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팀 코치 시절 박소영 프로와 최혜진, 박현경 선수(왼쪽부터).
국가대표팀 코치 시절 박소영 프로와 최혜진, 박현경 선수(왼쪽부터).

품에 안겨 마음껏 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4월 28일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이자 국내 여자 골프에서 가장 역사가 오랜 KL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최혜진(20)은 역대 우승자 중 한 사람을 붙잡고 그렇게 울었다.

1999년 KLPGA챔피언십에서 우승했던 박소영(43) 프로였다. 최혜진과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국가대표팀에서 코치와 선수로 함께했다. 그는 2018년까지 대표팀 코치로 일했다. 골프는 아마추어 선수라도 개인 스윙코치와 멘털트레이너가 따로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선수 선발도 코치가 하는 게 아니고 협회가 정한 대표 선발 기준에 따라 이루어진다. 다른 종목처럼 깊은 인연이 맺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최혜진에게 눈물의 의미를 들어보았다.

“너무 좋아서 나온 눈물이에요. 코치님이랑 경기가 잘 안 될 때, 잘될 때도 함께했죠. 박소영 코치와 마주치니 기분이 좋고 행복했어요. 울컥울컥하고 있었는데 코치님께서 안아주시니까 울음이 나왔어요.”

박소영 프로는 선수들에게 엄마 같고 언니 같은 존재였던 듯하다. KLPGA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를 앞두고 최혜진에게 해준 특별한 이야기가 있나 물어보았다.

“‘중간에 실수가 나오더라도 끝까지 너를 시험한다고 생각하고 네 플레이를 해’라고 마음을 가볍게 해주려고 했을 뿐이에요.”

그가 코치로 있던 시절 핫식스 이정은부터 이소영, 박민지, 최혜진, 박현경, 이가영, 조아연 등 유망주들이 대표팀을 거쳐갔다. 어떤 선수들이 골프를 잘할까?

“이정은은 ‘저를 도와주신 분들을 위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굳은 의지가 있었어요. 최혜진은 리듬과 템포가 정말 탁월한 선수예요. 조아연은 진천에서 체력 측정을 하면 외국 선수 같다는 이야기까지 들을 정도로 독보적이었어요. 이렇게 특징이 다른 선수들이지만 자기 할 일을 혼자 알아서 한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그리고 한 명이 저녁에 따로 연습하러 가면 이 친구들은 우르르 나가서 같이 했어요. 그렇게 노력의 경쟁도 대단했고요.”

박소영 프로는 172㎝의 키에 다른 신체조건도 뛰어난 선수였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매년 1승씩 3승을 했다. 그리고 2008년 은퇴했다.

“미련 없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후배들을 볼 때마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괴롭고 힘들어도 한번 지나가면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죠.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정말 모든 걸 쏟아붓고 싶어요.”

아쉬운 마음이자 어린 후배들에게 전하는 말 같다. 그는 레슨 솜씨도 좋다. “많은 분들이 연습할 시간이 없으시죠. 그래서 골프 중계 보실 때 가슴에 왼팔과 오른팔을 크로스하고 백스윙 동작부터 임팩트, 피니시까지 빈스윙 회전 연습을 하면서 보시라고 권해요. 그리고 클럽으로 연습할 때는 헤드 쪽을 거꾸로 잡고 그립에서 소리가 나게 피니시까지 휘둘러 보세요. 스윙이 중간에 끊어지지 않고 하나의 동작으로 이어지는 아주 좋은 훈련입니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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