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기원전 551~기원전 479) 말씀에 ‘삼인지행 필유아사(三人之行 必有我師)’라는 게 있다.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가면 그중에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는 뜻이다. 2500년 전 인물인 공자가 골프 상황까지 내다보셨을까. 골프는 대개 4인 1조이며 동반자가 3명이지 않은가. 동반자 중에 나의 스승이 있기 마련이다.

얼마 전 폭염 속에 친구들과 라운드를 했다. 며칠간 잠을 설쳐 컨디션이 안 좋은 데다 땀을 줄줄 흘린 탓인지 드라이버샷을 날릴 때 잘 안 나던 훅이 계속 났다. 나와 핸디캡이 비슷한 친구에게 물어봤다. “이유가 뭐지?” “In & Out으로 쳐야 하는데, 폼이 흐트러져 In & In이 되니 샷이 말릴 수밖에~.” 친구 말대로 ‘In & Out’으로 수정하자 공이 똑바로 날아갔다.

이처럼 컨디션이 안 좋거나 어디가 아프면 일시적으로 방향성이 나쁘거나 뒤땅을 치게 된다. 이럴 때는 동반자 중 고수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요청하면 의외로 즉효를 볼 수 있다. 대부분 골퍼들이 자신의 흠은 깨닫지 못하지만 상대방의 단점은 족집게처럼 잡아내기 때문이다.

물론 라운드 중 이것저것 손을 대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우리 뇌는 두 가지 이상이 입력되면 혼란을 일으켜 수정이 힘들어진다. ‘In & In’이나 온몸이 일어나는 ‘보디업’ 혹은 백스윙 시 급하게 골프채를 들어올리는 것 등 즉석 교정이 가능한 것만 효과를 볼 수 있다. 오랜 습관이 붙은 헤드업이나 어설픈 팔로스루는 현장에서 고치기 힘들다. 이는 연습장에서 전문적인 레슨을 받아야 폼을 완성할 수 있다.

동반자가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으면 캐디의 힘을 빌리는 건 어떨지. 3년 차 이상되는 캐디는 갖가지 특이한 동작의 골퍼들을 경험해봐 단점 찾기에는 레슨프로 못지않은 안목을 갖고 있다. 공이 잘 안 맞을 때는 슬며시 ‘한수’를 부탁해 보자. 뜻밖의 명쾌한 원포인트를 지적받아 샷이 달라진다. 좀 적극적인 성격의 캐디는 먼저 잘못된 점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전반적인 스윙 교정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전문가가 아니어서 혼선이 올 수가 있다.

연습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평소와 같은 컨디션인데도 악성 훅이나 슬라이스가 나거나 생크(공이 오른쪽으로 심하게 휘는 현상)를 연속 저지르는 경우가 있다. 뭔가 몸에 이상이 있어 트러블이 생긴 것. 이럴 땐 뒤 타석의 이용자가 초보자가 아닌 것 같으면 정중히 훈수를 요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반적으로는 연습 틈틈이 앞 타석의 이용자가 샷이 신통찮을 경우 어떤 단점을 갖고 있는지 눈여겨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런 요청을 받고 ‘만점 교습’을 해준 사례가 많다. 어드레스 때 오른쪽 어깨를 5도 정도 더 기울여 방향성을 개선해주거나, 어프로치 때 양 손목의 꺾임이 없는 스윙으로 비거리의 정확성을 높여준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연습장의 레슨프로에게는 결례이므로, 눈치껏 팁(tip)을 줘야 한다. 물론 아마추어의 원포인트 레슨은 그야말로 일회용이고 긴급용이다. 골프장 프로로부터 정식 교습을 받는 게 기량 향상의 지름길이다.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전 스포츠조선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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