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미국 앤아버에서 열린 LPGA투어 볼빅 챔피언십 프로암대회에 참가한 문경안 회장. ⓒphoto 볼빅
2017년 미국 앤아버에서 열린 LPGA투어 볼빅 챔피언십 프로암대회에 참가한 문경안 회장. ⓒphoto 볼빅

국산 골프공 업체 볼빅의 문경안(60) 대표는 독특한 아이디어가 많고 고집도 센 편이다. 한번은 ‘인구절벽’에 처한 우리 현실을 극복할 묘안이 있다고 했다. 아이를 둘 낳으면 현역 입대를 면해주자는 것이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스포츠 이벤트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면 병역면제 혜택이 있는데, 국가 보존은 그보다도 더 중요한 과제이니 한번 해볼 만한 프로젝트 아니냐고 했다.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별의별 생각이 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이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다. 지금은 어느 골프장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볼빅 로고가 박힌 ‘뽑기통’을 만들어 ‘뽑기 문화’를 확산시키기도 했다. 역시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서.

그는 신원cc 클럽 챔피언(2006년) 출신이다. 베스트 스코어는 4언더파 68타로 신원cc를 포함해 대여섯 골프장에서 여덟 번 쳤다고 한다. 작고 야무진 체구인데 비거리가 넉넉하고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났다. 샷이글만 20차례 이상 했다고 한다. 아이언 샷도 예리하다. 골프를 잘 치게 된 비결을 들어보았다. 그는 골프를 시작하고 2년 안에 평생의 핸디캡이 결정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만큼 기초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건설업체 재직 시절인 1991년, 은행 지점장과 라운드를 할 기회가 있었어요. 회사에서 배우라고 해서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너무 못 치니까 다른 분들께 방해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공을 집어들고 ‘저는 따라다니기만 하겠다’고 했더니, 그분께서 ‘골프에는 그런 건 없으니 끝까지 해야 한다’고 하시는 거예요.”

더 이상 폐를 끼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이튿날부터 하루 5시간씩 연습했다.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집 옆 연습장에서 2시간을 연습하고, 점심시간이 되면 10분간 후딱 먹고 회사 근처 연습장에서 1시간을 또 연습했다. 그리고 퇴근하면 곧바로 집 근처 연습장으로 가 2시간 더 공을 쳤다. 두 개의 연습장에서 서로 다른 세 명의 코치에게 배웠다. 아침에 손이 펴지지 않아 애를 먹은 적도 있고, 갈비뼈에 금이 간 것만 세 차례였다. 8개월 만에 안성cc에서 78타로 첫 싱글을 했다. 그러고도 1년 반을 그렇게 더 연습했다.

‘그렇게 하면 누구는 싱글 못 치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싱글을 치고 못 치고를 떠나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을까.

30년에 걸쳐 터득한 기본을 그는 이렇게 풀었다. ‘헤드업하지 마라’는 말 대신 ‘공을 치고 난 뒤 잠시 오른쪽 발끝을 보라’고 한다. 헤드업하고 싶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따라하기 쉬운 지침이 필요하다. 백스윙은 누가 왼쪽 어깨를 밀어준다는 생각으로 한다. 대부분 실수가 몸통 회전 없이 팔로만 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운스윙을 하기 전에 공을 보는 것이다. 스윙에는 목표점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0.1초 동안 멈칫하는 사이 자연스럽게 체중이동이 이뤄진다. 엎어칠 위험성도 줄어든다. 어릴 적 구슬치기할 때 맞힐 구슬을 한 번 딱 보고 치는 것과 같다. 그는 “볼빅은 작은 중소기업 규모지만 브랜드 가치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키워보고 싶다”고 했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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