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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1호] 2022.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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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그날 밤 尹의 집 문턱이 닳았다… 尹-金 결별 48시간 막전막후

박혁진  기자 spaingogo@chosun.com 2022-01-07 오후 3:55:39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지난 1월 1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이준석 대표 등과 이동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최근 벌어진 국민의힘 내홍의 시발점은 지난 1월 3일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윤석열 후보와 상의 없이 선대위 전면 개편안을 발표한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의 발표를 보고 크게 화를 냈고, 한발 더 나아가 “후보도 태도를 바꿔 우리가 해준 대로만 연기를 좀 해달라”고 한 김 전 위원장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윤 후보 측근들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김종인 배제론’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실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의 발표가 있기 며칠 전만 해도 선대위 개편안에 강하게 반대해왔다. 해가 바뀌기 며칠 전 윤 후보와 가까운 몇몇 인사들도 후보에게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하면서 선대위 핵심 인사 전원의 자진사퇴를 건의했다고 한다. 이른바 ‘새 판을 짜야 한다’는 건의였다. 이 건의를 들은 윤 후보는 “그런 소리 말아라. 사퇴할 사람이 누가 있냐. 사퇴 소리 꺼내면 그 사람부터 사퇴시키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 후보는 또한 “(사퇴론은) 없던 걸로 하고 그냥 가자”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고 한다.
   
   해가 바뀌면서 분위기도 다시 바뀌었다. 김 전 위원장이 윤 후보에게 선대위 전면 개편안을 다시 제안했고, 이때부터 윤 후보가 선대위 개편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측근들이 ‘이제 와서 선대위를 해산하거나 전면 개편하기는 어렵다’는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윤 후보가 고민에 빠졌다. 이런 와중에 김 전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선대위 전면 개편 방침을 공개하면서 윤 후보가 크게 화를 냈다는 것이다. 후보 스스로가 패싱당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김 전 위원장의 표현이 과했다 싶은 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윤 후보와 측근들이 격앙했던 것은 선대위 해산안은 당초 계획 속에 없었던 데다, 이마저도 김 전 위원장의 뜻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려서였다.
   
   
   윤핵관이 후보 자택을 찾아가서 한 말
   
   이때부터 상황이 더 급박하게 굴러갔다. 양측의 갈등은 1월 3일 저녁 김 전 위원장 사의를 둘러싸고 선대위가 기자들에게 ‘국민의힘 선대위는 쇄신을 위해 총괄·상임·공동 선대위원장 모두가 후보에게 사의를 표명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 표면화했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은 “나는 사의를 밝힌 적이 없다”고 하면서 혼선이 불거졌다.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이 정정에 나섰지만 김 전 위원장은 이 보도를 접할 시점에 이미 선대위를 떠나는 것으로 마음을 정했다고 한다.
   
   이날 저녁 이 이야기를 들은 몇몇 인사들이 윤 후보를 찾아가거나 전화를 해서 “김 전 위원장과 이준석 대표를 안고 가고, 막판에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선거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그러자 이번엔 권성동 의원과 윤한홍 의원,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라 불리는 두 인사가 늦은 밤 윤 후보의 자택을 찾아간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현재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이준석 대표에게 있는데 어떻게 후보에게 연기만 하라고 할 수 있느냐?”며 “결국은 두 사람이 짜고 윤 후보를 어렵게 만들고 있고 두 사람이 지지율 하락의 주범이다”라는 요지의 말을 후보에게 전했다고 한다.
   
