고 나면 그 다음 배신은 더 쉬워지면서 결국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못한 상태로 평생을 살아가게 된다.’

그런데 ‘아버지와 가까웠던 사람’ 중 한 명으로 배신을 한 인물이 전 전 대통령이었다. 전 전 대통령은 1961년 5·16 직후 육사 생도들의 지지선언을 주도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눈에 들었면서 중앙정보부 인사과장, 청와대 경호실 작전차장보 등으로 영전했지만 10.26 이후 정권을 잡으면서 ‘박정희 지우기’에 나섰다. 이 시기 6년 동안 아버지 추모식에도 참석하지 못하는 등 자의반 타의반으로 은둔 생활을 해야 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서는 “아버지와 가까웠던 사람들조차 싸늘하게 변해가는 현실은 적지 않은 충격”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악연 때문인지 2013년 제18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그해 6월 공정한 법 집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전직 대통령 추징금 문제는 과거 10년 이상 쌓여온 일인데 역대 정부가 해결하지 못하고 이제야 새 정부가 의지를 갖고 해결하려하고 있다”며 “고의적·상습적으로 세금을 포탈하는 등 사회를 어지럽혀 왔는데 이런 행위는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권 초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검찰은 즉각 반응했다. 그해 7월 16일 전 전 대통령 자택을 압수수색하기도 했고, 일명 전두환 추징법(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역시 그해 6월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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