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0일 ‘ADT캡스 챔피언십 2019’ 우승 확정 후 안송이가 캐디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photo KLPGA
지난 11월 10일 ‘ADT캡스 챔피언십 2019’ 우승 확정 후 안송이가 캐디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photo KLPGA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안송이(29)를 응원했을까. 골프장에 몰려든 팬들과 자원봉사자, 식당 직원, TV 시청자들 중 상당수가 “저 친구가 우승했으면 좋겠어”라고 했다. “제가 좀 불쌍해 보여서 그런 게 아닐까요?”라며 안송이는 웃었다. 10년 쌓은 노력이 물거품으로 끝나지 말고 한 송이 꽃을 피워내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공감(共感)이 있었을 것이다. 그의 전화번호를 수소문해 연락한 이들까지 축하 메시지가 하루 400통 넘게 들어왔다. 답장하는 데 꼬박 사흘이 걸렸다고 한다.

안송이는 지난 11월 10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 컨트리클럽에서 끝난 KLPGA투어 올 시즌 최종전 ADT캡스 챔피언십에서 프로 데뷔 10년 차 237번째 도전 끝에 처음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236경기에서 5위 이내에 든 게 16차례이고 준우승이 3차례였다. 될 듯 될 듯 마지막 순간 무너지면서 쌓인 상처가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3년도 아니고 5년도 아니고 10년을 버텼을까.

안송이의 말이다. “이걸 장점이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지나간 일을 잘 잊어버린다. 10등 안에만 들어도 잘한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다들 높은 곳만 쳐다보지 않나. 그런 분위기에 있다 보면 우울해진다. 라운드 중에도 지난 홀은 지나간 것이라 생각한다. 잘 잊어버리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

하지만 심리적 중압감을 잘 이겨내지 못한다는 멘탈의 약점이 지적되곤 했다. 매년 무서운 신인들이 툭툭 튀어나오는 KLPGA투어에서 안송이는 10년간 시드를 유지했다. 그것만 해도 대단한 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우승만 없었지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왔다. 실망하지 않고 묵묵히 노력하는 이런 태도를 높게 본 KB금융그룹은 2011년부터 지금까지 안송이를 후원하고 있다.

극적 변화의 순간을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라고 한다. 10년 노력이 마침내 우승이라는 결실로 이어지는 결정적 순간이 있었다. 지난 7월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프로인 장서원을 캐디 겸 스윙코치로 영입했다. “오빠 같은 동생”이라고 했다. “우승권에 들면 몸이 바들바들 떨려서 스윙 제어가 되지 않을 정도였는데 가벼운 농담으로 잘 풀어준다. 그리고 스윙에서 힘을 빼는 법을 터득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프로 10년 만에 힘을 뺄 줄 알게 됐다는 이야기가 의외였다. 안송이는 이렇게 말했다. “늘 풀스윙으로 쳤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우승을 다투는 순간 잔뜩 힘이 들어가서 OB나 큰 실수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래서 하프스윙 연습을 시작했다. 백스윙 크기가 풀스윙이 12시라고 하면 10시 정도까지 가게 하는 스윙으로 공을 100개씩 쳤다. 거리는 10야드 정도 줄지만 공을 정확하게 맞힐 수 있었다. 그렇게 힘 빼는 법을 익히는 데 3개월이 걸렸다. 이번 우승은 큰 실수를 줄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주말골퍼 분들에게도 10시 스윙을 ‘강추’한다.”

또 하나 있다. 지난 7월 이소영 프로 추천으로 ‘미라클 모닝’이란 책을 읽고 오전 6시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스스로 운명을 통제한다! 나는 성공할 자격이 있다!’란 글귀를 읽고 하루를 시작하는 습관을 들였다. “2시간쯤 일찍 일어나니 생각보다 할 일이 많더라”고 했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