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9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글을 쓴 뒤 30일 오전 일정도 취소한 것을 두고 윤석열 대선 후보 측과의 갈등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 또는 당대표직 사퇴 등 자신의 거취에 대해 중대 결심을 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윤 후보 측은 정치 행보를 본격화한 이후 계속해서 ‘이준석 패싱’ 논란을 빚어왔다.
#1 갈등의 시작
이 대표와 윤 후보 측의 불협화음은 지난 7월 30일 윤 후보의 입당식부터 시작이었다. 당시 이 대표는 호남에서 지도부와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는데, 윤 후보는 이 대표에게 전화 한 통 없이 전격적으로 입당을 결정했다. 당시 이 대표는 윤 후보의 입당 소식을 윤 후보가 아닌 다른 인사에게 전화로 전달받았다고 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대표는 “(윤 후보가) 보안 관계로 전격 입당을 선택한 것 같다”며 ‘당대표 패싱설’을 부인했다.
#2 ‘탄핵’ 논란
이 대표와 윤 후보가 직접적인 갈등을 빚은 적은 없다. 대체로 윤 후보측 인사들이 이 대표에 각을 세우고 여기에 맞서는 상황이 반복되어 왔다. 대표적으로 지난 8월 11일 윤 후보 경선 캠프의 총괄부실장을 맡고 있던 신지호 전 의원이 “당대표의 결정이라 할지라도, 아무리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것은 탄핵도 되고 그런 거 아닌가”라며 ‘탄핵’을 언급한 것이다. 이 대표는 8월 12일 페이스북에 “탄핵 얘기까지 드디어 꺼내는 것을 보니 계속된 보이콧 종용과 패싱 논란, 공격의 목적이 뭐였는지 명확해진다”며 “대선을 앞두고 당대표를 지속적으로 흔드는 캠프는 본 적이 없다”고 맞섰다. 신 전 의원은 같은 날 이 대표에게 사과를 전했다.
#3 김종인과 이수정
윤 후보 측과 이 대표는 선대위 인선을 놓고도 입장 차이를 보였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원톱’ 체제를 원한 이 대표와 달리, 윤 후보 측은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와 함께 ‘3톱’ 인선을 발표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이에 불만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김종인 전 위원장이 중도층을 공략하고 당내 기득권을 혁신할 적임자라고 판단했지만 결국 선대위 합류는 불발됐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측 핵심 관계자’라는 익명의 인사가 특정 언론을 통해 김종인 전 위원장을 비토하는 메시지를 연달아 내자 이 대표는 “익명인터뷰 하고 다니는 그 분 이제 대놓고 공작직을 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를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을 두고도 ‘이준석 패싱’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 대표는 이 교수 영입 추진이 알려지자 “이 교수의 방향성이 우리 당이 견지했던 방향성과 일치하는가에 대해 의문이 강하게 든다”며 이 교수 영입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6일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기자회견 사실도 몰랐을 뿐 아니라 29일 윤 후보의 충청 방문 일정에 자신이 참석하기로 한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 이에 이 대표는 "(제가 일정을) 못 들었기 때문에 이준석 패싱이고, 두 번째는 이준석이 후보 일정에 협조 안 한다, 이렇게 이간질하려는 사람들 있을 거 아닌가"라며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