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월드컵에 출전하는 핵심 주요 선수. 해외파 이승우(왼쪽)와 백승호 선수. 두 선수는 FC 바르셀로나 소속이다. ⓒphoto 뉴시스
U-20 월드컵에 출전하는 핵심 주요 선수. 해외파 이승우(왼쪽)와 백승호 선수. 두 선수는 FC 바르셀로나 소속이다. ⓒphoto 뉴시스

스페인 프로축구 FC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폴 포그바(프랑스)는 세계 축구의 수퍼스타다. 이들에겐 수퍼스타라는 점 이외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FIFA(국제축구연맹) U-20(20세 이하) 월드컵에 출전해 최우수선수(MVP)를 뜻하는 골든볼에 선정되며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는 점이다. 메시는 2005년 네덜란드 대회에서 6골을 기록하며 골든볼과 골든슈(득점왕)를 석권했다. 포그바는 2013년 터키 대회에서 골든볼에 올랐다. U-20 월드컵이 스타의 산실로 불리는 이유다.

2017 FIFA U-20 월드컵이 한국에서 열린다. 오는 5월 20일부터 6월 11일까지 대전, 수원, 인천, 전주, 제주, 천안 등 6개 도시에서 개최된다. 이 중 인천과 천안을 제외한 4개 도시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사용했던 경기장을 사용한다.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20세 이하 월드컵은 FIFA 주관 대회 가운데 성인 월드컵 다음으로 큰 대회다. 이번 대회에는 1997년 1월 1일~2001년 12월 31일에 출생한 선수만 참가할 수 있다. 대회 규모를 반영하듯 FIFA는 23명의 실사단을 파견해 대회가 열리는 6개 도시를 돌며 경기장, 훈련장, 호텔 등의 시설을 점검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국가는 총 24개국. 조 추첨을 통해 24개국은 4팀씩 6조로 나눠 풀리그를 치른 뒤 각 조 1·2위 12팀과, 3위 6팀 중 승점이 높은 4팀이 16강에 진출하게 된다.

U-20 월드컵 관전법은 무엇일까. 해법은 U-20 월드컵이 스타의 산실이라는 별칭 외에 ‘미리 보는 월드컵’이라고도 불린다는 데 있다. U-20 월드컵을 열심히 챙겨 보면 축구팬들은 가까운 미래의 성인 월드컵 성적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이를 증명하는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1979년 일본에서 열린 대회에서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가 배출됐다. 19살이라곤 믿기지 않는 그의 기량에 세계 축구 팬들은 곧 마라도나와 아르헨티나의 세상이 올 것이라 점쳤다. 전망은 적중했다. 아르헨티나가 7년 뒤 마라도나의 맹활약 속에 월드컵 정상의 기쁨을 맛본 것이다.

마라도나 사례뿐 아니다. 티에리 앙리와 다비드 트레제게 등 1997년 대회를 빛낸 프랑스의 ‘영건’들은 이후 프랑스 축구의 전성기를 열었다. 이들을 주축으로 프랑스는 1998 프랑스월드컵 정상에 올랐다.

이번 U-20 월드컵 대회에는 본선 진출에 실패한 브라질을 제외하고 독일, 잉글랜드, 아르헨티나 등 전통의 강호가 대부분 출전한다. 지난 3월 수원에서 열린 조 추첨식에서 개최국 특권으로 한국은 지난 5차례의 대회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프랑스·우루과이·미국·포르투갈·독일(이상 톱시드 국가)을 피할 수 있었지만, 막강 아르헨티나·잉글랜드와 함께 이른바 ‘죽음의 조’에 묶이게 됐다. 나머지 한 국가도 전통적으로 청소년이 강세를 보이는 아프리카의 다크호스 기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대회가 열리는 만큼 대회 성패는 개최국 한국의 성적에 달렸다고 지적한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최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20세 이하 월드컵은 미래의 세계 최고 스타 플레이어를 배출하는 무대다. 머지않아 세계를 호령할 위대한 선수들이 펼치는 흥미진진한 게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축구에 대한 한국의 열광적 분위기는 선수들이 자신의 능력 이상을 발휘하도록 해줄 것이다.” 인판티노 회장은 이어 “홈 관중 앞에서 뛰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이미 확인하지 않았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국내파 주장 한찬희(왼쪽)와 조영욱 선수. ⓒphoto 뉴시스
국내파 주장 한찬희(왼쪽)와 조영욱 선수. ⓒphoto 뉴시스

