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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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연습해도 7번 아이언보다 긴 클럽은 거리가 똑같다고 하소연하는 주말 골퍼들이 적지 않다. 6번이나 5번, 심지어 4번으로 쳐도 7번 아이언 거리밖에 안 난다는 것이다. 대개 한 클럽 더 길게 잡으면 10~15야드 정도 멀리 가게 된다. 그런데 롱아이언으로 갈수록 거리가 줄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인 경우가 많다. 클럽 길이가 길어지면서 공을 정확하게 맞히기 힘들고 로프트가 낮아 공을 제대로 띄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을 클럽의 변화로 해소하는 방법 중 하나가 하이브리드(hybrid)클럽을 사용하는 것이다.

아이언의 정확성과 우드의 거리라는 장점을 이종결합했다는 의미로 ‘하이브리드’라고 이름 붙인 클럽이다. 뭉툭한 헤드 모양이 고구마 같다고 해서 한국에선 ‘고구마’라고 불리기도 한다. 아이언 모양의 헤드 페이스에 우드 같은 뒷부분을 붙였다. 무게중심을 낮춰 공을 띄우기 쉽고, 헤드 모양 때문에 러프에서도 풀에 덜 감겨 탈출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2009년 PGA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를 꺾고 아시아 첫 메이저 챔피언이 됐던 양용은에게는 ‘고구마의 달인’이란 별명이 따라다닌다. 세계적인 하이브리드클럽 붐도 일으켰다.

그가 PGA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 18번홀에서 홀까지 210야드를 남겨 놓고 하이브리드클럽 21도로 나무를 넘겨 홀 2m에 붙인 장면은 백미였다. 당시 만났던 양용은에게 비결을 묻자 그저 “워낙 자신 있는 클럽이어서 편하게 휘둘렀을 뿐”이라고 했다. 양용은은 요즘도 하이브리드클럽을 4개(2~5번)나 사용한다. 아이언은 제일 긴 게 6번이다. 최근엔 최경주도 하이브리드클럽을 4개 들고 다닌다. 최경주는 “양 프로가 치는 하이브리드 샷은 다른 사람 웨지 샷처럼 편안해 보이고 정확성이 높다”며 “세계에서 하이브리드를 가장 잘 다루는 골퍼”라고 했다.

양용은이 고구마의 달인이 된 것은 살기남기 위해서였다. “PGA에 처음 가니까 한국이나 일본과 달리 470야드가 넘는 파4홀이 적어도 4개 이상씩은 있어요. 그럼 저는 롱 아이언으로 두 번째 샷을 한 뒤 간신히 파나 보기를 하는데 장타를 치는 미국 선수들은 버디나 파를 하는 거예요. 여기서만 최대 8타 차이가 나요. 이래서는 컷 통과도 어려워요.”

양용은에게 하이브리드클럽은 부족한 거리를 만회하고 정확성을 높여주는 ‘보검’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그는 지난해 말 일본프로골프투어 퀄리파잉스쿨을 수석으로 통과해 재기 발판을 마련했다. 양용은이 전하는 하이브리드클럽 100% 활용법은 이렇다. 그는 아이언으로 가볍게 펀치 샷을 하듯 스윙하라고 했다. 평소 아이언 풀스윙의 80% 크기로 부드럽게 공 뒤를 맞혀주기만 하면 클럽이 알아서 공도 띄워주고 멀리 보낸다는 것이다. 그는 “롱아이언으로는 제대로 공을 맞힐 수 있을까 불안감이 컸고 탄도가 낮아 그린에 공을 세우기 힘들었다”며 “하이브리드는 치기 쉽게 만든 클럽이라는 점을 믿고 공만 끝까지 보고 치면 되더라”고 했다. 그는 5번 하이브리드 클럽의 길이를 5번 아이언과 길이를 같게 한다고 한다. 아이언에 맞춰 하이브리드 길이를 5㎝ 정도 짧게 만드는 것이다. 심리적으로 훨씬 치기 쉽다고 한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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