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에서 세계연합팀 단장으로 뛰어난 용병술을 펼친 어니 엘스가 부단장 최경주와 함께 활짝 웃고 있다. ⓒphoto 민수용 골프전문 사진작가
호주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에서 세계연합팀 단장으로 뛰어난 용병술을 펼친 어니 엘스가 부단장 최경주와 함께 활짝 웃고 있다. ⓒphoto 민수용 골프전문 사진작가

9년 전 제주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발렌타인챔피언십에서 어니 엘스(50·남아공)와 인터뷰를 하다 타이거 우즈(44·미국) 이야기가 나왔다. 당시 우즈는 성추문 스캔들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엘스는 우즈가 그런 줄 몰랐고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했다. 그의 더 큰 분노는 다른 곳을 향했다. “미국 언론이 미국 선수들 위주로 보도를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지나친 경우가 많았다. 우즈와 라이벌 관계에 있을 때 많은 미국 미디어가 내가 게으르기 때문에 매일 연습밖에 모르는 우즈에게 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나는 하루 2시간 연습하고 우즈는 8시간 연습한다고 분석한 곳도 있었다. 그랬던 그들은 이제 무엇이라고 말할 것인가?”

지난 12월 12일부터 나흘간 호주 멜버른의 로열멜버른 골프클럽에서 열렸던 미국팀과 세계연합팀(유럽 제외)의 골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에서 어니 엘스는 세계연합팀의 단장으로서 뛰어난 용병술을 발휘했다. 세계랭킹 20위 이내에 미국팀은 10명, 세계연합팀은 단 2명뿐이었다. 엘스는 두 명씩 팀을 이뤄 격돌하는 포볼(각자의 공으로 플레이하는 방식)과 포섬(하나의 공을 번갈아 치는 방식) 경기에서 12명 중 7명이 처음 프레지던츠컵을 치르는 세계연합팀 선수들을 적절히 배치해 미국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결국 단장 겸 선수로 직접 3승을 올린 타이거 우즈의 미국팀에 마지막 날 1 대 1 싱글매치플레이에서 무릎을 꿇었다.

대회가 끝나고 미국 골프닷컴은 양 팀 선수와 단장에 점수를 매겼다. 선수로는 미국팀의 타이거 우즈, 세계연합팀의 임성재 두 명이 A+를 받았다. 단장의 점수는 우즈가 B-, 엘스가 B+였다. 골프닷컴은 ‘팀이 응집력을 발휘하고 선수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비밀스러운 비법은 보답을 받았다. 승부를 접전으로 만든 것은 가장 큰 정신적 승리이다’라고 엘스를 평했다.

엘스는 다른 인터뷰에서 “대회를 주관하는 미국 PGA투어에서 대회가 독립해야 한다. 그래서 미국과 세계연합팀 양측이 어떤 갈등 과정을 겪더라도 더 박진감 있는 대회 형태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엘스는 전성기 시절 우즈의 그늘에 가려 ‘2인자’라 불렸지만 이번 프레지던츠컵을 통해 뛰어난 친화력과 골프에 대한 깊은 이해력을 보이며 ‘골프계의 큰 어른’이 될 가능성을 보였다. 세계연합팀에서 가장 큰 활약을 한 임성재는 엘스가 단장 추천선수 4명 가운데 가장 먼저 뽑은 선수였다. 그는 “임성재와 페블비치에서 사흘간 함께 경기를 해본 적이 있다. 태도와 성격, 열심히 배우려는 자세가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힘 하나 안 들이고 흐르는 물처럼 부드러운 그의 빅 이지(Big Easy) 스윙 비결을 들어본 적이 있다. “백스윙과 다운스윙 모두 천천히, 천천히(slow, slow) 해야 한다. 공은 천천히 칠수록 더 멀리 날아가게 돼 있다. 부드러운 리듬으로 정확한 타이밍을 잡는 자신만의 리듬을 만들면 골프는 언제나 즐겁다. 임팩트 때 스냅을 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비거리는 20~30야드 차이가 난다. 이 스냅의 감을 잊지 않기 위해 스윙 전에 두세 차례 왜글을 한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