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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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골프다이제스트에 실린 필 미켈슨(47)의 쇼트게임 관련 글을 읽다 미 PGA 취재 경험이 떠올랐다. 이 잡지는 “미켈슨이 구사하는 쇼트게임의 기술은 신인이었던 1992년의 기술과 거의 똑같다”고 했다.

그런데 그 기술이라는 게 신기하거나 대단한 것이 아니다. 주말 골퍼들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을 ‘코킹의 유지(hinge and hold)’이다. 쇼트게임 백스윙을 하면서 손목을 꺾은 뒤 공을 치고 피니시를 할 때까지 손목을 풀지 말고 유지하라는 것이다. 주말 골퍼들의 칩샷 실수는 대부분 헤드가 양손을 앞질러 나가기 때문이다.

미켈슨이 아직 30대로 전성기를 달리던 2000년대 후반 미국에 취재 갔을 때 일이다. PGA 투어는 당대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출전하는 만큼 연습 장면도 대단한 볼거리다. 멋진 샷이 나올 때마다 팬들 환호성이 쏟아진다. 미켈슨이 쇼트게임을 연습하자 동료들까지 몰려서 구경했다. 미켈슨은 프로들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 64도 웨지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다양한 각도의 로브샷과 칩샷을 했다. 연습이라기보다는 공을 갖고 노는 것 같았다. 표정도 밝았다. 드라이버 연습 때 원하는 샷이 나오지 않으면 고개를 흔들며 실망하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피니시의 높이에 의해 공의 탄도와 스핀을 자유자재로 조절했다. 마지막까지 클럽 페이스가 목표를 향하게 하는 미켈슨의 어프로치는 홀에서 한두 뼘을 벗어나지 않았다.

미켈슨은 메이저 5승을 포함해 PGA투어 42승을 거둔 레전드이지만 타이거 우즈에 밀려 ‘영원한 2인자’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쇼트게임만큼은 그가 도달한 ‘예술의 경지’를 따라올 이가 없었다.

미켈슨이 이렇게 달인이 된 비결은 어린 시절 마음껏 공을 갖고 논 데 있다. 그는 “남들이 어렵다고 하는 러프에 잠긴 공을 칠 때도 나는 어린 시절 집 뒷마당에서 수만 번씩 쳐본 샷 중 하나라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미군 전투기 조종사였던 아버지는 18개월이 된 미켈슨에게 골프클럽을 들려주었다. 집 뒷마당에 실제 코스를 본뜬 쇼트게임 연습장을 만들고는 어프로치 샷이나 어려운 퍼팅을 넣을 때마다 미켈슨에게 동전을 상금으로 주었다. 상금을 받고 싶은 마음에 시도 때도 없이 뒷마당에서 골프클럽을 쥐었다. 미켈슨은 원래 오른손잡이였지만 맞은편에 있는 아버지의 스윙을 보고 따라하다 왼손으로 골프를 치게 됐다. 그는 지금도 집 마당에 장기인 로브샷과 쇼트게임을 연습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어 놓는다. ‘웨지의 마법사’ 미켈슨이 추천하는 쇼트게임 원칙은 이렇다.

“늘 견고한 게임을 할 수 있는 첫 번째 원칙은 ‘코킹의 유지’이다. 그린 주변에서 부드러운 임팩트와 거리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백스윙에서 일찍 코킹을 한 뒤, 다운스윙에서도 그 코킹이 그대로 유지되는 감을 느껴야 한다. 그래야 손이 클럽보다 앞에 있는 상황(핸드 퍼스트)에서 샷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다운스윙 시 가속을 붙이면서, 클럽 페이스는 마지막까지 어드레스 동작과 일치하도록 손목 움직임을 억제해야 한다.”

미켈슨은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과 함께 ‘아는 것보다는 좋아하는 게, 좋아하는 것보다는 즐기는 게’ 달인이 되는 지름길이라는 걸 보여준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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