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 손흥민 한국대표팀, 토마스 뮐러 독일 대표팀, 하비에르 에르난데스 멕시코 대표팀, 리오넬  메시 아르헨티나 대표팀, 모하메드 살라 이집트 대표팀, 에밀 포르스베리 스웨덴 대표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포르투갈 대표팀 ⓒphoto 뉴시스
사진 왼쪽부터 손흥민 한국대표팀, 토마스 뮐러 독일 대표팀, 하비에르 에르난데스 멕시코 대표팀, 리오넬 메시 아르헨티나 대표팀, 모하메드 살라 이집트 대표팀, 에밀 포르스베리 스웨덴 대표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포르투갈 대표팀 ⓒphoto 뉴시스

“월드컵 언제 해요?”

아직도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듣는 말이다. 2018 FIFA(국제축구연맹) 러시아월드컵 개막(6월 14일)이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국내에선 월드컵 열기를 쉽게 느낄 수 없다. 한국 축구에 대한 기대감이 현저하게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신태용 감독은 최종 예선 마지막 두 경기를 모두 0 대 0으로 비기는 등 어렵게 대표팀을 월드컵 본선으로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대표팀은 경기력 논란에 휩싸였고, ‘히딩크 대망론’까지 터져 나오며 위기에 몰렸다. 지난 3월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도 시원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대회를 눈앞에 두고는 줄부상이 이어지고 있다. 김민재와 권창훈, 염기훈, 이근호 등 대표팀의 주축 멤버들이 잇따라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특히 올 시즌 프랑스 리그에서 11골을 터뜨리며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한 권창훈은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아킬레스건을 다쳐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래도 월드컵은 월드컵이다. 2002년 전 국민을 열광에 빠뜨렸던 바로 그 월드컵이다. 4년마다 찾아오는 세계인의 축구 축제를 낙담한 채로 기다릴 수는 없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최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팬들에게 특별히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우리가 여행 갈 때를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가서도 좋지만, 준비하는 과정이 참 설레잖아요. 월드컵도 마찬가지예요. 지금 희망 없이 대회를 기다리는 분위기인데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축제를 이렇게 기다리면 팬들에겐 손해입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개막일을 기다렸으면 좋겠습니다.”

월드컵을 앞두고 예습을 해보자. 역대 21번째 월드컵인 이번 대회는 6월 14일부터 7월 15일까지 약 한 달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러시아의 11개 도시 12개 경기장에서 열린다. A~H조에 속한 32개 팀은 조별리그를 거쳐 각 조 1~2위가 16강에 오른다. 16강전부터는 단판 승부 토너먼트다. 전 세계 수억 명의 시청자가 지켜볼 결승전은 7월 15일 밤 12시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각 조별로 전력을 분석해봤다.

F조 한국(FIFA 랭킹 61위) 독일(1위) 멕시코(15위) 스웨덴(23위)

한국의 대회 성패는 첫판에 달렸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한국이 역대 최고 성적(4위)을 올린 2002 한·일월드컵(폴란드전 2 대 0 승)이나 원정 월드컵 첫 16강을 이룬 2010 남아공월드컵(그리스전 2 대 0 승)에선 모두 조별리그 1차전을 승리했다. 신태용호(號)는 6월 18일 오후 9시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스웨덴과 조별리그 1차전을 벌인다.

한국과 월드컵 본선에서 처음 맞붙는 스웨덴은 북유럽 축구를 대표하는 강호다. 1958년 홈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축구 황제’ 펠레가 활약한 브라질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고, 1994 미국월드컵에선 3위에 올랐다. 이번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도 네덜란드를 조 3위로 밀어내고 플레이오프에 올라 이탈리아를 무너뜨리고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체격적인 우세를 앞세워 롱패스 위주의 축구를 구사한다.

스웨덴의 ‘에이스’는 에밀 포르스베리(라이프치히)다. 스웨덴 대표팀 왼쪽 미드필더인 그는 2016~2017시즌 분데스리가 도움왕(19개)에 오른 ‘패스 마스터’다. 유럽 예선에서 8골을 터뜨린 마르쿠스 베리(알아인)의 결정력도 매섭다. 베리는 올 시즌 알아인에서 31경기를 뛰며 34골을 몰아넣었다.

6월 23일 밤 12시 한국과 2차전(로스토프 아레나)을 벌이는 멕시코는 북중미의 맹주다. 멕시코는 최근 여섯 번 월드컵에서 모두 16강에 합류했지만 8강에는 오르지 못한 특이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치차리토(작은 콩)’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맨유와 레알 마드리드 등에서 활약한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웨스트햄)는 뛰어난 결정력으로 A매치 100경기에서 49골을 넣었다. A매치 142경기(25골)에 나선 미드필더 안드레스 과르다도(베티스)가 캡틴으로 팀의 중심을 잡는다. 월드컵 역사에서 유일하게 4회(2002·2006·2010·2014) 연속 주장으로 대회에 나선 39세의 백전노장 라파엘 마르케스도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인 독일은 FIFA 랭킹 1위의 세계 최강팀이다. 2014 브라질월드컵 우승국인 독일은 이번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도 완벽한 공·수 조화를 이루며 10전 전승(43득점 4실점)을 거뒀다. 한국은 독일과 6월 27일 오후 11시 카잔 아레나에서 맞붙는다.

