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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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선을 3개월여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측의 ‘청년 행보’가 활발하다. 양 후보는 연일 ‘청년’을 강조하며 대학가, 문화거리 등을 직접 찾아 2030세대와의 접촉부터 늘리고 있다. 선대위 차원에서 영입한 청년인사는 벌써 수십여 명에 이른다. 이들 직함만 해도 공동선대위원장, 상임선대위원장, 선대위원, 청년선대위원장 등 다양하다. 청년 친화적인 면모를 그 어느 때보다 강조하는 셈이다.

양당 내부에선 이런 청년 행보에 나름 고무된 반응을 보이지만, 외부의 시선은 이와 다르다. 특히 제2야당인 정의당의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가 제3자 입장에서 평가한 거대 양당의 행보는 ‘구태’에 가깝다. 강 대표는 고교 시절 청소년 인권·참정권 운동을 시작으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 정의당 대변인,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 등을 두루 역임하며 제도권에서 말하는 청년정치를 몸소 경험해왔다. 그가 속한 청년정의당은 지난해 당 쇄신을 목표한 혁신위원회에서 당내당 성격으로 창당한 조직이다. 지난 12월 7일 서울 여의도 정의당 당사에 만난 강 대표는 “양당이 강조하는 ‘청년’은 잠깐 쓰고 버리는 ‘티슈’와도 같다”고 일갈했다.

“조동연 비극, 청년 대하는 당 태도가 원인”

강 대표는 청년을 대하는 정치권 태도에 회의적인 시선부터 내비친다. “평소엔 언급조차 없다가 선거 때만 되면 호명하는 게 청년층이다. 보통 그 목적은 ‘표’에 있다. 청년에게 의사결정 참여 기회를 부여한다거나 의견을 적극 수용해 청년의 관점에서 정책을 입안하는 등 진짜 청년 행보는 찾기 힘들었다.”

강 대표는 최근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는데, 그 일례로 국민의힘에서 발발한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당대표 간 갈등을 든다. “윤 후보가 청년 행보에 뜻이 있었다면 30대 이준석 당대표 패싱 논란을 자초하진 않았을 거다. 국민의힘은 30대 당대표 선출이란 큰 이변을 일으켰지만 이것이 당내에선 결국 구세대와 신세대 간 갈등으로 번졌다. 지금에 와서 그 갈등은 봉합된 듯하나 윤 후보를 비롯한 국민의힘 인사들이 청년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가늠할 수 있던 대목이다.”

지난 11월 28일 윤 후보 측은 독립기구인 ‘청년위원회’를 신설하고 본인을 위원장으로 선임했는데, 강 대표는 이 과정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청년위원회 신설, 위원장 선임 과정에서 당내 청년 최고위원 등 청년정치인들과의 상의나 소통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 당내에서 청년들이 정치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해놓고는 그 시작부터 정반대로 흐른 셈이다. 기성세대가 청년 세대를 힘으로 찍어누르던 기존 의사결정 구조와 다름없다고 본다.”

강 대표는 이런 구조 속에서 이뤄진 양측의 청년 인재영입에 진정성을 느끼긴 어렵다고 말한다. 최근 이재명 후보 측은 MZ세대 전문가 4인인 김윤기·김윤이·송민령·최예림씨(전국민선대위 선대위원)와 18세 고교생 남진희양(광주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 등을, 윤석열 후보 측은 ‘비니좌’ 노재승씨(공동선대위원장), 스트류커바 디나 라파보 대표(공동선대위원장) 등에 대한 영입만으로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당 내부 구성을 다양화하고 새 활력을 도모하는 데에 당 밖 인사 영입은 필요하다. 다만 지금의 인재영입이 실제 정치적 동료로서 비전을 함께 고민하고 제시하기 위함인지, 이미지 쇄신과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기 위함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일례로 민주당이 청년·여성·항공 분야 전문가라며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한 조동연 서경대 교수는 본인 스스로도 ‘정치할 생각이 그동안 없었다’라고 밝혔다. 이런 인재에게 선거를 총감독할 권리를 부여하긴 어려웠을 거다. 오히려 그의 이력으로 당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데 목적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조동연 교수는 당 합류와 동시에 사생활 논란으로 정치권 안팎에서 자격 시비가 일기도 했는데, 강 대표는 이에 대한 민주당 대응은 따로 떼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당시 민주당은 사실관계 확인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일관되지 못한 대응으로 조 교수를 도마 위에만 올렸다. 비난과 정치적 공세는 조 교수 개인에게 미뤘고 당은 뒤로 빠졌다. 조 교수 논란이 인권침해라 비판하며 본질적 의문을 제기한 건 오히려 당 외부에서 이뤄졌다. 청년 인재를 티슈처럼 쓰다 버리는 정치권의 태도가 응집된 사례다.”

그는 또 “여기에 국민의힘은 개인에 대한 음해로 돈장사 하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등에 업고 정치적 공세에 가담했다. 조 교수는 끝내 성폭력 피해 사실까지 밝혀야 했는데, 한마디로 후진적인 국내 정치의 일면이었다”고 덧붙였다.

정치적 이해 구도가 이러니 당을 두드리는 청년 인재들도 적합한 정치관을 가지기 어렵다는 것이 이 대표의 지적이다. “데이터전문가로 민주당에 영입된 김윤이씨는 당 합류 전 윤 후보 측 합류를 타진하기도 했다. 정치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나 목표 실현을 위한 수단이 돼야 하는데, 기성 정치가 청년을 이런 식으로 활용하니 김씨를 비롯한 청년들이 이런 고민 없이 자리만 보게 된다.”

