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야권에서는 정권교체를 위해 단일화는 필수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아직 정권 재창출보다 정권교체 여론이 높다는 점에서 안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겨냥한 단일화 압박이 거세질 전망이다. 두 후보 역시 자력 승리가 힘들다고 판단되면 결국 단일화 협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안 후보 최측근 권은희 원내대표의 ‘입’이 주목받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직설적인 성격의 권 원내대표가 안 후보의 속내를 제대로 짚어서 이야기한다고 평가한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양당 합당 논의 과정에서 권 원내대표의 일부 강경한 태도가 합당을 막았다는 분석도 있었으나, 실제로는 권 원내대표가 합당을 원치 않는 안 후보의 의중을 읽었다는 해석이 더 설득력을 얻었다.
권 원내대표의 위상을 엿볼 수 있는 사례도 있다. 그는 5일 국회 사무실에서 홍준표 의원을 신년 인사를 겸해서 만났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당시 홍 의원이 권 의원에게 “안 후보에게 꼭 전해달라. ‘2017년 대선 상황을 다시 만들 생각은 하지 말라’고 전해달라”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5월 19대 대선에서 홍준표 의원과 안철수 후보의 득표율 합계는 문재인 대통령보다 10% 포인트 앞질렀다. 홍 의원의 말은 ‘이번에는 반드시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읽힌다. 홍준표-권은희의 만남은 홍 의원이 윤 후보를 뒤에서 도왔다는 의미와 함께 홍 의원이 권 원내대표를 안 후보 측근으로 인정했다는 측면도 보여줬다.
권 의원이 주목받는 데에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안 후보의 성격도 한몫한다. 안 후보와 정치를 함께 한 이들은 안 후보의 단점으로 지나치게 거대 담론에 집착하고, 자신이 원하는 속내를 내비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과거 안 후보와 정치를 함께 했던 한 정치인은 최근 기자를 만나 “안 후보의 가장 큰 단점은 자신의 권력 의지를 드러내려 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무엇을 원하는지 이야기하지 않아 힘들었다”고도 했다. 안 후보와 가까웠으나 지금은 멀어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안 후보는 정치에서 조건을 주고 받는 것을 ‘구태’라고 여기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안 후보와 협상이 힘들다는 인식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안 후보의 성격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단일화 협상은 결국 측근인 권은희 원내대표와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이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일화 실무를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권 원내대표의 행보를 보면 실제 안 후보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권 원내대표는 1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에서 나오는 공동정부론이나 아니면 더불어민주당이 그 전에 얘기했던 연립정부 등 모두 대통령제하에서는 제도적으로 성립될 수 없는 개념”이라고 인상적인 언급을 했다. 과거 DJP연합처럼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안 후보는 국무총리를 맡아 차기를 노릴 것이라는 추측에 선을 그은 것이다. 안 후보가 언론 인터뷰에서 자주 언급하는 “단일화가 없다. 내가 나가야 이긴다”라는 발언과도 연결되는 흐름이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안철수의 대선 완주를 강조하는 권 원내대표의 발언이 단순히 몸값 올리기를 위한 포석인지,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단일화가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권 원내대표가 과거 단일화 협상의 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그의 입에는 계속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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