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3홀에서 티 높이를 적절히 조절하면 롱아이언으로도 쉽게 공을 띄울 수 있다. ⓒphoto 민학수의 올댓골프
파3홀에서 티 높이를 적절히 조절하면 롱아이언으로도 쉽게 공을 띄울 수 있다. ⓒphoto 민학수의 올댓골프

프로골퍼들은 골프 티(tee) 높이를 달리하면서 쉽게 구질과 탄도를 조절한다. 드라이버 티샷의 경우엔 티를 평소보다 높게 꽂으면 높은 탄도의 드로샷을 치기 수월하고, 티를 평소보다 낮게 꽂으면 낮은 탄도의 페이드샷을 만들기 쉽다. 드라이버의 경우 적절한 티 높이는 클럽 헤드 페이스의 맨 윗부분이 공의 중간부분에 올 정도라고 한다.

고탄도 드로 구질의 장타자로 꼽히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한국오픈에 출전했을 때 클럽 헤드 위로 공이 완전히 보일 정도로 티를 높게 꽂고는 330야드 이상 장타를 뿜어내 팬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주말골퍼에 비해 대부분의 프로골퍼는 티를 낮게 꽂고 치는 편이다. 티가 낮을수록 거리에선 손해를 보더라도 방향성이 좋기 때문이다. 이렇게 평범해 보이는 골프 티가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비거리를 늘려주거나 정확성을 높여주는 고급 장비로 활용될 수 있다.

파3홀에서도 마찬가지다. 김경태(34) 프로는 “7번 아이언 아래로는 티가 꽂혀 있는지 모를 정도로 티를 낮게 꽂는다”며 “롱아이언으로 갈수록 티 높이를 적절히 높여주면 공을 쉽게 띄울 수 있다”고 했다.

주말골퍼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샷 가운데 하나가 롱아이언샷이다. 클럽 로프트가 세워져 있기 때문에 공을 띄우려면 그에 상당한 헤드 스피드를 내야 하는데, 빠르게 클럽을 휘두르면서 공을 정확하게 맞히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김경태는 “티를 꽂고 롱아이언을 치면 힘 하나 안 들이고, 스윙 하나 안 고치고 공을 띄우거나 그린에 공을 세울 수 있다”고 했다. 그럼 롱아이언의 적절한 티 높이는? 김경태는 “5번 아이언 이상이면 공이 클럽 페이스의 중간 지점까지는 올라오는 게 좋다”며 “이렇게 하면 공을 쉽게 올려 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럼 쇼트아이언 때는 왜 티를 낮게 꽂으라는 걸까? 김경태는 “쇼트아이언은 다운블로로 쳐야 한다. 올려 칠 경우에는 클럽 페이스가 닫혀 맞거나 공을 두껍게 맞히기 쉽다”며 “티를 높게 꽂으면 탄도는 높일 수 있지만 거리감을 잃어버려 그린에 공을 올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쇼트아이언으로 공을 올려 치려다 클럽 헤드가 예상보다 더 뒤로 떨어지면서 뒤땅을 치는 경우도 나온다.

그럼 쇼트아이언으로 티샷을 할 때는 아예 페어웨이에서처럼 티를 꽂지 않고 치는 게 편하지 않을까?

이런 질문을 타이거 우즈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우즈는 “티를 꽂고 치면 자신이 원하는 라이(lie·볼이 놓인 상태)를 만들어서 치는 것과 같다”며 “티를 꽂지 않는 건 그 특권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코스는 있는 그대로’ ‘볼은 놓인 그대로’ 플레이하는 게 골프의 원칙이다.

골퍼가 자신이 원하는 라이를 만들어서 칠 수 있는 예외가 바로 18차례의 티샷이다. 티샷 100% 활용법을 익히면 그만큼 유리한 조건에서 골프를 치게 되는 것이다.

골프 티에도 길이와 디자인과 설계의 제한이 있다는 점은 알아두자. 골프 룰에는 ‘티는 4인치(101.6㎜)보다 길어선 안 되고, 플레이 선(線)을 표시하거나 볼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어선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주말골퍼들 가운데 ‘비거리 향상’ ‘슬라이스 방지’ 등의 홍보 문구를 내건 특수 제작 티를 쓰는 경우도 있는데 규칙을 적용하면 처음엔 2벌타를 받고 다음엔 실격 처리가 될 수 있다.

※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김경태의 실전 골프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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