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가 지난 8월 18일 경기도 고양시 행주산성에서 열린 20대 대통령 출마 선언 및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가 지난 8월 18일 경기도 고양시 행주산성에서 열린 20대 대통령 출마 선언 및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안녕하십니까? 허경영 대통령 후보입니다.”

요즘 주말에 국가혁명당 허경영 대통령 후보의 투표 독려 전화를 받았다며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인증샷’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공직선거법은 누구든지 투표 참여를 권유하는 행위를 할 수 있다. 예비후보자가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밝히지 않고, 단순히 자동응답(ARS) 전화를 이용해 투표 참여를 권유하는 것은 법에 위배되지 않는다.

비록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해도 재미삼아 인증을 올리던 초창기 분위기와 달라지는 기류도 나타나고 있다. 휴식이 필요한 주말에 전화가 집중되면서 ‘허경영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 ‘허경영 현상’이 그냥 웃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 실제 대선판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허 후보가 적극적으로 대중에게 어필하는 것은 대선 TV토론과 관련이 있다. 원래 허 후보 관련 뉴스는 정치가 아닌 연예로 분류되곤 했다. 기사를 내보내는 언론사도, 허 후보 본인도, 오락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얼굴을 알린 효과는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 발휘됐다. 투표함을 연 결과 3위가 허경영 후보였기 때문이다. 이 즈음부터는 허 후보가 유튜브의 단골 출연자가 되었다. 그 결과 이번 대선에서는 여론조사 지지율 5%에 근접하는 조사도 나오고 있다.

공직선거법은 대선 TV 토론 초청 기준을 ‘의원을 5인 이상 가진 정당 후보자’ ‘직전 대선 득표율 또는 총선 정당 득표율 3% 이상 정당 후보자’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 5% 이상 후보자’ 중 한 가지를 충족한 후보로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힘 안철수 후보와 함께 허경영 후보가 참여하는 ‘5인 TV 토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정치 혐오가 높은 유권자들이 이런 사실을 알고 일부러 허경영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허 후보 역시 “5%를 넘기면 허경영을 토론회에서 볼 수 있다”며 홍보하고 있다.

다만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 선관위가 모든 여론 조사에서의 평균 지지율 5%로 TV토론 참석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지상파와 보도 전문 채널, 전국 일간지 조사만으로 대상을 한정하기 때문이다. 대체로 이러한 언론기관들은 처음부터 허 후보를 여론조사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선관위도 여론조사에 어떤 후보를 넣느냐는 언론사 자율이라는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허 후보가 TV토론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지만, 지지 여론이 엄연히 있는데 이를 무시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반론과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불만은 허 후보 관련 기사의 댓글을 통해 표출되고 있다.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지나고 나니 허경영이 옳다” “결국 허경영 공약을 따라 한다”는 것 등이다. 전국민에게 억대의 돈을 퍼주겠다는 그의 이야기를 비웃었지만 요즘은 액수는 달라도 여야할 것 없이 현금 지원하겠다고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비아냥이기도 하다. 허경영이 ‘포퓰리즘의 선구자’로 퍼주기 경쟁에 불을 당겼다는 것이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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