독일은 대표팀을 두세 팀 꾸려도 큰 전력 차가 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선수층이 두껍다. 2010 남아공월드컵 득점왕 토마스 뮐러(바이에른 뮌헨)가 자신의 세 번째 월드컵에 나선다. 그는 월드컵 본선 통산 10골을 기록 중이다. 세계 최고 중원 사령관으로 통하는 토니 크로스(레알 마드리드)가 팀의 허리를 책임진다.

레프 야신(1929~1990) 이후 세계 최고 골키퍼로 손꼽히는 마누엘 노이어(뮌헨)도 오랜 부상을 딛고 일단 예비 명단에 포함됐다. 그는 4년 전 브라질월드컵에서 독일 골문을 든든히 지키며 팀 우승을 이끌었다.

이들과 맞서는 한국의 간판스타는 역시 손흥민(토트넘)이다. 2015년 아시아 최고 이적료인 400억원에 잉글랜드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그는 지난 시즌 아시아 선수로 유럽 빅리그 한 시즌 최다 골 기록(21골)을 세웠다. 올 시즌에도 18차례 골망을 갈랐다. FIFA(국제축구연맹) 산하 CIES(국제스포츠연구센터)는 지난 3월 손흥민의 예상 이적료를 9040만유로(약 1147억원)로 책정했다.

이용수 세종대 교수(전 축구협회 기술위원장)는 “월드컵에선 모든 팀이 약체로 평가받는 한국을 상대로 승점 3을 따기 위해 공격적으로 전진할 것”이라며 “한국은 현실적으로 상대의 넓은 뒷공간을 파고들어 기습적인 ‘한 방’을 노려야 한다. 손흥민이 있으니 충분히 가능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신태용 감독은 손흥민의 공격 파트너를 두고 고심 중이다. 권창훈과 이근호가 부상으로 낙마한 상황에서 저돌적인 돌파가 돋보이는 황희찬(잘츠부르크)이 선발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황소’라 불리는 황희찬이 왕성한 활동량으로 상대 수비를 끌고 다니며 빈 공간을 만들어주고, 손흥민이 이를 침투해 득점으로 연결하는 것이 전문가들이 꼽는 한국의 가장 확실한 월드컵 득점 공식이다.

이번 월드컵 대표팀에 ‘깜짝 발탁’된 문선민(인천)과 이승우(베로나)도 주목할 선수다. 두 선수 모두 재빠른 침투가 돋보이는 스타일로 상대적으로 스피드가 빠르지 않은 스웨덴 수비진을 공략할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신 감독은 “문선민과 이승우, 구자철 등으로도 (손흥민과) 투톱 형태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허리는 ‘캡틴’ 기성용(스완지시티)이 책임질 예정이다. 문제는 뒷문이다. 한국의 차세대 수비수로 꼽히며 전천후 활약을 벌이던 김민재(전북)가 부상으로 러시아행이 불발되며 신 감독의 고민이 커졌다. 장현수(도쿄)와 중앙 수비 콤비를 누가 이룰지 관심을 끈다.

A조 러시아(66위·개최국) 우루과이(17위) 이집트(46위) 사우디아라비아(67위)

A조 최고 스타는 누가 뭐래도 ‘파라오(이집트 왕)’로 불리는 이집트 골잡이 모하메드 살라(리버풀)다. 살라는 오랜 시간 견고했던 ‘메날두(메시+호날두)’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선수로 평가받는다. 올 시즌부터 리버풀에서 뛴 살라는 프리미어리그에서 32골을 뽑아내며 역대 리그 한 시즌 최다 골 기록을 세웠다. 28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오른 이집트는 살라와 함께 이번 대회 돌풍을 꿈꾼다.

전통의 강호 우루과이는 루이스 수아레스(바르셀로나)와 에딘손 카바니(파리 생제르맹) 공격 콤비가 가장 위협적인 무기다. 세계적 공격수인 둘은 올해 31세라 이번이 마지막 월드컵일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는 역대 월드컵 개최국 중 가장 전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번 대회 최약체로 꼽힌다.

B조 포르투갈(4위) 스페인(8위) 이란(36위) 모로코(42위)

이베리아반도의 라이벌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한 조에서 만났다. 포르투갈의 수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자신의 네 번째 월드컵에 나선다. 한 해 최고의 축구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를 다섯 번 수상하고, 유럽 프로 무대에서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린 호날두는 2016년 유럽축구선수권에서 우승하면서 포르투갈 국가대표로도 정상을 밟았다. 그에게 남은 건 월드컵 우승 트로피다.

