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1일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 두산 매치 플레이 챔피언십. 박인비(29)와 김자영(26)의 결승을 TV 중계로 보며 누가 우승할지 예상이 잘 안 됐다. 객관적으로는 ‘골프 여제’ 박인비의 우세지만, 미국 투어 중 잠시 방한한 터라 시차 적응이 문제였다. 김자영은 2012년 우승 후 5년간의 슬럼프에 발목을 잡히는 듯했다.

결과는 시종 드라이버 비거리를 박인비보다 10~15m 더 보내며 압도적 플레이를 펼친 김자영의 3&2(2홀 남기고 3홀 차로 앞섬) 승리. 늘 힘이 부치는 모습을 보였던 김자영은 5일간 7라운드, 121홀의 엄청난 격전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지난 겨울, 2010년 데뷔 후 처음으로 김자영이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소화한 덕분이다. 강훈으로 힘이 실리니 비거리가 향상되고 스윙이 안정됐다. ‘얼짱’의 나약한 이미지도 깨끗이 씻어냈다.

국내에서 2015~2016시즌 단 2년간 ‘폭풍 10승’을 거두고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 데뷔한 박성현(24). 신인왕 포인트 압도적 1위에 9개 대회에서 네 번이나 5위 이내 랭크되는 선전을 펼치고 있지만 우승은 눈에 보일 듯 말 듯한다. 체력이 약한 탓이 아닐까.

미국뿐 아니라 중남미, 아시아, 호주, 유럽을 돌아다니는 LPGA 투어는 주로 비행기로 움직이지만 이동거리가 국내에 비해 상상을 초월한다. 하루 수백 개의 푸시업 등으로 어깨, 팔, 허리 근육을 단련해 드라이버 비거리는 평균 270야드(약 246m)로 세계 톱 랭커급이지만, 다소 마른 체격으로는 매주 4라운드 경기가 버거울 수밖에 없다.

이일희(29)는 특히 체력이 약한 선수다. 7년간 LPGA에서 거둔 유일한 승리가 강풍, 폭우로 3라운드 12홀로 마친 퓨어실크 바하마클래식. 아마 4라운드까지 치렀다면 축하 샴페인을 터뜨리지 못했을 것이다. 이일희는 지난 5월 29일 끝난 볼빅 챔피언십에서는 단일 대회 하락세의 전형(1R→공동 4위, 2R→공동 25위, 3R→공동 53위, 4R→공동 65위)을 보였다.

아마추어도 마찬가지다. 체력이 약한 사람은 전반에 잘 나가다가도 후반 막판에 무너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특히 전날 과음한 이는 전반에는 집중을 해 스코어가 잘 나올 수 있다. 그러나 후반엔 술기운이 올라와 근육이 풀어진 탓에 공이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골프 잘 치는 비결은 따로 없다. 라운드 2~3일 전부터 술을 자제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면 된다. 물론 매일 10분 이상의 꾸준한 스트레칭과 주말 등산이나 하루 30분 이상 산책 등 상·하체를 고루 단련시키는 운동은 필수다. 필자는 10년 전 다섯 팀으로 구성된 동창회 골프모임의 대회를 앞두고 1주일간 모임을 자제하며 이틀에 한 번씩 연습장을 찾았다. 결과는 우승, 메달리스트, 니어리스트 3관왕에 롱기스트 2위(1위와 10m 차)였다.

‘골프의 전설’ 아놀드 파머가 이야기한 ‘간절함과 자신감’에 ‘성실함과 절제력’이 더해져야 고수(高手)의 반열에 오른다. 내일 아침부터 이부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몸 만들기를 시작하자.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전 스포츠조선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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