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용지를 그립 굵기로 말아서 풀스윙을 해도 종이가 구겨지지 않을 정도로 쥐어야 한다. ⓒphoto 민학수의 올댓골프
A4용지를 그립 굵기로 말아서 풀스윙을 해도 종이가 구겨지지 않을 정도로 쥐어야 한다. ⓒphoto 민학수의 올댓골프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스윙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골퍼를 꼽으라면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21승을 거둔 박인비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백스윙 때 코킹을 거의 하지 않아(손목이 짧은 편이어서 잘 안된다고 한다) 클럽을 가파르게 추어올리는 독특한 스윙을 하지만 ‘부드러움’만 따지면 최고의 본보기다. 임진한 ㈜에이지슈터 대표는 “박인비 프로는 힘 빼고 부드럽게 헤드 무게를 느끼면서 공을 정확하게 맞히기 때문에 일관성이 아주 높다. 스윙 스피드 대비 비거리도 제대로 나오고 방향성이 뛰어난 이상적인 스윙이다. 부드럽고 여유 있는 박인비의 스윙 템포를 따라 하면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라고 높게 평가한다.

이런 박인비가 자신의 스윙 비결 3가지를 꼽았던 적이 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그립 압력이다. 박인비는 “그립을 평소보다 약하게 잡는다고 생각만 해도 다른 근육에 힘이 많이 빠지고 몸이 부드러워진다. 나도 시합 전에 ‘내가 그립을 강하게 잡고 있지는 않나’라는 생각을 꼭 한다. 거리 욕심은 그립 압력으로 바로 알 수 있다”고 한다.

두 번째는 ‘척추 각 유지’다. 보통 어드레스와 백스윙 톱까지는 등 각도를 유지하다가 다운스윙 때 세게 치려는 마음에 일어서거나 반대로 굽혀지는 주말골퍼들이 많은데 여기서도 힘을 빼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박인비는 “팔이나 손이 아니라 등과 허리 쪽 큰 근육의 움직임에 집중하면 다른 작은 근육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아, 축은 견고해지면서 다른 부분은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피니시 자세다. 박인비는 “스윙이 잘되는 날을 떠올려 보면 피니시 때 편안하다. 피니시 자세에서 손에 힘이 많이 남아 있다면 임팩트 때 볼에 힘을 다 쓰지 못한 것이다. 헤드를 앞으로 던진다는 설명을 많이 하는데 피니시를 던지기보다 간단하게 어깨로 넘긴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인비의 스윙 비결 3가지를 살펴보면 모두 힘 빼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힘이 적당한 것일까?

임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프로골퍼는 공을 멀리 치려고 생각하면 오히려 그립을 더 부드럽게 쥔다. 손목을 부드럽게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손에 힘이 들어가면 팔과 어깨에도 잔뜩 힘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클럽이 손안에서 논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만 부드럽게 쥐고 클럽을 빙빙 돌려보면 헤드 무게가 느껴질 것이다. 그 정도의 힘이면 충분하다.” 집이나 사무실에서 간단히 연습하는 방법도 있다. A4용지를 그립 굵기로 말아서 풀스윙하면 그립을 쥐는 힘이 적정한지 확인할 수 있다. 용지가 구겨지지 않게 풀스윙하면서 헤드 무게를 느끼는 스윙 연습을 하는 것이다. 용지가 구겨지면 힘을 빼지 못한 스윙이다.

그립의 굵기가 자신에게 맞는지도 확인해봐야 한다. 그립을 손가락이 아니라 손바닥으로 잡으면 부드럽게 쥘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골프 클럽을 선택하거나 피팅을 받을 때 그립 사이즈가 맞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손바닥에 굳은살이 생기거나 장갑이 빨리 닳는 이유도 그립 사이즈와 관련이 있다.

임 대표는 “밥상에서 수저를 흔들다가 헤드 무게를 느끼는 감을 잡고 슬리퍼 차림으로 연습장으로 달려온 분도 있었다”며 “그립을 힘 빼고 부드럽게 쥐는 게 골프 스윙의 시작이자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임진한의 매직 골프’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