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0월 30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0월 30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면 결정으로 오는 31일 0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4년 9개월 만에 전격 사면된다. 문 대통령의 의도와 상관없이 박 전 대통령 사면은 향후 대선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보수 분열을 노리고 박 전 대통령을 사면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검사 시절 박 전 대통령 수사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겨냥해 보수 정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이었던 TK(대구·경북)의 균열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TK 여론은 윤 후보에 대한 지지를 보류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일단 지켜보겠다’는 흐름이 엿보인다. 지난 20~22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는 국민의힘의 텃밭이었던 대구·경북에서 각각 43%(NBS), 55.4%(리얼미터)의 지지율에 그쳤다(오차범위 95% 신뢰수준 ± 3.1%포인트). 과거 보수 정당과 후보들이TK에서 80%가 넘는 지지율을 보였던 것과는 차이가 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TK지지층이 결집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이런 낙관론에 안주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PK(부산·울산·경남)의 경우 윤 후보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밀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 사면은 지지율 하락으로 인해 어느 때보다 TK의 도움이 윤 후보에게 절실한 순간에 이뤄졌다. 윤 후보는 박영수 특검 수사팀장으로 박 전 대통령 수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했었는데, 2019년 박 전 대통령 측이 형집행을 정지해달라고 서울중앙지검에 요청할 당시 윤 후보가 서울중앙지검장이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형집행을 불허한 바 있다. 이러한 악연을 TK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앞으로 관건이다.

TK에서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은 별도로 하고, 동정 여론은 아직 상당하다. 이달 초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해야 하느냐고 묻는 여론조사에서 70%가 넘게 찬성했다는 조사 결과(에이스리치 조사)도 있었다. 향후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TK 정서가 요동칠 수 있는 상황이다.

윤 후보와 경선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쳤던 홍준표 의원(대구 수성을)의 TK 지역 영향력도 관건이다. 홍 의원은 아직까지 윤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고 있다. 반면에 전남에서 국회의원을 4번 하고 전남도지사까지 지내는 등 호남 맹주로 꼽히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이재명 후보를 돕기로 하고 캠프에 이름을 올렸다. 홍 의원은 최근 대구 선대위 고문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자신의 청년플랫폼 ‘청년의꿈’에 “백의종군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역할이 없는 대구 선대위에 고문으로 이름을 올리기로 했다”며 “그것마저 거부하면 방관자라고 또 시비를 걸 수 있어 불가피한 조치이니 양해 바란다”고 글을 올리는 등 관망세다. 아직도 홍 의원 열성 지지층에서는 후보교체를 주장하고 있어 홍 의원이 과연 윤 후보를 위해 TK에서 적극 나서줄지 의문이다.

지금까지 윤 후보가 ‘충청의 아들’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호남 출신 영입에 공을 들이는 등 다른 지역에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상대적으로 TK에는 소홀했다는 점 역시 뼈아플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TK의 불만에 불을 지를 수 있어 윤 후보로서는 어떻게든 TK를 끌어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때문에 친이계 중심으로 짜여져 있는 선대위에 TK 친박계 인사들을 영입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구체적인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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