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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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수정(57)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그동안 여성·아동 등 범죄 피해자 인권 보호에 앞장서오면서 스토킹처벌법 등 관련 입법에도 관심을 기울여왔다. 이런 경력 때문에 그는 범죄학자이지만 젠더 이슈에도 상징성과 전문성이 있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지난 12월 2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나는 여성학자가 아닌 범죄학자다. 범죄 피해자의 회복과 안전 보호를 주장한다”라며 “젠더로 접근하기보다는 사안별로 실효성 있는 양성평등 정책을 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국민의힘 선대위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나는 범죄학자이기 때문에 주로 피해자 정책을 발표했고, 범죄 피해자에 대한 회복과 약자에 대한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다만 강력범죄 피해자의 80% 이상이 여성이기 때문에 넓게 여성 정책, 양성평등 정책 등이 다 내가 맡은 업무라고 볼 수 있다.”

- 그럼 국민의힘에서는 어떤 양성평등 정책들이 나올까. “유연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준비 중이다. 일례로 여성할당제 같은 경우는 독립적인 영역별로 다 다르게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 (지역구 여성 공천 할당제 등에서) 30%라는 수치를 일괄적으로 적용하는데, 30%라는 수치에는 학술적이나 논리적 근거가 없다. 초등학교 교사 중에 남자가 별로 없는 것은 문제지만, 또 도서지방 학교에는 여교사를 배치하지 않아야 할 수도 있다. 일단 정확하게 실태 파악을 한 다음에 문제라고 생각되는 부분에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거다. 젠더 이슈의 일부인 혐오를 극복하려는 방안도 ‘양성평등가족부(가칭)’에서 논의하고 있다.”

- 남성혐오, 여성혐오 등은 중요한 젠더 이슈가 아닌가. “아니다. 성별에 대한 혐오, 젠더 갈등은 온라인상에서만 나타나는 ‘일루전(Illusion·망상)’이다. 실제 일상에서 누군가가 여자이기 때문에 욕하거나 돌을 던지는 걸 본 적이 있나. 여성혐오, 남성혐오라는 용어에도 동의할 수 없다. 온라인에서 서로 남혐이니 여혐이니 대결하는 것은 쓸데없는 피해망상이라고 본다. 2015년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해서도 내가 ‘여혐 범죄’라고 하지 않았다고 욕을 먹었다. 그런데 가해자가 조현병 환자였지, 여성혐오자가 아니지 않은가. 사실 여성혐오라는 용어는 굉장히 위험하다. 당시에도 나는 그 단어를 쓰는 순간 여성이 혐오의 대상자가 된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그런 용어를 마구 쓴 결과로 실제 점점 더 갈등이 심화해왔다. 혐오는 젠더 이슈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정치적으로 혐오를 이용하는 세력에 휘둘리기보다는, 실효성 있는 양성평등 정책을 펴는 게 중요한 이유다.”

- 그동안 정치권에서 젠더 갈등을 이용했다고 보나. “여혐과 남혐이라는 용어는 원래 없다. 도대체 죄명이 뭔가. 정치적 목적으로 만들어낸 용어일 뿐이다. 이준석 대표가 하는 것도 그렇고, 양쪽 모두에서 정치적 행위로 (젠더 갈등을) 이용해왔다고 본다. 이렇게 되면 사회적 문제의 근본을 위장하게 된다. 군대 가산점만 해도 그렇다. 국가를 위해서 봉사하는 사람에게 가산점, 혜택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코로나 시대에 간호사들이 목숨 걸고 진료하는 것에 대해 혜택을 주는 것과 똑같은 문제다. 이런 문제에 남녀 성별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

- 선대위 합류 당시 이준석 대표를 향해 래디컬 페미니스트와 페미니스트를 구별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페미니즘의 사전적 정의가 뭔지 찾아보라. 성 역할의 정체감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사회활동을 하기 전에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역할이 정의돼 있지 않았는데, 세금도 내고 투표도 하면서 내가 누군지를 찾게 됐다면 그게 페미니즘이다. 내가 누구의 부인, 엄마, 딸 말고 이수정이라는 타이틀을 내거는 것에 무슨 문제가 있나. 애초에 밸류(가치)를 매길 수 없는 중립적 가치의 언어에 ‘좋은’ ‘나쁜’ ‘건강한’ 등의 타이틀을 붙일 순 없다. 이 대표도 부정적인 가치를 내포한 ‘래디컬 페미니즘’과 중립적 가치인 페미니즘을 헷갈렸다고 볼 수 있다.”

