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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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로골프(PGA) 투어를 중계하는 TV 화면에 그가 나오면 ‘이번엔 어떤 샷을 할까’ 유심히 지켜보게 된다. 그때마다 실망시키지 않고 엄청난 장타를 뿜어내거나 공이 크게 휘면서 그린을 찾아가는 묘기 샷들을 감상하게 된다. 어릴 적 솔방울을 치며 독학으로 골프를 익힌 왼손잡이 장타자 버바 왓슨(40) 이야기이다. 그는 191㎝, 82㎏의 거구에 마음만 먹으면 350야드를 넘기는 장타를 치지만 오버 스윙에 엉거주춤한 피니시 자세까지 교과서에 나오는 것과는 정반대로 골프를 한다.

그는 엉성한 스윙을 갖고 있지만 상상력이 없다면 불가능할 신기의 샷들을 만들어낸다. 골프 예술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스윙 메커니즘과 이론에 얽매이는 기술자형 골퍼들은 골프의 본질을 모른다고 비판한다. 왜 스윙을 하는가. 공을 원하는 곳으로 보내기 위한 것이 아닌가.

왓슨은 올해 제네시스 오픈과 델 테크놀러지 매치플레이를 우승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올해 마스터스(4월 5일 개막)의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한 명이다. 한 번도 골프 레슨을 받지 않은 그가 2012·2014년 마스터스의 그린재킷을 입었을 때 미국 언론들은 “골프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열광했다. 기계적인 스윙이 주류를 장악한 세계 골프계가 개성과 감각이 톡톡 튀는 이단아의 출현에 환호한 것이다.

획일적인 틀에 스윙을 맞추려다 재미까지 잃어버린 주말 골퍼라면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버바 골프’는 좋은 치료제가 될 수 있다. 그는 “스윙이 있는 곳에 샷이 있다”는 한마디로 자신의 골프를 정리한다. 그에게 드라이버 샷을 잘 칠 수 있는 방법을 물으니 “그냥 들었다 쳐라”고 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자신있게 스윙하는 게 최고의 비결이다. 그의 이야기(골프다이제스트)를 들어보자. 그는 피니시 자세의 밸런스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공을 높이 띄우기 위해서 다운스윙에서 머리와 상체를 최대한 오랫동안 공 뒤쪽에 머무르도록 하려는 노력의 결과이다. 다양한 샷을 시도하기 때문에 피니시 자세가 조금 이상해 보이더라도 공을 정확하게 맞힐 수 있다면 피니시 자세는 중요하지 않다.”

그는 임팩트 직후에도 클럽 페이스가 목표 방향을 바라보는 게 좋다고 믿는다. 그는 이런 스윙으로 멋진 페이드샷을 구사한다.

“페이드샷이 더 정확하고 거리도 드로샷과 별 차이가 없다. 공을 정확하게 스위트 스팟에 맞히기 위해서는 임팩트 직후에도 페이스를 스퀘어 상태로 유지하는 게 좋다. 중요한 것은 임팩트 순간 클럽페이스가 닫히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다.”

그는 백스윙 과정에서 목표 쪽에 가까운 발(왼손잡이는 오른발, 오른손잡이는 왼발)의 발꿈치를 들어올리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고전 스윙에 가까운 발상이다. “자연스럽게 발꿈치를 들어올리면 공 뒤에서 큰 동작을 만들 수 있다. 억지로 발을 지면에 붙이고 있으면 저항력 때문에 부상 위험이 있고 거리도 줄어든다.”

무작정 왓슨을 따라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그의 스윙 동작에도 이렇게 분명한 이유가 있다. 사람마다 체격과 장점이 다르다. 자신의 몸에 맞고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스윙을 하는 게 중요한 것이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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