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투어에 돌풍을 일으키는 조아연. ⓒphoto KLPGA
KLPGA투어에 돌풍을 일으키는 조아연. ⓒphoto KLPGA

올해까지 세 시즌만 따져도 박성현, 고진영에 이어 ‘핫식스’ 이정은까지 미국으로 떠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심심할 줄 알았다. 그런데 입담 좋은 ‘명랑 소녀’ 조아연(19·볼빅)이 달콤 화끈한 신인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그가 KLPGA투어 홈페이지에 올린 자기 소개부터 읽어보자.

“활발하며 궁금증이 많아 가끔 엉뚱하다는 소리를 듣지만 플레이할 때는 그 누구보다 집중해서 경기에 임하고 경기를 즐깁니다. 팬 여러분들이 조아연이라는 이름을 떠올렸을 때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그런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것보다 약간 더 웃기는 버전이 있었는데 자신이 올리지 않은 것이라 지금의 자기 소개로 바꾸어놓았다고 조아연은 이야기했다.

조아연은 KLPGA 사상 초반 기세가 가장 무서운 신인이라 해도 좋을 성적표를 내놓고 있다. 지난 4월 7일 시즌 국내 개막전인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것을 포함해 올 시즌 출전한 4개 대회에서 모두 톱10(6위-우승-5위-6위)에 올랐다. 신인상 포인트 559점으로 지난 4월 21일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 우승한 이승연(322점)을 200점 넘게 앞서고 있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대상 포인트 1위에 평균타수(70.30타) 1위까지 최정상급 위치에 있다. 조아연은 15세에 국가대표가 돼 지난해 월드 팀 챔피언십 개인전 금메달을 차지하며 KLPGA 정회원 자격을 땄다. 지난해 치른 올 시즌 KLPGA투어 시드전은 수석으로 통과했다.

키 166㎝인 조아연은 드라이버샷 230m로 충분한 비거리를 갖고 있고 특기는 아이언샷을 꼽는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저는 퍼트, 그중에서도 짧은 퍼트를 잘 못해요. 그리고 그린에 공을 올리지 못하면 파세이브율이 아주 낮아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최대한 핀 가까이 붙인다는 생각으로 아이언샷을 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실력이 늘었고, 지금은 아이언을 잡으면 공이 핀에 가서 붙을 것 같고 마음이 편안해요. 결과가 두렵지 않아요.”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퍼팅을 못하면 골프를 못한다는 소리나 같은데, 그는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극소화했다.

그럼 아이언샷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뭘까? “다운스윙으로 전환하는 타이밍인 것 같아요. 저는 정상(백스윙톱)에서 잠시 쉬었다 내려온다는 느낌으로 해요. 아마추어분들이 실수하는 모습을 보면 대부분 서두르기 때문이에요.”

아이언 잘 치라고 아버지가 이름을 ‘아연’으로 지었다는 우스갯소리가 우승 인터뷰 도중 사실로 와전되기도 했다. 아연(娥延·예쁠 아, 떨칠 연)은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이라고 한다. 예쁘게 어려움을 떨쳐가면서 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는 어릴 때부터 체력이 좋았다. 골프를 잘하는 비결로 달리기와 줄넘기를 꼽는다. 시즌이 아닐 땐 매일 30~40분씩 달린다. 달리는 속도를 느리게, 빠르게 변화를 주는 인터벌 트레이닝을 즐겨 한다. 줄넘기는 보통 1단뛰기는 10분이면 1000개 정도 한다. 그가 즐겨 하는 2단뛰기는 150개까지 한 적도 있다. “2단뛰기를 하면 임팩트 때 힘을 모아서 쓰는 타이밍 연습도 된다”고 한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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