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은퇴 경기인 ‘제19회 하이트진로챔피언십’에서 마지막 홀아웃을 한 강수연. ⓒphoto 뉴시스
지난 10월 은퇴 경기인 ‘제19회 하이트진로챔피언십’에서 마지막 홀아웃을 한 강수연. ⓒphoto 뉴시스

강수연(42)은 1997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해 2018년 가을 은퇴할 때까지 22년간 474개 대회에 참가해 프로통산 12승을 거두었다. 한국투어 8승,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3승,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1승 등 한(韓)·미(美)·일(日) 3국에서 모두 우승을 경험했다.

멋쟁이에 잘 논다는 소리도 듣던 그는 박세리, 김미현, 박지은 등 미국 진출 1세대 골퍼 중 가장 먼저 은퇴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가장 오래 현역으로 뛰었다.

롱런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젊은 선수들과 겨룰 수 있는 체력과 기술을 포함한 경쟁력을 갖춰야 하고 어린 시절 시작한 골프가 지겹지 않아야 한다. 오직 골프뿐인 삶을 사는 한국 골퍼들은 20대 중반만 돼도 번아웃신드롬(탈진증후군)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강수연과 만나보면 잘 놀아야 골프도 오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맺힌 게 있어도 탁 털어버릴 줄 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운동선수로서의 기본(基本)도 좋다. 골프클럽을 쥐기 시작한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3년간 강수연은 숭의초등학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였다. 그 나이에 코너링을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으니 운동신경은 타고났다. 골프 스코어에 결정적인 쇼트게임과 퍼팅 능력은 같은 시대를 경쟁한 박세리를 포함해 어떤 선수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을 들었다. 은퇴하기 몇 년 전부터 당시 아마추어 국가대표이던 최혜진에게 쇼트게임을 가르쳐주었다.

8년 전 그는 미국 생활을 접고 일본 무대로 건너가면서 제2의 골프 인생을 살았다고 했다. 그의 이야기이다. “미국에서 10년간 고생하다 우승하고는 목디스크에 시달렸어요. 재활에 성공하고는 일본에서 즐기는 골프를 하자고 마음먹었죠. 그전까지는 신경도 쓰지 않던 골프장 풍경을 즐기고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니 골프가 더 재미있어지는 거 있죠.”

그는 오래 연습하는 걸 자랑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기본을 다지면서 자신의 감(感)을 살려나가는 짧고 효율적인 훈련 방법 덕분에 오래 선수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강수연에게 주말 골퍼를 위한 조언을 구하자, “연습장에선 똑바로 치는 것보다는 스윙을 잡는 훈련을 하는 게 좋다”고 했다.

“연습장에서 똑바로 친다고 코스에서도 똑바로 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힘의 강도가 달라지거든요. 스윙이 잘못돼도 공은 똑바로 갈 수 있어요. 무작정 똑바로 치려고 하는 건 무의미해요. 이런저런 구질의 공을 쳐보면서 스윙을 잡는 게 더 중요해요. 연습에서 스윙이 잡혀야 코스에서도 필요한 공을 칠 수 있어요.”

그가 최혜진에게 가르쳐준 쇼트게임의 노하우는 뭘까?

“프로선수들이 초보자처럼 큰 실수는 하지 않지만 자신만의 감을 지니고 자신있게 공을 칠 수 있는 선수는 의외로 많지 않아요. 짧은 거리일수록 공을 정확히 맞히는 게 더 중요해지죠. 선수마다 팔의 길이나 어드레스 자세가 다 달라요. 핸드 퍼스트, 손목 고정, 배꼽을 중심으로 몸통 회전 등 이 세 가지 기본을 철저히 지키면서 클럽헤드가 늘 일정한 길을 가며 공을 맞힐 수 있도록 감을 갖는 게 관건이에요.”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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