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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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하나. 보통 남자 프로골퍼는 1.8초, 여자 프로골퍼는 2초 정도 걸린다. 많은 골퍼들이 이것을 골프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무엇일까.

정답은 샷. 2초는 한 번의 샷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보기플레이로 90타를 쳤다면 샷을 한 시간은 딱 3분인 셈이다. 2초라는 이 짧은 시간에 백스윙과 다운스윙을 거쳐 피니시 동작까지 몸과 클럽이 순서대로 질서 있게 움직여야 한다. 힘껏 멀리 치고 싶은 욕심에 공을 향해 달려들려는 본능과, 바쁘더라도 차근차근 순서를 지켜야 제대로 칠 수 있다는 이성이 샷을 할 때마다 대결을 벌인다.

주말 골퍼들이 가장 많이 하는 스윙 실수가 ‘엎어치기’다. 다운스윙에서 골반 회전을 하지 않은 채 상체와 어깨가 먼저 회전하면서 나오는 문제다. 스윙 축이 완전히 무너져 공이 어디로 갈지 아무도 모르게 된다. 올해 미국프로골프(LPGA) 투어 데뷔전에서 우승한 고진영(23) 프로를 통해 이런 문제를 풀어주는 묘약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고진영은 박성현 같은 파워히터는 아니지만 리듬을 잘 살리는 효율적인 스윙을 하고 정확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2014년 첫 우승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3승씩 거두었다.

3년 전 고진영은 잠시 샷이 흔들리던 시기가 있었다. 방향성이 흐트러졌다. 그는 백스윙 톱에서 잠시 멈추었다가 다운스윙을 시작하는 ‘스톱 앤 고(stop and go)’ 스윙 연습을 했다. 지금은 아니지만 실전에서도 잠시 사용했다. 이유를 들어보니 “잠시 멈추는 동작을 통해 자신의 스윙을 진단할 수 있고 방향성을 바로잡는 임시 처방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했다.

스윙은 물 흐르듯 한 번의 연쇄동작으로 이뤄지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렇다면 중간에 잠시 멈추는 ‘스톱 앤 고’ 스윙을 통해 어떤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일까. 주말 골퍼의 최대 적인 ‘엎어치기’를 예방할 수 있다.

상체와 팔이 공을 향해 달려들기 전에 잠시 멈추는 동작으로 골반이 회전할 여유를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왼다리에 체중이 실릴 시간을 벌어주기 때문에 체중 이동을 잘할 수 있다. 체중 이동이 잘 안 되던 골퍼라면 이 스윙으로 비거리를 늘릴 수 있다.

가장 큰 효과라면 뒤땅이나 토핑, 방향성 등 자신의 스윙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잠시 멈추는 동작으로 느껴볼 수 있다. 재미동포 골퍼인 김찬도 ‘스톱 앤 고’ 스윙의 예찬론자다. 그는 일본투어에서 최고의 장타자로 유명하다. 지난해 한국 대회에 출전했던 김찬은 경기 중 공이 잘 맞지 않으면 잠시 멈추는 빈 스윙을 하곤 했다. 그는 “백스윙 톱에서 3초 동안 멈췄다가 치는 템포 연습을 하면 가끔 스윙이 망가졌을 때 바로잡을 수 있다”고 했다. 일본의 골프 스타 마쓰야마 히데키는 아예 백스윙 톱에서 한참 멈추었다 치는 스윙이 트레이드 마크다. ‘스톱 앤 고’ 스윙을 연습해 보면 공을 향해 달려들려는 본능이 얼마나 큰지 실감하게 된다. 백스윙 톱 자세를 만들고 마음속으로 자신의 템포에 맞춰 ‘하나’, 혹은 ‘하나, 둘’, 혹은 ‘하나, 둘, 셋’을 센 뒤 천천히 다운스윙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움직임을 느껴보자.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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