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7일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에 위치한 웨이하이 포인트 호텔&골프 리조트에서 열린 ‘아시아나 항공 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우승한 이다연이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photo KLPGA
지난 7월 7일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에 위치한 웨이하이 포인트 호텔&골프 리조트에서 열린 ‘아시아나 항공 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우승한 이다연이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photo KLPGA

지난 7월 7일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의 웨이하이 포인트에서 막을 내린 아시아나항공여자오픈(총상금 7억원)은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판도가 ‘대세’ 최혜진의 1인 구도로만 흘러가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대회였다.

리더보드를 보면 4명만 언더파 스코어로 끝냈는데 이다연(-10), 조정민(-4), 최혜진(-3), 조아연(-1) 순이었다. 프로들 입에서 매일 “어렵다”는 소리가 끊이지 않은 난코스였는데 결국 실력파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변별력 있는 코스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대회에서 가장 돋보인 선수는 홀로 두 자릿수 언더파 스코어를 작성한 이다연이었다. 이다연은 자신이 출전한 2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3주 전인 6월 16일 한국여자오픈에서 이다연은 마지막 날 5타차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여자오픈에서 받은 상금 2억5000만원과 아시아나항공여자오픈에서 받은 상금 1억4000만원을 보태면서 시즌 상금 4억9938만원을 기록했다. 최혜진(7억2389만원)과 조정민(5억5467만원)에 이어 KLPGA 투어 상금 랭킹 3위에 오른 것이다.

올 시즌 29개 대회가 열리는 KLPGA 투어는 16개 대회가 끝나고 13개 대회가 남았다. 최혜진이 4승, 조정민과 이다연이 나란히 2승씩 거두고 있는데 이제부터 본격적인 경쟁 구도가 펼쳐진다고 보아도 될 듯하다. 2016년에 투어에 데뷔한 이다연은 2017년 팬텀클래식에서 데뷔 첫 승을 거둔 데 이어 지난해 5월 E1 채리티 오픈에서 통산 2승째를 기록했다.

키 157㎝로 비거리부문 40위(245야드)에 올라 ‘작은 거인’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다.

이다연을 주목하게 되는 것은 그가 난코스에 강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한국여자오픈과 아시아나항공여자오픈이 열린 두 코스는 페어웨이 폭이 좁은 곳은 15m밖에 안 되고 페어웨이를 지키지 못하면 깊은 러프나 갖가지 위험지역이 도사리고 있다. 여기서 그는 압도적인 실력을 발휘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에서 유달리 강한 브룩스 켑카와 흡사하다는 느낌이 들 만큼 극도로 단순한 마음가짐(마인드 세팅)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다연은 경기 때 ‘단 하나의 생각’만 한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저는 샷의 결과나 스코어는 생각하지 않아요. 임팩트 구간에서 상체와 하체의 위치에 대한 느낌만 생각합니다. 제가 샷이 잘 안 될 땐 몸이 뒤로 무너지는 자세가 있을 때입니다. 그것만 안 하면 만족한다는 자세로 경기를 해요.” 경기 전에는 체력 훈련 등 다양한 준비를 하는데 독특하게 유튜브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키가 크지 않으면서도 뛰어난 골퍼가 된 신지애와 이보미의 경기를 보며 자신도 마찬가지로 해낼 수 있다는 영감을 얻고 기술을 배운다고 한다. 요즘 즐겨 보는 주인공은 박인비이다. 그는 퍼팅을 약점으로 꼽는다. 박인비의 퍼팅 장면을 보면서 그린 위에서의 침착한 행동과 어떤 위치에서도 반드시 넣을 것 같은 믿음을 주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느낀다고 했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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