FIFA “한국 준비 상태 훌륭”

지난해 2월 FIFA 지휘봉을 잡은 인판티노 회장에게 ‘20세 이하 월드컵 코리아’는 취임 후 첫 번째 메이저 남자 국제대회다. 그만큼 그는 이번 대회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준비사항 점검을 지시한 인판티노 회장은 “대회 성공은 우선 조직위원회의 능력에 달려 있는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중심으로 한 한국의 준비 상태는 대단히 훌륭했다”며 “전 세계 축구팬들이 즐길 대회 준비가 잘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의 신태용 감독은 이번 U-20 대회 목표를 ‘조별리그 1위’ ‘최소 8강 이상’으로 잡았다. 신 감독은 지난 5월 1일 대표팀 소집 훈련에 앞서 “최소한 8강 진출 이상은 거둬야 하지 않겠나. 사실 그 이상도 생각하고 있다”며 “4강전에 진출하면 우승도 가시권에 들어오기 때문에 토너먼트에서 모든 것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5월 20일 오후 8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기니와 개막전을 갖는다. 아르헨티나·잉글랜드에 비해 수월한 상대라곤 하지만 아프리카는 전통적으로 청소년팀들이 강하다. 세계 70위인 기니는 아프리카 예선을 3위로 통과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한국 20세 이하 대표팀과는 아직 대결한 적이 없지만, 지난 2015년 17세 이하 월드컵(칠레) 조별 리그에서 한국은 기니를 1 대 0으로 꺾은 일이 있다. 2년 전 기니전을 경험한 한국 선수 중 상당수가 이번 대회에 출전한다.

한국이 상대할 가장 높은 벽은 그 이름만으로 두려운 아르헨티나다. 아르헨티나는 현재 브라질에 이어 FIFA 성인 랭킹 2위다. 아르헨티나는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역대 최다인 6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남미 예선에서 4위를 해 힘겹게 본선 출전권을 따는 등 선배들보다 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의 세 번째 상대인 잉글랜드는 1993년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의 신태용 감독은 “아르헨티나보다 잉글랜드가 까다로울 것 같다”며 “일단 첫 경기인 기니전에 모든 것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팀은 첫 경기에서 승리한 뒤 2승1무를 거둬 조별리그 1위로 8강전에 진출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3월 에콰도르, 잠비아, 온두라스 등이 참가한 4개국 친선 축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지난 4월에는 한국 프로축구 최강팀인 전북 현대와 친선경기를 갖기도 했다. 결과는 0 대 3 패배였지만, 신 감독은 “많은 것을 배웠다”며 “앞으로 세밀함과 집중력 등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여러 평가전을 거쳐 신 감독은 지난 4월 28일 최종명단 21명을 발표했다. 한국팀의 핵심전력은 FC 바르셀로나에서 뛰고 있는 ‘바르샤 듀오’ 이승우(FC 바르셀로나 후베닐A)와 백승호(FC 바르셀로나 B)다. 바르샤 듀오는 U-20 대회를 통해 국내 팬들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겠다는 각오다. 백승호는 “이번 대회는 국내에서 열리고 전 세계가 집중하는 매우 중요한 무대”라며 “간절한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는데, 이번 대회만큼은 꼭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바르샤 듀오 이외에 스트라이커 조영욱(고려대)과 미드필더 한찬희(전남), 194㎝의 장신 골키퍼 송범근(고려대)도 이름을 올렸다. 수비 라인에서는 우찬양(포항), 이상민(숭실대), 정태욱(아주대), 윤종규(FC서울) 등이 포함됐다. 4개국 대회 당시 헤딩 경합을 하다 뇌진탕을 일으킨 정태욱(아주대)도 U-20 월드컵 무대를 밟게 됐다.

