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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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인원은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다. 이걸 제대로 보여준 것은 지난해 유럽프로골프 투어의 ‘홀인원 실험’이었다. 유럽 투어에서 3승을 거둔 에두아르두 몰리나리(이탈리아)에게 145야드 길이의 파 3홀에서 500번 샷 할 기회를 주고 홀인원에 도전하게 했다. 9번 아이언을 쥘 거리였으니 행운보다는 실력으로 확률에 도전해 보자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몰리나리가 친 첫 샷이 홀 10㎝에 붙어 도전이 쉽게 성공할 것 같았지만 마지막 500번째 샷까지 애를 태우는 장면만 끝없이 이어졌다. 골프다이제스트 조사에 따르면 파 3홀 홀인원 확률은 프로 골퍼는 3000분의 1, 보통 아마추어 골퍼는 1만2000분의 1이다.

투어 선수 출신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홀인원을 한 것으로 알려진 허석호(46) 프로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홀인원 비법 특강’을 부탁했다. 그는 2016년 일본 투어를 마치고 지난해부터 성남 남서울골프장 부설 연습장에 아카데미를 차리고 골퍼들을 지도하고 있다. 한국 투어 2승, 일본 투어 8승을 거두었다. 공식 대회 7번, 친선라운드 및 연습라운드 10번 등 모두 17차례 홀인원을 했다고 한다.

그는 “주말 골퍼 같으면 비법이 있다고 너스레를 떨 수도 있겠지만 골프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그럴 수는 없다”고 했다.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면 1m 퍼팅도 만만치 않은 게 골프인데 100m가 훌쩍 넘는 거리를 단번에 넣는 비법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대신 파 3홀에서 아이언샷 정확성을 높이는 방법을 소개하겠다고 했다. “파 3홀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일정한 거리를 보낼 수 있는 능력이죠. 잘 맞았을 때와 안 맞았을 때의 갭이 큰 선수보다는 거리를 일정하게 맞추는 선수의 홀인원 확률이 높아요. 공만 정확하게 터치하면 디보트도 얇게 나요. 이런 사람의 아이언 샷이 지나치게 찍어 쳐서 거리가 들쭉날쭉한 사람보다 홀인원 확률이 높겠죠.”

허석호는 파 3홀에서 아이언 샷을 할 때는 ①티를 꽂고 칠 것 ②그립의 힘을 일정하게 할 것 ③지나가듯 쓸어 칠 것 등을 권했다. 티를 꽂고 치는 이유는 잔디의 저항을 받지 않고 탄도를 일정하게 만드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는 그립을 10의 힘을 가장 강하다고 할 때 7~8의 힘으로 지긋이 단단하게 잡는 걸 선호한다고 했다. “그립의 힘을 빼라는 표현은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임팩트 때도 부드럽게 쥐는 사람은 없거든요. 공을 제대로 치기 위해 손목을 부드럽게 하라는 뜻인데 오해하는 것이라고 봐요”라고 설명했다. 공을 티에 올려놓고 치기 때문에 찍어 치는 대신 클럽이 공을 지나가듯 쓸어 쳐야 일정한 힘과 궤도로 공을 칠 수 있다고 했다. ‘티 치기’ 훈련법도 소개했다. “공을 일정하게 치기 위해서는 다운스윙 때 클럽 최저점이 일정해야 해요. 잔디 위에 티를 꽂아놓고 티 윗부분만 정확하게 맞히는 훈련을 하면 큰 도움이 되죠.”

그는 “티잉 그라운드와 그린 위 바람의 세기나 방향이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린 위를 기준으로 바람을 읽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린 경사를 미리 파악해 공을 어디에 떨어뜨릴지를 파악해두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렇게 만전을 기하다 보면 홀인원의 꿈도 가까워질 것 같았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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