2010 남아공월드컵 챔피언 스페인은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다. 모든 포지션에서 세계적인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FIFA 랭킹이 높은 이란은 끈질긴 수비 축구가 강점이다. 모로코도 이변을 일으킬 수 있는 팀이다.

C조 프랑스(7위) 페루(11위) 덴마크(12위) 호주(40위)

브라질월드컵에서 ‘족집게 예언’으로 화제를 모은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이번 대회의 우승 후보를 꼽아달라는 말에 프랑스를 선택했다. 이영표 위원은 “내가 아는 디디에 데샹 감독이라면 지금쯤 무언가를 만들어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998 월드컵 이후 20년 만에 월드컵 우승을 노리는 프랑스는 폴 포그바(맨유), 앙투안 그리즈만(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은골로 캉테(첼시) 등 화려한 멤버를 자랑한다.

36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오른 페루는 강한 압박으로 공을 끊어낸 뒤 빠르게 공격을 가져가는 역습 전술이 돋보인다. 덴마크는 손흥민의 토트넘 동료인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이끄는 팀이다. 호주는 고전이 예상된다.

D조 아르헨티나(5위) 크로아티아(18위) 아이슬란드(22위) 나이지리아(47위)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는 월드컵 우승의 한을 풀 수 있을까. 브라질월드컵에서 준우승에 그친 뒤 물끄러미 FIFA컵을 바라보는 메시의 표정은 그 대회를 상징하는 장면과 같았다. 소속팀 바르셀로나에서 밥 먹듯 우승 트로피를 든 그도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입고 월드컵이나 코파 아메리카(남미선수권) 정상을 밟지 못했다. 31세의 메시에겐 이번 월드컵이 FIFA컵을 차지할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크로아티아는 세계적 미드필더를 보유한 팀이다. 레알 마드리드의 루카 모드리치와 바르셀로나의 이반 라키티치가 그들이다. ‘바이킹 군단’ 아이슬란드는 처음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다. 서울 도봉구(34만명)와 비슷한 인구를 가진 아이슬란드는 작년 유럽축구선수권 8강 진출 돌풍에 이어 러시아월드컵에서도 새 역사에 도전한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축구를 대표하는 팀이다.

E조 브라질(2위) 스위스(6위) 코스타리카(25위) 세르비아(35위)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의 기세가 등등하다. 2002 한·일월드컵 이후 정상을 밟지 못한 월드컵 최다 우승국(5회) 브라질은 최근 예전의 위용을 되찾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와 쿠티뉴(리버풀), 윌리안(첼시) 등이 버틴 2선 공격진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주앙 미란다(인터밀란), 마르셀루(레알 마드리드) 등 수비진도 든든하다.

브라질월드컵에서 8강 돌풍을 일으킨 코스타리카는 이번에도 명수문장인 케일러 나바스(레알 마드리드)가 골문을 지킨다. 스위스는 끈끈한 조직력이 돋보이는 팀이다. 동유럽 복병 세르비아는 수비에 중점을 두고 경기에 나설 전망이다.

G조 벨기에(3위) 잉글랜드(13위) 튀니지(14위) 파나마(55위)

벨기에는 ‘호화군단’으로 불리는 팀이다. 올 시즌 맨시티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이끈 케빈 더브라위너는 세계 최고 미드필더로 꼽힌다. 로멜로 루카쿠(맨유), 에덴 아자르(첼시), 빈센트 콤파니(맨시티) 등 스타들만 열거해도 입이 아프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는 세대 교체를 단행해 젊은 팀으로 나선다. 토트넘의 주공격수 해리 케인이 잉글랜드 역대 최연소인 25세에 주장 완장을 찼다. 델리 알리(토트넘)와 마커스 래시포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20대 초반 젊은 공격수들이 팀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튀니지는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도 약체로 분류된다. 파나마는 월드컵 본선 첫 경험이다.

H조 폴란드(10위) 콜롬비아(16위) 세네갈(28위) 일본(60위)

일본이 있어 절로 눈이 가는 조다. 폴란드엔 세계적인 스트라이커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뮌헨)가 있다. 그는 올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29골을 터뜨려 2위 닐스 페테르젠(15골)을 14골 차로 따돌리고 득점 1위에 올랐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에 일격을 당했던 폴란드는 12년 만의 대회에서 1970~1980년대의 영광 재현을 노린다.

남미 강호 콜롬비아는 하메스 로드리게스(뮌헨)와 후안 콰드라도(유벤투스) 등 브라질월드컵 8강 주인공들이 건재하다. 세네갈은 사디오 마네(리버풀)와 케이타 발데(모나코)가 최강 날개 라인을 구축한다. 일본은 지난 4월 할릴호지치 감독이 경질되면서 어수선한 상황을 맞이했다. 혼다 게이스케(파추카)와 가가와 신지(도르트문트) 등 왕년의 스타들이 제 몫을 해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장민석 조선일보 스포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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