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 선수회 대표 된 꽃미남 골퍼 홍순상 선수. ⓒphoto 와이드앵글
KPGA 선수회 대표 된 꽃미남 골퍼 홍순상 선수. ⓒphoto 와이드앵글

‘여자 골프의 왕국’ 대한민국에서 남자 골퍼로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 대회 수는 여자의 절반인 15개 안팎이고 우승 상금도 여자가 더 많은 경우가 수두룩하다. 안정적인 선수생활을 할 수 있는 후원사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이고 프로암도 여자 선수들에 비해 기회가 적다. 프로라고 해도 당장 생계를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아 언제 대회가 열릴지도 막막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선수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대변하는 역할을 하는 이가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코리안투어 선수회 대표다.

지난 4월 20일 투어 15년 차인 홍순상(39)이 코리안투어 시드권자 223명 중 169명이 참여한 온라인 투표에서 최경주(50)와 김형성(40)을 제치고 75.7%에 해당하는 128표를 얻어 신임 대표가 됐을 때 적지 않은 골프 관계자들이 놀랐다. 동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연습에 몰두하는 걸 좋아하는 그가 예상을 깨고 폭넓은 지지를 얻었기 때문이다.

홍순상은 “국내 투어에서 15년간 뛰면서 겪어본 남자 골프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힘을 보태라고 동료들이 응원해준 것 같다”며 “팬과 소통하고 함께하는 투어가 되도록 선수들의 의견을 모아가겠다”고 했다.

그는 올해까지 8년째 출전한 뉴질랜드 오픈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골프장에 아이들을 위한 큰 놀이터와 ‘골알못(골프를 잘 알지 못하는)’ 팬들을 위한 다양한 즐길거리까지 갖춰 가족 나들이와 데이트 장소가 된다고 한다. NBA(미 프로농구)처럼 하프타임에 팬들과 퀴즈 시간을 갖고 선물을 주는 이벤트 시간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는 “승부를 가리는 데만 너무 진지한 것보다는 폭넓은 사랑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동료들과 함께 찾아보겠다”고 했다.

신인 시절부터 모델을 했어도 성공했을 것이란 평을 듣던 이 ‘꽃미남 골퍼’는 여전히 잘나간다. 지난 1월 골프웨어 브랜드 와이드앵글은 그와 후원계약을 맺고 ‘홍순상 프로 라인’을 별도로 내놓았다. 나이키가 타이거 우즈의 이니셜을 딴 TW 라인을 운영하는 것처럼 홍순상의 이니셜을 딴 로고를 사용한 스페셜 라인이 생겼다.

그는 시즌이 막을 올리면 2승과 함께 KPGA투어 대상을 받았던 2011년처럼 해보겠다는 의욕에 차 있다. 그는 동네 뒷산을 열심히 오르내리고 체육관에서 땀 흘리며 연습장에선 될 때까지 샷을 가다듬는 돌쇠 스타일이다. 지나치게 많은 훈련량과 완벽주의 때문에 오히려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했다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하지만 그는 “실제 상황을 대비해 다양한 훈련을 하고 가면 어떤 상황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기운이 생긴다”고 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바른자세 척추운동을 배우면서 피로회복이 빨라졌다고 했다. 척추측만증으로 오래 고생했다고 한다.

그는 2011년 시즌을 앞두고 3개월 넘게 최경주와 함께 훈련하고 미 PGA투어의 월요예선에 참가하며 꿈을 키우던 추억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홍순상은 “골프는 때론 A4용지 반 장의 무게 차이를 느끼는 섬세함도 있어야 하고, 때론 철저히 감(感)을 믿고 대충 쳐야 할 때도 있다는 걸 요즘 깨닫고 있다”며 “언젠가 미국과 유럽 무대에서 뛰어보겠다는 꿈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