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선후보와 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으면 모두 상처를 입는 ‘치킨 게임’을 다시 벌이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정권교체에 실패하면 이 대표의 정치적 미래도 없기에 결국 두 사람 간의 갈등이 봉합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아직 우세하지만 같이 가기 힘들다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
그 동안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던 윤 후보부터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누구든 제3자적 논평가나 평론가가 돼선 곤란하다”며 이 대표를 향해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이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도 “선거에 도움을 주겠다는 분들이 자기 의견을 피력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과연 선거에 도움이 되는지 냉정하게 판단해 달라”며 윤 후보를 거들었다. 이날 발언은 이 대표의 잦은 언론 인터뷰에 대한 비판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윤 후보는 지난 28일 한국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제가 경험한 바로는 대단한 능력을 가진 분”이라며 “자기가 해야 할 (당 대표로서의) 역할을 잘 할 것이라 믿는다”며 이 대표를 다독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선대위 상임위원장을 그만둔 후에도 당 대표 신분으로 언론과의 인터뷰를 계속해 왔다. 미디어를 통한 여론형성은 그의 장기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2030 청년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 대표가 정권교체를 위한 충정으로 내부 비판을 위한 총대를 멧다는 시각이 높았지만 지속적인 비판성 발언으로 피로감이 쌓이면서 이제는 내부 총질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사태가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본다. 우선 지난 경선 과정에서 이 대표가 홍준표 의원 쪽으로 기울었다고 윤 후보 측에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이 대표가 막판까지 홍 의원의 승리를 예상했고 둘 사이의 소통도 원활했다는 얘기가 나돈다. 이후 윤 후보와 이 대표 간의 갈등은 새시대준비위원회가 본격 출범하면서 커졌다고 한다. 이 대표는 대선 후 지방선거를 통해 당의 세대교체를 하는 것이 당초 목표였는데, 새시대준비위가 정권교체 후의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자 자신이 ‘패싱’당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 이 대표의 체면을 세워줬으면 그래도 나을 뻔했는데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의 영입으로 완전히 무시당했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지난달부터 여의도를 떠돌고 있는 이 대표에 대한 비리 의혹 문제도 갈등을 증폭시킨 요소로 꼽힌다. 이 대표의 비리를 입증할 이른바 ‘증거’ 서류까지 돌아다니는 상황이었는데, 이 대표가 이러한 움직임이 자신을 죽이기 위한 음모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윤 후보 캠프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이러한 갈등에 올라타면서 당이 더욱 갈라지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3선 김태흠 의원은 성명을 통해 “제발 가벼운 언행을 버리고 본연의 자리로 돌아와 달라”며 이 대표를 공격했으나, 3선의 하태경 의원은 “이 대표를 죽이면 후보 지지율이 올라갈 수 있다는 당내 기류에 심각한 우려를 전한다”며 이 대표를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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