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면 결정으로 오는 31일 0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4년 9개월 만에 전격 사면된다. 문 대통령의 의도와 상관없이 박 전 대통령 사면은 향후 대선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보수 분열을 노리고 박 전 대통령을 사면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검사 시절 박 전 대통령 수사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겨냥해 보수 정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이었던 TK(대구·경북)의 균열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TK 여론은 윤 후보에 대한 지지를 보류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일단 지켜보겠다’는 흐름이 엿보인다. 지난 20~22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는 국민의힘의 텃밭이었던 대구·경북에서 각각 43%(NBS), 55.4%(리얼미터)의 지지율에 그쳤다(오차범위 95% 신뢰수준 ± 3.1%포인트). 과거 보수 정당과 후보들이TK에서 80%가 넘는 지지율을 보였던 것과는 차이가 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TK지지층이 결집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이런 낙관론에 안주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PK(부산·울산·경남)의 경우 윤 후보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밀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 사면은 지지율 하락으로 인해 어느 때보다 TK의 도움이 윤 후보에게 절실한 순간에 이뤄졌다. 윤 후보는 박영수 특검 수사팀장으로 박 전 대통령 수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했었는데, 2019년 박 전 대통령 측이 형집행을 정지해달라고 서울중앙지검에 요청할 당시 윤 후보가 서울중앙지검장이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형집행을 불허한 바 있다. 이러한 악연을 TK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앞으로 관건이다.
TK에서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은 별도로 하고, 동정 여론은 아직 상당하다. 이달 초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해야 하느냐고 묻는 여론조사에서 70%가 넘게 찬성했다는 조사 결과(에이스리치 조사)도 있었다. 향후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TK 정서가 요동칠 수 있는 상황이다.
윤 후보와 경선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쳤던 홍준표 의원(대구 수성을)의 TK 지역 영향력도 관건이다. 홍 의원은 아직까지 윤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고 있다. 반면에 전남에서 국회의원을 4번 하고 전남도지사까지 지내는 등 호남 맹주로 꼽히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이재명 후보를 돕기로 하고 캠프에 이름을 올렸다. 홍 의원은 최근 대구 선대위 고문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자신의 청년플랫폼 ‘청년의꿈’에 “백의종군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역할이 없는 대구 선대위에 고문으로 이름을 올리기로 했다”며 “그것마저 거부하면 방관자라고 또 시비를 걸 수 있어 불가피한 조치이니 양해 바란다”고 글을 올리는 등 관망세다. 아직도 홍 의원 열성 지지층에서는 후보교체를 주장하고 있어 홍 의원이 과연 윤 후보를 위해 TK에서 적극 나서줄지 의문이다.
지금까지 윤 후보가 ‘충청의 아들’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호남 출신 영입에 공을 들이는 등 다른 지역에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상대적으로 TK에는 소홀했다는 점 역시 뼈아플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TK의 불만에 불을 지를 수 있어 윤 후보로서는 어떻게든 TK를 끌어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때문에 친이계 중심으로 짜여져 있는 선대위에 TK 친박계 인사들을 영입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구체적인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