   다음날인 4일은 상황이 더 급박하게 돌아갔다. 다음날 한 인터넷매체를 통해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의 선대위 배제를 결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날 윤 후보는 자택에 머문 채 선대위 개편 방안에 대해 숙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몇몇 측근과 임태희 전 선대위 총괄상황본부장 등이 후보 자택을 방문해 윤 후보와 상의했다. 다른 한편으로 윤 후보는 개인적으로 가깝게 지내는 인사들을 통해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 여론을 알아보는 작업을 했다. 이 인사들은 부인 김건희씨와도 가까운 인사들이다. 몇몇 지인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적어도 김종인 전 위원장은 배제하되, 이준석 대표는 안고 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윤 후보가 최종적으로 ‘김종인 배제’로 요약되는 선대위 해산 결심을 굳힌 것도 4일 저녁이 되어서였다고 한다. 논의에 직접 참여는 안 했지만, 새시대준비위원장을 맡았던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와 김병준 전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의 경우 종일 긴밀히 연락하며 진행 상황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에서도 특히 김한길 전 대표 측은 ‘선대본부 구성안’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인 수준으로 얼개와 인선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돌아가는 상황을 김 전 위원장과 이준석 대표 두 사람은 전혀 몰랐다. 윤 후보는 결국 윤핵관으로 불리는 측근들의 인사를 따르는 것으로 결정하고 다음날 선대위 해산을 발표했다. 윤 후보가 이 대표와 선을 긋는 것도 결국 측근들의 조언에 더 힘을 실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날 김 전 위원장은 사무실을 나오며 금태섭 의원 등과 저녁식사를 했는데, 이 자리에서 “다음날부터 (선대위 사무실에) 나오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 대한 당사자들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권성동 의원은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윤한홍 의원과 후보 집에 찾아간 적이 없고, 이 대표가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라는 말 자체를 후보에게 한 적이 없다”며 “김 전 위원장이 선대위 해산을 먼저 요청한 적도 없고 다만 좀 조직을 축소해야 한다고 얘기하셨고, 우리도 이에 동의해 개편안을 구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앞줄 가운데)가 지난 1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방선거와 총선 공천권까지 얽힌 갈등
   
   이번 선대위 해산을 둘러싼 내홍의 중심에는 이른바 윤핵관으로 불리는 윤 후보 측근 인사들과 이준석 대표를 중심으로 한 인사들 간의 권력투쟁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6월 있을 지방선거 공천권 문제부터 더 나아가서는 2024년 총선 공천권을 쥐게 되는 내년도 전당대회 당권 경쟁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번 선대위 해산 과정에서 드러난 양측의 권력투쟁은 언제 터져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곪고 곪은 문제였다.
   
   일단 이 대표는 윤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한 이후 계속된 윤핵관의 견제로 당대표 권한조차 제대로 행사할 수 없다는 불쾌함을 갖고 있다. 일례로 선대위 구성 당시 이 대표가 황규환 국민의힘 대변인을 선대위 대변인에 추천했는데 이를 권성동 사무총장이 거절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른바 울산 회동 후 이 대표가 다시 황 대변인을 추천해서 결과적으로는 대변인에 임명됐지만, 인사문제를 둘러싼 이런 사소한 갈등들이 계속 누적되어 왔다. 최근 박덕흠 의원의 복당 문제 역시 이 대표는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와 가까운 국민의힘 한 의원은 “어떻게 현역의원의 복당 문제를 당대표도 모른 채 사무총장이 진행할 수 있냐”며 권 의원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의원은 한때 논란이 됐던 김성태 전 의원의 선대위 직능본부장 영입도 결국 권 의원 작품이라고 날을 세웠다. 김성태 전 의원과 권성동 의원은 대표적 친이계 의원으로 바른정당 창당을 함께한 이력도 갖고 있다.
   
   
   “의원의 복당을 어떻게 대표가 모를 수 있나”
   