빅캠프 스카우터 총출동

신 감독은 바르샤 듀오의 활약에 따라 한국 성적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신 감독은 “두 선수가 잘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며 “간혹 지적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속으로 삼키고 있다. 기죽지 않도록 잘 유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U-20 월드컵은 성인 월드컵과 달리 이변이 속출한다. 한국이 1983년 멕시코 대회 4강 신화를 이룬 게 대표적 사례다. 당시 4강 신화의 주역인 김종부 경남FC 감독은 “죽음의 조라는 것, 다 의미 없는 소리”라며 “멕시코 4강 재현이 목표 아닌가요. 조별 리그가 됐든 토너먼트가 됐든 어차피 다 상대해야 하는 팀들이에요. 그렇다면 조 편성을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한국 축구의 레전드 차범근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조직위원회 부위원장도 같은 얘기를 했다. 그는 지난 2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제2의 차범근, 박지성, 손흥민이 나온다”며 “이 나이 때는 한번 불이 붙으면 끌 수 없다. 신바람 나면 못 잡는 나이”라고 말했다. 차 부위원장은 “나도 청소년대회를 통해서 자신감을 얻었다”며 “이번 대회에서 우리가 응원하고 분위기만 만들어주면 스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 사활을 걸고 뛴다. 이번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는 빅클럽행 티켓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축구팬들뿐 아니라 전 세계 ‘빅 클럽’의 스카우터들이 U-20 월드컵 기간 한국에 총집결한다. 세르비아 자국 리그에서 뛰던 마르코 그루이치(21)가 2015년 뉴질랜드 대회에서 세르비아가 우승을 차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뒤 지난해 잉글랜드 프로축구 리버풀로 이적한 게 가장 최근 사례다. 2013년 터키 대회 때 프랑스 우승 주역인 주마와 사노고는 각각 잉글랜드 프로축구 첼시와 아스널로 이적했다.

지난 5월 1일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2017 FIFA U-20 월드컵’ 축구대표팀이 훈련하고 있는 모습. ⓒphoto 뉴시스
지난 5월 1일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2017 FIFA U-20 월드컵’ 축구대표팀이 훈련하고 있는 모습. ⓒphoto 뉴시스

‘U-20 대회 활약=해외 진출’이라는 공식을 잘 아는 한국 선수들도 욕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수비수 이정문(연세대)은 “이번 대회는 전 세계가 집중하고 있어 좋은 기회가 많을 것 같다”며 “유럽 무대에 나갈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미드필더 이진현(성균관대)은 “인생에서 뛸 수 있는 단 한 번뿐인 무대인데, 세계적 선수들이 이 대회를 거쳐갔던 것처럼 좋은 기회로 삼겠다”라고 말했다.

한국 경기를 제외하고 한국이 속한 ‘죽음의 A조’에선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의 경기도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1982년 실제 전쟁(포클랜드전쟁)을 치르기도 한 두 나라는 축구에서도 앙숙 관계를 이어왔다.

일본이 속한 D조도 ‘또 다른 죽음의 조’로 지목돼 축구팬들의 보는 재미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예선 1위로 이번 대회 출전권을 따낸 일본은 남미 예선 1위 우루과이, 유럽 예선 2위 이탈리아와 한 조에 편성됐다. 여기에다 아프리카의 강호 남아공까지 포함됐다.

일본은 구보 다케후사(16·FC도쿄)가 대표팀에 발탁되며 U-20 월드컵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2001년 6월 4일에 태어나 아직 만 15세인 일본 축구의 기대주 구보가 무려 다섯 살이나 많은 형들과 U-20 월드컵 무대를 누비게 됐기 때문이다.

U-20 월드컵 참가국가들은 지난 5월 5일 사우디아라비아를 시작으로 5월 18일까지 차례로 한국 땅을 밟는다.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한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기니는 모두 5월 16일 입국한다. 아르헨티나는 5월 8일부터 15일까지 베트남에서 베트남 U-20 대표팀, U-23 대표팀과 연습경기를 치른 뒤 입국하고, 잉글랜드는 5월 10일부터 일본에서 훈련을 통해 한국전을 대비한 뒤 5월 16일 한국에 입성한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이번 U-20 월드컵을 통해 한국 축구팬들이 축구의 묘미를 제대로 느끼길 바란다”며 “침체된 한국 축구가 이번 U-20 월드컵을 계기로 다시 일어서길 바라는 마음도 크다”고 말했다.

석남준 조선일보 스포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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