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전 국민의힘 선대위 청년본부장. ⓒphoto 뉴시스
여명 전 국민의힘 선대위 청년본부장. ⓒphoto 뉴시스

여명(30)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공동청년본부장은 25일 새시대준비위원회의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영입을 비판하면서 선대위직 사퇴를 선언했다. 서울시 의원인 그는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 자유한국당 혁신위원 등을 지냈다. 그는 소셜네트워크(SNS)에 “악성 페미니즘, 민노총과 한통속인 공공노조, 이석기를 구명해달라는 비전향 좌익 인사까지, 제가 비판해왔던 모든 것을 옹호할 수는 없다”며 “선대위 공동청년본부장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국민의힘 경선 당시 홍준표 후보 캠프에서 대변인을 지냈다.

선대위직 사퇴 이후 “혹시라도 내부총질로 비춰질 것이 두렵다”며 언론에 나서지 않았던 여 의원은 “이대로 가면 희망이 없다는 ‘충정’에서 나름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하겠다”며 27~28일 전화와 이메일 등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 윤석열 후보의 대선 승리를 위해 가장 시급히 필요한 것이 뭐라고 생각하나.

“제가 말씀드릴 위치가 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선대위는 우리가 취약한 중도·청년층이 싫어하는 행보만 골라서 하고 있다. 극단적 페미니스트 진영에서 이름을 날리던 신지예씨 영입이 결정적이었다. 중도층을 흡수할 수 있는 카드가 더 이상 좌클릭이 아닌데, 너무 옛날의 성공 공식을 믿고 있는 것 같다. 선대위 슬림화를 통해 후보가 중도·청년층의 여론 상황을 즉각 직시할 수 있는 형태로 개혁해야 한다.”

- 윤 후보가 청년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

“신지예씨가 나가는 것이다. 김한길 위원장과의 관계 등으로 내보낼 수 없다면 최소한 신씨가 극단 페미니즘 진영을 대표해 왔던 주장들을 스스로 비판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가 마련된다면 줄어든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청년정책은 그 다음이다. 사실 청년정책은 없어도 된다. 홍준표 캠프는 청년정책을 일부러 발표하지 않았다. 요즘 청년들은 ‘청년정책’이라는 선심성 위선 정책을 거부한다. 20대 대학생, 30대 아이엄마, 40대 싱글남을 어떻게 한 청년으로 가두나? 청년에게 가장 큰 복지는 일자리 정책이고, 그런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는 정부를 원한다. 부동산 정책, 육아출산정책, 경제정책을 제대로 잘 해결하는 것이 청년정책이다. 굳이 대선 때 필요한 것이 있다면 청년 친화 행보다. 그런 메시지를 고민해야 한다.”

- 홍준표 지지자들이 윤 후보를 지지하게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이미 이야기한 것과 같다. 그러나 경선 과정에서 청년들이 상처를 입었다. 또 경선 이후 일련의 과정에서 핵심 지지층의 비토(거부)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그들의 분노를 이해하기에 깊이 언급하고 싶지 않다.”

- ‘악성 페미니즘’은 무엇이며, 본인이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무엇인가.

“(악성 페미니즘은) ‘성 갈등’, 혹은 ‘여성차별’이 실제로 존재해야지만 본인들의 ‘설 자리’, ‘살 자리’가 생기는 활동을 벌이는 부류들의 주장이다. 그녀들은 한국의 역사 속에서 여성들이 억압과 차별을 받아온 것이 우리 유전자 속에 박혀있으니 지금 기계적 평등을 요구하며 여성이 상위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의 부, 모를 바꿔 부른 ‘모부님’이라는 조어를 사용하는 게 대표적이다. 여기에 여성가족부로 대표되는, 평범한 여성을 약자로 취급하는 1% 여성 엘리트들이 모여앉아 쏟아내는 여성정책 역시 ‘악성 페미니즘’이라고 본다. 사회에 대한 여성의 ‘책임’을 이야기해야 건강한 페미니즘이다. 그런데 건강이고 뭐고 이러한 논의가 필요한지 솔직히 모르겠다. 그들이 탈북여성의 인권에는 관심이 있을까. 회의적이다.”

- 청년 인재 영입을 할 때 그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하나.

“청년은 옳고 그름이 뚜렷한 시기이다. 중진은 중진의 역할이 있고 청년은 청년의 역할이 있는데 그만큼 당이 강력하게 추구하는 정신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청년이 우선 영입대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청년들이 너무 힘든 상황에서 (영입된) 고스펙, 초특급 엘리트 청년은 나머지 평범한 청년들에게 박탈감을 줄 뿐이다. 평범한 청년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를 가진 청년이어야 한다. 더 이상 페이퍼 컴퍼니 수준의 스타트업이나, 돈주고 산 당원명부로 된 실체 없는 창당자 등은 경계해야 한다. 중요한 건, 대단한 청년을 영입했다고 해서 청년 표가 오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점이다.”

- ‘국민의힘’의 정체성은 무엇이라고 보나. 중도 확장을 하더라도 반드시 지켜야 할 게 있다면 무엇일까.

“보수란 가족 공동체가 시민공동체로 확대되는 개념이다. 내 후손에게 더 발전된 무언가를 물려주고자 하는 의지가 보수주의다. 그렇기에 국가안보와 경제발전을 지향하고 법치주의를 옹호한다. 위에서 말했듯이 좌성향 인사의 영입이나 좌클릭 행보가 중도로의 확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홍준표를 지지했던 중도와 청년층은 홍준표가 지켜내는 보수의 원칙을 존중했고, 간단명료한 정책과 발언에 환호했다. 예컨대 윤 후보는 ‘노동자=진보=중도확장’이라는 도식으로 공공부문 타임오프제(노조 전임자 근로시간 인정)를 찬성했는데, 이는 옛날의 공식이다. 중도층과 청년은 민노총으로 대표되는 노조운동에 지난 4년간 증오를 쌓아왔다. 그런데 전교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주는 길을 열어주고 민노총에 잠식당한 공공 부분의 노동 이사제에 찬성한 것은 우리당 기조와도 맞지 않다. 분노한 국민 여론을 보다 여과 없이 들여다봐야 하지 않나 감히 생각한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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