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무를 거부하고 전국 순회일정을 돌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을 방문해 희생자 영령에 참배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당무를 거부하고 전국 순회일정을 돌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을 방문해 희생자 영령에 참배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2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인선과 캠페인 전략에 대한 파격적 변화가 없으면 6일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대위 대변인단 꾸릴 때 사무처 인사를 추천했다. 윤 후보도 좋다고 했다. 그런데 며칠 뒤 갑자기 안 된다고 하더라”며 선대위 인사 문제가 윤 후보와의 갈등의 주요 배경임을 밝혔다.

이 대표의 이날 인터뷰는 무작정 윤 후보의 답변을 기다리지 않을테니 6일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시키려면 주말까지 윤 후보가 직접 대안을 제시하라는 의미로 읽힌다. 일종의 최후통첩인 셈이다. 윤 후보가 직접 찾아와 부탁하는 모양새를 이 대표가 원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만일 윤 후보가 이 대표를 만나 선대위 참여를 부탁하게 되면 향후 선대위 운영에서 어느 정도 이 대표의 발언권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윤 후보 측 입장에서는 서로 생각이 다른 것이 이미 확인됐는데, 이 후보와 지속적으로 마찰을 빚으며 대선을 끌고 가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고민도 생길 수 밖에 없다. 차라리 갈등이 표면화되었으니, 이참에 ‘당무우선권’을 명분으로 이 대표를 정리하고 새로 시작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2030 청년층의 지지층 이탈 문제는 대폭적인 청년 인재 영입으로 만회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도 가능하다.

윤 후보와 이 대표의 갈등은 선대위 인사뿐 아니라, 선거 전략 자체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많다. 윤 후보가 지향하는 ‘조직선거’는 필패의 길이기 때문에 자신이 생각하는 ‘바람선거’로 가야한다는 것이 이 대표이 생각이라는 것이다. 대선후보가 ‘당무우선권’을 가지기 때문에 후보가 대표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사실 할 일이 없다. 이 대표로서는 허수아비 노릇은 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이런 생각 저변에는 TK(대구경북) 기득권이 당을 장악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는 말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조직이 중요하고 수도권은 바람이 당락을 결정하는데 기존 보수 기득권만 강화함으로써 당이 뒤로 간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조직 중심으로 선거를 치른다면 뉴미디어를 통해 바람을 일으키는 자신의 능력이 쓸모없게 된다는 판단도 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갈등의 배경으로 윤 후보와 이 대표의 ‘성공 방정식’이 다르다는 말도 나온다. 윤 후보는 지난 경선 때 민심(여론조사)에서 밀렸어도 당심(당원투표)이 앞서면서 승리했다. 압도적으로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 영입에 성공했고, 이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경선 승리가 가능했다. 반면 이 대표는 아무런 조직 없이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세대교체 바람을 통해 대표로 당선됐다. 자신의 성공 경험으로 향후 전략을 생각하니 둘의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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