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오른쪽). ⓒphoto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오른쪽). ⓒphoto 뉴시스

지난 12월 10일부터 시행된 ‘n번방 방지법’ 재개정 논란이 젠더 갈등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n번방 방지법은 성 착취물 제작·유포 방지를 위해 지난해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다. 이 개정안은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불법 촬영물 삭제와 접속 차단 등의 조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일 평균 이용자 10만명 이상 또는 연평균 매출액 10억원 이상 사업자인 카카오·네이버와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불법 촬영물 필터링을 적용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11일 '함께 나누는 대구·경북의 미래비전'이라는 행사에서 "권한에는 책임이 따르고 권리에는 의무가 따른다"며 "내가 즐겁자고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면 안되는 본질적 한계 그리고 합의했으면 따라야 하는 법률적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다음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귀여운 고양이, 사랑하는 가족의 동영상도 검열의 대상이 된다면 그런 나라가 어떻게 자유의 나라겠느냐”며 “통신 비밀 침해의 소지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라며 재개정 필요성을 제시했다. 윤 후보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고양이 동영상’도 검열에 걸려 공유할 수 없었다는 제보가 등장하기도 했다”며 “(법이) 제2의 n번방 범죄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반면 절대다수의 선량한 시민에게 ‘검열의 공포’를 안겨준다”고 지적했다.

눈여겨볼 점은 두 후보 간 논쟁이 젠더 갈등을 촉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윤 후보가 페이스북에 이런 논평을 내놓은 것은 주말 사이 일부 남성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전 검열 논란이 제기됐다는 내용을 보고 받은 뒤로 알려졌다.정치권에선 윤 후보 측이 젠더 이슈에 민감한 2030세대 남성들을 의식했다는 시선이 많다. 더군다나 최근 윤 후보와의 갈등을 봉합한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2030세대 남성 표심을 대표해왔다. 지난해 n번방 사건이 터졌을 당시 이 사건이 ‘젠더 문제’라는 주장과 ‘성별과 관계 없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왔던 만큼 정치권의 이번 논쟁도 결국 젠더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크다.

이와 관련해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후보님, n번방 방지법을 반대하시려거든 먼저 디지털성범죄물 유포를 막기 위한 대안이 무엇인지, 그 대책부터 이야기하십시오”라며 “남초 커뮤니티 일각으로부터 정책을 청탁받는 무책임한 행태는 이제 그만두십시오”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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