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1월 8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캠프 해단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1월 8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캠프 해단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윤석열 대선후보와 만찬회동을 가졌다. 지난 달 2일 이후 48일만의 만남이다. 홍 의원은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꿈’에 “윤 후보와 만찬을 하면서 두 가지 요청을 했다”며 “첫째, 국정운영을 담보할 만한 조치를 취해 국민 불안을 해소해 줬으면 좋겠다는 것과 둘째, 처가 비리는 엄단하겠다는 대국민 선언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날 윤 후보는 선대본부 상임고문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는데, 홍 의원은 두 가지를 조건으로 제시한 것이다.

윤 후보가 홍 대표를 끌어안으려는 이유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와 관련이 있다.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 아내 김건희씨 리스크 등으로 급락했던 지지도가 가까스로 회복했지만 안 후보가 선거를 완주할 경우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일화 협상이 시작되려면 안 후보와 윤 후보 모두 승리 가능성이 있어야 하는데 윤 후보가 흔들릴 때 지지율이 급속히 올랐던 안 후보 지지율도 정체돼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안 후보 입장에서는 이번에 ‘철수’하면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안 후보가 완주한다고 생각하고 전략을 준비할 수 밖에 없는 윤 후보로서는 최근 반등 분위기에 힘을 실어 준 2030 지지세가 큰 홍 의원의 도움부터 절실할 수 밖에 없다.

이날 윤 후보와의 회동에서 홍 의원이 내보인 입장은 “3월 9일까지 더 이상 이번 대선에 대해 제 의견을 말하지 않기로 했다”며 대선과 거리를 두려했던 기존 입장과는 다소 다르다. 명분을 만들어 주면 ‘원팀’으로 도울 수 있다는 것으로 입장이 선회한 셈이다. 이와 관련, 홍 의원도 ‘다음 대선은 없다’던 기존 태도에 변화가 일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차기에 대한 여지를 남겨놓고 뭔가 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주목할만한 것이 대구시장 출마 여부. 홍 의원 측은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당심을 잡지 못해 지난 경선에서 패했기에 대구에 내려가서 TK의 마음을 잡겠다는 차원에서 대구시장 출마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라고 한다. 다만 대선 후보가 시장 경선에 참가하면 모양이 좋지 않아 지역 당원들의 추대를 받는 형식을 원한다고 한다.

홍 의원은 아직도 후보 교체 등을 주장하며 대선 출마를 열망하는 열성지지층의 이해를 구해야 하는 입장이다.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홍 의원이 무소속으로 나가도 대선에 승리한다는 비공식 조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홍 의원이 윤 후보에게 요구한 두 가지 조건은 이러한 지지층 달래기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은 경선에서 패배한 가장 큰 이유가 자기 세력을 키우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한다. ‘홍준표계’가 없다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했던 홍 의원이 경선을 거치면서 생각을 바꾸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이유로 보궐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적극적으로 지지층을 챙기려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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