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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692호] 2022.01.17

2012년 ‘친박’과 2022년 ‘윤핵관’

이동훈  기자 flatron2@chosun.com 2022-01-14 오후 1:55:51

▲ 2012년 12·19 대선 2개월 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측 총괄선대본부장으로 전격 투입된 김무성 전 대표(오른쪽). 왼쪽은 김종인 당시 국민행복추진위원장 겸 경제민주화추진단장. photo 뉴시스
선거대책위원회 해체라는 초강수를 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율 답보가 길어지고 있다. 지난 1월 5일, 선대위 해체와 함께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을 비롯한 ‘3김(김종인·김병준·김한길)’을 해촉하고, 백의종군을 선언했던 장제원 의원에 이어 권성동·윤한홍 의원 등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마저 2선 후퇴시켰지만 의미 있는 지지율 반등은 보이지 않는다. 되레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윤석열 후보의 빠진 지지율을 고스란히 흡수하면서 ‘3자 구도’로는 필패(必敗)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이에 국민의힘 내·외부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12년 대선 과정에서 벌어졌던 ‘친박(親朴) 퇴진’ 사태 직후 총괄선거대책본부장으로 전격 기용된 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와 같은 거물급 조정자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실제로 선대위 인선과 노선을 둘러싼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에 이어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이끌던 선대위 전면 해체로까지 이어진 ‘윤핵관’ 사태는 2012년 대선 직전 ‘친박 퇴진’ 사태와 거의 엇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친박 퇴진’ 사태는 2012년 대선 직전 박근혜 당시 후보의 지지율이 일시적으로 하락하자 측근에 있던 친박계 핵심 최경환 당시 후보 비서실장이 선대위에서 사퇴하고 선대위를 전면 물갈이했던 사태를 뜻한다. ‘윤핵관’ 논란과 흡사하게 당시 친박계 전횡 논란에 휩싸였던 박근혜 당시 후보는 후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내며 ‘진박(眞朴·진실한 친박) 감별사’로까지 불린 최경환 후보 비서실장을 ‘읍참마속’하고, 김무성 전 대표를 총괄선대본부장으로 전격 발탁해 위기국면을 수습한 바 있다.
   
   2012년 12월 대선을 두 달여 앞둔 그해 10월경, 당시 박근혜 캠프의 분위기는 오는 3월 대선을 두 달여 남긴 윤석열 캠프의 현재 분위기와 놀랄 정도로 흡사했다. 당시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은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협공에 급속히 하락했다.
   
   
   최경환 사퇴와 김무성 기용
   
   당내에서는 남경필(전 경기지사), 유승민(전 바른정당 대표) 등 이른바 소장파 의원들이 “후보를 제외한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며 최경환(후보 비서실장), 서병수(당 사무총장) 의원 등을 겨냥해 ‘친박계 이선퇴진’ ‘인적쇄신론’을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박근혜 캠프에서 중도확장을 겨냥해 국민행복추진위원장 겸 경제민주화추진단장으로 영입한 김종인 전 위원장은 ‘경제민주화’를 놓고 이한구 당시 원내대표와 노선갈등을 벌였다. 급기야 김종인 전 위원장은 이한구 원내대표를 겨냥해 “같이 갈 수 없는 사람”이라고 비난하고 칩거에 들어가는 등 특유의 몽니를 부리기도 했다. 또 호남표 획득을 위해 DJ(김대중)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을 ‘국민대통합위원장’으로 영입하려 하자 안대희 정치쇄신특위위원장(전 대법관)이 “비리 연루자 영입 때는 사퇴하겠다”며 사실상 후보에 항명하는 등 내홍도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당 내홍에 책임을 지고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당시 후보 비서실장이 사퇴한 직후 ‘소방수’로 전격 투입된 김무성 당시 총괄선대본부장은 특유의 카리스마를 발휘해 선대본부 내 교통정리를 이끌어냈다. 당시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은 임명 직후 비상체제를 선포하고, 본부장실에 야전침대를 가져다두고 숙식을 해결하는 등 선대본 24시간 가동체제에 돌입했다. 또 총괄선대본부장 취임 일성으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어떠한 임명직도 맡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당직자 폭탄주 금주령 등 흐트러진 군기 잡기에 나서 분위기를 반전시킨 뒤 대선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윤석열 캠프는 선대위 해체라는 초강수에도 불구하고 후속조치에서 여러모로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다.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 김병준 전 상임선대위원장, 김한길 전 새시대준비위원장 등 ‘3김’과 ‘윤핵관’이 일괄사퇴한 공백을 신임 선대본부장으로 임명된 권영세 의원이 틀어막고 있지만 역부족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권영세 선대본부장에게 정확히 10년 전 비슷한 역할을 맡았던 김무성 당시 총괄선대본부장이 발휘했던 정치력을 기대하기에는 2% 부족하다는 것이다.
   
   
   2012년 김무성과 2022년 권영세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친박계 좌장’이자 ‘원박(元朴·원조 친박)’으로 꼽혔던 김무성 전 대표는 2012년 박근혜 비대위원장 체제에서 치른 4·11총선 낙천 후유증으로 2012년 대선 때는 박근혜 후보와 소원한 관계에 있었다. 당시 ‘탈박(脫朴)’으로 분류됐던 김무성 전 대표의 ‘복박(復朴)’은 박근혜 후보의 입지를 넓히는 효과가 있었다.
   
   김무성 당시 총괄선대본부장 아래 부본부장으로 기용된 유승민 전 의원도 비슷한 효과를 냈다. ‘원박’ 유승민 전 의원 역시 그즈음 새누리당 당명 개정에 반대해 ‘탈박’으로 변한 상태였다. 친박계 전 의원은 “박근혜 당시 후보가 장모상을 당한 유승민 전 의원을 직접 찾아가 빈소에서 밀담을 나누고 선대위 합류를 요청했다”고 회고했다.
   
   반면 ‘3김(김종인·김병준·김한길)’과 ‘윤핵관(권성동·윤한홍)’ 동반사퇴 후 졸지에 윤석열 캠프를 이끌게 된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윤석열 후보와 서울대 법대 선후배 사이다. 같은 검사 출신으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체제 출범 후 대외협력위원장을 맡아 윤 후보의 입당 과정에서부터 줄곧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신임 선대본부장으로 당 사무총장까지 겸하게 됐지만, 윤석열 후보의 외연확장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새로 당과 선대위 요직에 기용된 이철규 전략기획부총장, 윤재옥 선대본 부본부장 겸 상황실장 등도 검경 출신 일색이다.
   
   물론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2012년 대선 때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 아래서 종합상황실장으로 큰 선거를 치른 경험이 있다. 하지만 YS(김영삼) 직계로 ‘무대(무성 대장)’라는 별명을 가진 김무성 전 대표와 같은 카리스마형 리더십을 기대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으로서는 김무성 전 대표를 다시 불러낼 수도 없는 형편이다. 지난해 4·7 재보궐선거 때까지만 해도 ‘마포포럼’을 조직하는 등 ‘킹메이커’를 자처해 온 김무성 전 대표는 경북 포항의 가짜 수산업자 김태우씨로부터 차량을 무상제공받아 사용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1월 경찰 조사를 받는 등 운신의 폭이 좁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근 거리에서 보좌했던 한 친박계 전 의원은 “어느 선거에나 오르내림이 있기 때문에 끝까지 가봐야 알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번 선거에서는 김무성 전 대표와 같은 조정자의 역할이 좀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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