지난 6월 국회 본청 앞 ‘여야 9개 정당 청년정치인 공동선언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photo 뉴시스
지난 6월 국회 본청 앞 ‘여야 9개 정당 청년정치인 공동선언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photo 뉴시스

“정치권이 말하는 청년, ‘이대남’만 대변”

강 대표는 최근 두 후보 측이 내놓은 청년정책에 대한 아쉬움도 거론했다. 현재까지 거론된 대표 청년 공약으로는 이 후보 측의 ‘청년 대상 연 200만원 기본소득’ ‘장기 저금리 1000만원 기본대출’ ‘공공기관 면접수당 지원’, 윤 후보 측의 ‘저소득 청년 50만원씩 최장 8개월 지원’ ‘무주택 청년 원가주택 공급’ ‘입시비리 원스트라이크 아웃’ 등이 있다.

“취지는 좋지만 청년들이 놓인 상황이 과거 세대와 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통상적으로 이야기하는 삶의 경로, 즉 대학 나와 평생직장에 입사한 후 결혼을 하는 과정을 밟는 것조차 청년들은 어렵다. 노동의 디폴트는 정규직이 아니라 불안정 노동이 됐고, 프리랜서·계약직 등 고용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지금의 노동법을 적용받을 수 있는 청년은 점점 줄고 있다. 소위 ‘영끌’조차 어려운 이들도 많다. 이들에게 면접수당이나 기본소득 지원, 대출한도 확대는 미봉책이다. 변화된 여건 속에서 청년을 대상으로 한 사회보호망을 어떻게 설치할지 등부터 고민해야 한다. 이에 정의당도 ‘비정규직 평등수당 도입’ ‘생애주기 노동시간 선택제’ 등을 담은 신노동법을 제시하긴 했지만, 여전히 고민이 많다.”

강 대표는 현 정치권이 거론하는 ‘청년’이 ‘이대남(20대 남자)’만을 대변하는 점도 문제로 든다. 최근 두 후보의 “위드(With) 석열이형” “청년들은 여사친과 경쟁해서 힘들다” 등의 발언,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가입 인증, 여성가족부의 성평등가족부 개편 공약 등은 ‘청년 행보’라기보다 ‘이대남 행보’에 가깝다는 것이 강 대표의 견해다.

“발언이나 정책 등을 보면 여성 청년은 배제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지금의 청년 세대가 1980년대처럼 노동·학생운동 등으로 한데 뭉치기 어려운 측면이 커서다. 여기에 그나마 집단으로 즉각적인 피드백을 내는 계층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집결하는 20대 남성들이다. 정치권에선 가시적으로 관찰되는 청년 집단에 먼저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들은 안티 페미니즘적인 의제에 즉각 반응한다.”

강 대표는 “뿔뿔이 흩어져 있는 청년 계층을 세분화해 들여다봄과 동시에 이들이 응집해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정치권의 의무라고 본다”며 “흔히 말하는 이대남에도 특성화고 졸업생이나 지방대 재학생, 고졸 출신의 청년 남성 등 배제된 계층이 많다”고 덧붙였다.

“인재영입 전, 당 의제·가치부터 제시해야”

강 대표는 ‘아래로부터의 정치’ 실현을 위해 당 체질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당은 이른바 ‘수혈’이란 표현이 있을 정도로 인재나 의제를 내려꽂는 식의 정치를 행해왔다. 그러다 보니 청년 인재는 제도권 정치에 진입해도 구세대와의 논의, 갈등 속에서 다시 밖으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당내에서 청년이 세력을 이뤄 힘을 견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아래로부터의 정치를 고착화해야 한다는 것인데, 제도적으로는 당 지도부 선출 방식을 다변화하거나 청년 정치인의 권한을 늘리는 등의 시도가 방법이 될 수 있다.”

현재 정의당도 이와 관련해 나름 대안을 강구하고 있다. 지난 12월 2일 당은 선대위 인재영입위원회를 ‘불평등과 기후위기, 차별과 싸우는 사람들의 위원회’란 이름으로 발족했다. “불평등, 기후위기, 차별은 이번 대선에서 자당이 강조하는 의제다. 청년을 비롯한 외부 인사 영입은 이 의제와 관련한 활동 경력, 의지가 있는 이들로 영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유명하거나 특정 스펙이 있는 인사부터 무작정 들여오다 향후 아무런 역할도 못 한 채 당 밖으로 밀려나는 일을 줄이기 위해서다. 청년 인재의 역할을 확대하는 조치라고도 본다.”

정의당의 청년 정책의 경우 앞서 언급한 문제의식을 두루 반영 중이다. “단순히 지원금 지급이나 일자리 창출이 아닌,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4인 가족에 맞춰져 있는 복지체계를 1인 청년 가구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비정규직·프리랜서·플랫폼 근로자도 노동법을 적용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보려 한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자영업자에게 손실보상을 해주듯 청년 세대에겐 기회보상제도를 부여해보자는 논의를 진행 중이다. 구체화하는 대로 제시할 계획이다.”

강 대표는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심상정의당(심상정 전 대표에게만 의지하는 정의당을 빗댄 말)’에 대한 우려, 구체적으로는 심 전 대표가 2017년에 이어 2022 대선에까지 당 대선후보로 나선 데 대해서는 “2017년 대선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임할 계획”이라며 “보다 새로운 의제에 익숙지 않은 행보로 ‘의외성’을 보일 것”이라고 답했다. 거대 양당 대선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이례적으로 높은 만큼 정의당이 ‘대안’으로 자리매김할 여지가 더욱 커질 것이란 게 강 대표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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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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