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회고록 출간 간담회를 열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2017년 8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회고록 출간 간담회를 열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대선판이 유력 후보 가족 문제로 혼돈 양상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아들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아내 논란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우선 이 후보는 16일 하루 세 차례 아들 도박 문제에 대해 “아비로서 아들과 함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사과했다. 이날 부인의 가짜 이력 논란에 대해 윤 후보 역시 “저나 제 처는 국민께서 기대하는 눈높이에 미흡한 점에 대해 국민께 늘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대선 국면에서 가족리스크는 후보자들로서는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늪과 같기 때문에 향후 캠프의 대응 방식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대선에서 가족리스크가 대선 결과에 영향을 끼친 대표적 사례로는 15대 대선에서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역 문제가 꼽힌다. 당시의 구도는 현재 국민의힘 상황과 묘하게 닮았다. 이회창 후보는 감사원장, 국무총리를 지내다가 김영삼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인기를 끌었고, 이러한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당에 영입됐다. 신한국당 내 민주당계의 반발이 있었으나 이회창 대세론에 묻혔다.

문제는 후보 확정 후 두 아들 병역문제가 터지면서 시작됐다. 장남이 179cm에 45kg, 차남이 165cm에 41kg으로 둘 다 체중미달로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회창의 대쪽 이미지에 큰 타격이 되었다. 법관 출신 이회창 후보는 논리적으로 해명하려 노력했다. 장남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따기 위해 논문 준비 등을 하다 매우 야위었고, 차남은 신경성 위염이 있었다며 근거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0% 이상이 고의 혹은 불법 병역기피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하는 등 해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병역문제는 한국 사회의 ‘역린’인데 처음부터 사과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끝없는 해명에 집착했던 것이 패인으로 분석된다. 병풍 의혹은 50% 가까운 지지율을 올리며 대세론을 형성하던 이회창 후보에게 치명상을 안겨 결국 지지율이 20%대로 내려 앉았다. 병풍 문제를 가볍게 여긴 것에 대해 이회창씨는 회고록에서 이렇게 후회한다.

“이 병풍 사건을 돌이켜 보면서 느끼는 것은 내가 정치적으로 얼마나 미숙하고 어리석었던가 하는 것이다. 나나 당은 이 문제에 대해 전혀 대비가 없었다. (중략) 그런데도 나는 병역면제 과정에 아무런 위법이 없었으므로 그들이 이를 문제화해봤자 잠시 시끄럽겠지만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가볍게 생각했다.”

이회창 후보는 당내 영입된 케이스로 기반이 약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이재명, 윤석열 후보는 당내 주류가 아니라 대중적 지지를 바탕으로 대선 후보가 되었다는 점에서 과거 이회창 후보와 비슷하다. 이회창을 영입한 근거였던 ‘인기’가 흔들리니 자연스럽게 이회창으로는 힘들다는 주장이 나왔고, 2위로 밀려났던 이인제 후보의 경선 불복으로 이어졌다. 결과는 대선 패배였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이정현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