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2일 열린 2019 프레지던츠컵에서 타이거 우즈가 버디를 넣고 기뻐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12월 12일 열린 2019 프레지던츠컵에서 타이거 우즈가 버디를 넣고 기뻐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12월 18일부터 사흘간 인공지능(AI) 한돌과의 은퇴 대국을 둔 이세돌을 보면서 바둑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생각하다가 골프, 그리고 2019년 기적처럼 부활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4·미국)에까지 생각이 미쳤다. 이세돌은 2016년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역사적인 인간의 패배’를 겪은 이후 바둑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바둑을 예술로 배웠다. 둘이서 만드는 하나의 작품인데 인공지능의 등장 이후 과연 그런 것이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이 고백이 그가 은퇴를 서두른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골프 로봇도 전 세계를 놀라게 하면서 등장했다. 2016년 2월 미국 PGA투어 피닉스 오픈 프로암 때 16번 홀(파3)에서 타이거 우즈의 본명 엘드릭 톤트 우즈(Eldrick tont woods)를 본떠 이름 붙인 골프 로봇 엘드릭(LDRIC)이 5번째 샷 만에 홀인원(Hole in one)을 기록한 것이다. 주말골퍼의 홀인원 확률은 1만2000분의 1, 프로골퍼의 홀인원 확률은 2500~3000분의 1로 알려져 있는데 로봇은 5번 만에 성공한 것이다. 이런 골프 로봇은 골프공과 클럽 테스트를 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여기에 코스의 특성을 파악하고 바람을 읽을 수 있게 하고 수많은 골퍼들의 샷과 대회 데이터를 프로그램으로 장착한다면 천하무적의 골프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다. 파4홀이나 파5홀 홀인원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타이거 우즈의 이름은 본뜰 수 있어도, 가장 높은 곳에서 끝 모를 추락을 하다 기사회생한 우즈의 드라마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것이다.

12월 들어 2019년 한 해를 결산하는 골프매체들마다 약속한 것처럼 우즈의 이름을 맨 위에 올린다. 골프다이제스트는 12월 24일 지난 10년간 열린 40개의 메이저대회 가운데 팬들의 기억에 남는 대회 10개를 추려 발표하면서 2019년 우즈가 우승한 2019 마스터스를 최고의 메이저로 꼽았다. 골프월드는 메이저 우승과 미국 PGA투어 통산 최다승 타이 기록인 82승을 기록한 우즈를 ‘올해의 뉴스 메이커 1위’로 선정하면서 “어떠한 의문점도 없었다”고 했다.

2019년의 우즈가 두드러지게 달라진 점 가운데 하나는 더 이상 완벽한 스윙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프로 데뷔 이후 부치 하먼, 행크 헤이니, 션 폴리, 크리스 코모(우즈는 코모를 스윙 컨설턴트라 불렀다) 등 4명의 코치와 함께 일했다. 그는 2등과 10타 이상 차이가 나는 경기를 하면서도 ‘더 완벽한 스윙’을 추구한 완벽주의자였다. 하지만 허리 부상으로 선수 생명이 중단될 위기를 맞은 2017년부터 스윙코치를 두지 않고 있다. 퍼팅코치는 있지만 풀스윙은 주니어 시절부터의 친구가 가끔씩 봐주는 정도다. 그래서 우즈의 최고 코치는 우즈 자신이란 말이 나온다. 우즈는 “예전 대회 영상을 많이 보면서 연구한다”고 했다.

이제 우즈는 더 이상 기계적인 완벽한 스윙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렇게 할 수도 없다. 두 아이 돌보느라 훈련량도 줄었다. 그런데 최근 프레지던츠컵에서 본 우즈는 편안한 스윙에 경기 운영도 더 원숙했다. 인간 우즈가 펼쳐내는 2020년의 드라마도 흥미진진할 것이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