   이번 사태 와중에 이준석 대표가 권 의원의 사무총장 사임 소식을 듣고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것은 여전히 권 의원이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이철규 의원의 전략기획부총장 임명을 반대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철규 의원은 권 의원의 지역구(강릉)와 맞닿아 있는 동해·삼척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대표적 권 의원 측근 인사다. 이 의원은 그동안 이 대표의 책임론을 꾸준히 주장해오기도 했다. 그는 지난 1월 3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가 기자들에게 했던 백브리핑(질의·응답) 내용을 읽으며 이 대표를 비꼰 바 있다. 이 대표는 당시 기자들에게 조수진·김재원 최고위원이 그만둘 경우 그 자리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를 임명할 수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에 대해 권 의원은 “이미 이 대표에게 3월 9일까지만 사무총장직을 하고 물러나겠다고 말했기 때문에 지방선거나 보궐선거 공천권을 가지고 권력투쟁을 한다는 것은 소설에 불과하다”며 “황규환 대변인은 급이 너무 맞지 않는 인사를 단번에 대변인에 임명하면 내부 반발이 있어서 오히려 수석 부대변인을 내가 제안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철규 의원은 나보다 나이도 많고 측근도 아니다”며 “윤 후보와 이 의원은 각각 검사와 경찰 재직 시절부터 잘 알고 있던 사이로 이 의원을 임명한 것은 전적으로 윤 후보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 역시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김 전 위원장은 자신이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고 한 달 동안 대부분의 주요 사안들을 언론보도를 통해 접했다고 한다. 신지예 전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영입이나, 윤 후보의 삼프로TV 출연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김 전 위원장은 각종 사안들이 윤핵관을 거치면서 왜곡된 형태로 후보에게 전달된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2030 지지율 회복 방안이다. 일례로 2030세대의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 대표와의 관계회복이 필수라고 김 전 위원장은 보고 있었다. 2030세대는 이준석으로 대표되는 청년 정치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는데, 지금의 모습은 기존 정치인들이 이 대표를 몰아세우는 양상으로 비치고 있는 것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인식이다. 그런데 이런 의견들이 윤핵관으로 대표되는 측근들을 거치면서 ‘이 대표가 젊은층에게 인기가 없다’ ‘신지예를 자르면 젊은층 지지율이 돌아온다’는 식의 건의로 둔갑했다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말 이준석 대표와 점심을 하면서 “이번 선거를 이겨야 당신도 계속 정치를 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 오히려 “이준석 대표와 짜고 쿠데타를 계획한다”는 식으로 윤핵관들이 마타도어를 했다고 보고 있다.
   
   
▲ 국민의힘 사무총장과 선대위 종합지원총괄본부장직을 사의표명한 권성동 의원이 지난 1월 5일 서울 여의도 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photo 뉴시스

   윤핵관을 거치며 둔갑된 메시지들
   
   반면 이번 선대위 해산의 원인을 이준석 대표가 제공했다는 시선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상돈 전 의원은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사실 이준석 대표가 당대표를 맡았다는 것이 당의 한계고, 윤석열을 후보로 만든 것이 국민의힘의 한계”라며 “어쨌든 이번에 (지지율이) 폭락하게 된 트리거는 이준석이 제공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권성동 의원을 필두로 한 윤 후보 측근 인사들은 이준석 대표가 지나치게 과대포장되어 있고, 대선 승리보다는 자기 정치를 하려 한다는 의심을 갖고 있다. 윤핵관이라 불리는 의원들과 잘 알고 지내는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준석 대표는 자기 사람을 심고 대선과 같이 치러지는 보궐선거와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어떻게 대표가 언론에 자기 당 대선후보를 깎아내리는 식의 해당행위를 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이런 일련의 보도들에 대해 “이핵관들이 이런 식의 사보타지를 하며 언론플레이를 한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결과적으로 이런 권력투쟁이 벌어지게 된 원인은 윤 후보의 정치력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윤 후보는 사람들과 만나는 걸 즐기고 호탕한 스타일로 통한다. 그런 윤 후보의 성격상 경선 전후를 계기로 찾아오는 사람을 두루 만나며 그 자리에서 공수표를 남발하듯 ‘믿고 맡긴다’는 말을 서슴없이 했다. 그러다 보니 시스템에 따라 의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후보 개인에게 걸려오는 전화로 상황을 보고받고 지시하는 경우도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핵관을 저격하는 측에서는 이런 그의 스타일을 잘 알기 때문에 ‘물러나도 물러난 것이 아니다’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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