- 윤석열 후보도 ‘건강한 페미니즘’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윤 후보도) 젠더 감수성이 높을 리 없다. 그 제너레이션(세대)은 젠더 감수성이 높은 세대가 아니었으니까. 그러니 내가 선대위에서 후보에게 좀 더 젠더 감수성을 갖추라 얘기하고, 그런 방향의 정책을 계속 권하는 거다. 김건희씨에 대해서도 그렇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독립적인 사람으로서 남편이 부인의 입장을 대신 설명하거나 대신 책임지고 사과를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본인의 결정이겠지만 김씨가 직접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 그럼 민주당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거짓말, 정직하지 못한 걸 제일 싫어하는데 지금 민주당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그렇다. 불법영상 유포자는 잡을 수 없도록 법안을 만들어놓고 마치 문제를 해결하는 것처럼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분명히 내가 입법 전에 일평균 이용자 10만명 이상 부가통신사업자만 규제해서는 의미 없다고 얘기했는데 결국 안 받아들여졌다. FBI가 다크웹 운영자 손정우를 네이버, 카카오에서 잡아냈나. 범인 잡을 생각이 없는 거다.”

- 그럼 N번방 방지법은 어떻게 시행돼야 하나. “핵심은 검열이 아니라 수사다. 우리는 잠입수사 대상을 확대하고 첨단 기술과 국제 공조를 활용해서 전 세계에 흩어진 VPN(Virtual Private Network·가상사설망)을 쫓아다니고 범인을 잡겠다고 발표했다. 유포된 불법촬영물은 피해자 지원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삭제해주면 된다. 그런데 검열한다고 범인이 잡히나. 사실 검열을 왜 해야 하는지도 분명치 않다. 자기 아이 목욕시키다가 사진 찍어서 가족 카톡방에 올리는 그런 자유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걸 다 스크리닝 당해도 괜찮다고 국민이 동의해준 것도 아니다.”

- 오늘(12월 20일) 아침에는 신지예 한국정치네트워크 대표가 선대위에 합류했다. “본인의 양심적 선택이라고 보인다. 신지예 대표가 합류했다는 것은 상대방 후보 자녀의 상습적 성매매 의혹이 젊은 여성에게 시사하는 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성매수를 했다, 안 했다는 의혹 수준이지만, (이 후보 아들이) 댓글을 그런 내용으로 달았다는 것 자체가 젊은 여성들에게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거다.”

- 신 대표와도 과거 인연이 있는데, 영입에 관여했는지. “신 대표 영입을 주도한 위원회는 외곽에 있는 위원회이기 때문에 나랑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다. 전혀 몰랐다. 신 대표가 옛날에 서울시장 출마할 때 지원 발언을 한 번 해준 적은 있지만 그 후로 접점이 없어 만날 기회가 없었다.”

- 이 교수가 선대위에 합류할 때처럼 이준석 당대표가 신 대표의 영입에도 반대했나. “그건 모르지. 다만 내가 들어올 때 이 대표가 문제를 제기한 이유는 (신 대표와) 내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고 간주했기 때문일 거다. 당연히 반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니다. 당대표를 뽑는 게 아니고 대통령을 뽑는 건데, 대통령은 모든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어야 자격이 있는 것 아닌가. 항상 하는 말이지만, 오른쪽 날개 하나만으로 나는 새는 없다. 오해가 있으면 이해를 시키고 설득을 해 나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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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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