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위트 넘치고 재미난 광고 문구나 슬로건이 많다. 최순실 사건 피의자들의 관련 뉴스를 보다 접하게 된 것이 ‘희망의 시작, 서울 구치소입니다’였다. 입소자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사회에 나가면 새 삶을 살게 하는 강한 메시지를 던지지 않을까.

‘맛없는 커피를 먹을 만큼 인생이 길지 않아요’(커피숍), ‘세상의 모든 통증이 사라질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정형외과) 등도 웃음을 짓게 하면서도 감명이 있다.

필자가 사는 집 앞 골프연습장의 ‘골프, 첫 번째 선생님이 중요합니다’라는 플래카드는 레슨 프로의 실력과 상관없이 초보자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또 골프를 웬만큼 치는 사람들에게는 예전 골프 입문할 때의 선생을 떠올리게 한다. 필자의 골프 시작 무렵인 1990년대 초엔 제대로 된 골프 선생이 드물었다. 체계적인 레슨 프로그램도 없었던 데다 5분 정도 가르치고 다음 레슨자에게 가버리니 혼자서 기본기를 익히는 거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아마추어 골퍼들의 스윙 폼이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또 20명에 한 명꼴은 독학파다. 친구들에게 이끌려 실전에서 ‘머리를 올리거나’, 골프 선생이 마음에 안 들어 며칠 배우다가 레슨을 포기하고 홀로 책이나 비디오를 보면서 샷을 다듬었던 이들이다.

독학파 중 가장 재미있는 케이스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전 경남지사)가 아닐까. 판사와 검사들은 지방 근무가 많은 직업이다. 지방에서 근무하는 판사와 검사들은 가족과 떨어져 있어 시간이 많은 만큼 대부분 소일거리로 골프 입문을 하는 경우가 많다. 홍 전 지사도 평검사 시절 지방 근무를 하면서 선배들의 권유로 골프채를 잡게 됐다. 첫날 골프연습장엘 가니 레슨 프로가 ‘지엄한 영감님’이 오신 만큼 성의를 다해 가르친다고 머리를 만지고(헤드업 방지) 팔을 비틀며 기본 자세를 가르쳤다. 피의자들을 다루는 검사가 거꾸로 피의자가 된 기분이 들자 그는 “에잇, 레슨 안 받아!” 하면서 집으로 휑하니 가버렸다고 한다. 이후 그는 스윙 폼을 거울을 보고 혼자서 익혔으니 오죽했을까. 그의 동반자들은 그가 드라이버 치는 모습을 보고 배꼽을 잡는다고 한다. 스윙을 한 뒤 개구리처럼 폴짝 뛰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으리라.

더 웃기는 건 또 다른 독학파인 필자의 친구다. 나름 어떻게 궁리를 했는지 재래식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폼으로 드라이버를 잡는다. 그리고는 냅다 휘두르는데, 공이 240m가량 나가니 동반자들이 처음엔 폭소를 터뜨리다가 곧 괴력의 장타력에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한다.

타이거 우즈가 전성기 때인 10년 전, 무릎을 꿇고 우드 3번으로 230야드(약 209m)를 날리는 장면을 TV 중계로 본 적이 있다. 그런데 큰 체격도 아닌 내 친구는 이상한 폼으로 ‘타이거 우즈급’ 비거리를 내니 기삿거리라 할 수 있다. 제대로 못 배운 탓에 골프 폼이 엉성하다고 느끼는 이들은 두 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하나는 비용이 많이 들지만 이름난 프로를 찾아가 3~4개월간 집중 훈련을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묵은 폼을 ‘조강지처’라 여기고 빈 스윙으로 꾸준히 가다듬는 것이다.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전 스포츠조선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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