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 세 손가락과 오른손의 두 손가락으로 그립을 쥐면서 양손 사이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 ⓒphoto 민학수의 올댓골프
왼손 세 손가락과 오른손의 두 손가락으로 그립을 쥐면서 양손 사이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 ⓒphoto 민학수의 올댓골프

“지난주 말씀드린 대로 타이거 우즈가 9개의 구질로 다양한 샷을 날릴 수 있는 것은 워낙 그립이 견고하고 좋기 때문입니다.”

최경주는 ‘그립 전도사’라 해도 좋을 만큼 골프를 잘하기 위해서는 그립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빼놓지 않고 한다. 그는 전남 완도 수산고등학교 기계과를 다녔다. 기계에 대해서는 약간의 지식이 있다고 자부하는 최경주는 그립을 축과 베어링에 비유했다.

“기계가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만 있으면 됩니다. 축과 베어링만 있으면 돌아가죠. 물론 기어나 다른 부속도 필요하지만, 핵심은 축과 베어링이죠. 우리 신체와 비교해 보면 몸을 축이라고 볼 때 그립은 베어링입니다. 클럽을 돌려주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죠.”

그가 완도에서 책으로 골프를 익히던 까까머리 시절, 그는 그립의 종류에는 인터로킹, 오버래핑, 베이스볼 정도가 있다는 것만 알았지 사실 정확한 방법은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선배 중 한 분인 유남종 프로가 오더니 “어, 너 좀 치네. 근데 그립을 그렇게 잡으면 안 돼. 이리 와 봐” 하면서 그립을 잡아주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너, 이 그립 잘못 잡으면 다음 달에 왔을 때 레슨 안 해 줄 거야”라고 했다.

최경주는 그걸 잊지 않기 위해 잠을 잘 때도 그립을 풀지 않았고, 나중에는 손이 저려서 안 펴질 정도였다고 한다.

경제도 펀더멘털이 약하면 무너진다. 골프의 펀더멘털 중 가장 중요한 요소가 그립이다. 그립을 제대로 잡을 줄 모르면 골프가 늘지 않고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프로골퍼도 그립이 부실하면 일찍 한계에 부닥친다.

이렇게 중요한 그립은 첫째, 공간이 없어야 한다. 둘째, 견고하게 잡아야 한다. 세 번째는 예뻐야 한다. 최경주는 “그립을 잡았는데 살쪄 보이면 안 됩니다. 속이 비어 있으면 그립이 조금 뚱뚱하게 보이죠”라며 “그립만 봐도 구질을 알 수 있어요. 들어갈 데 들어가고, 나올 데 나와야죠”라며 웃었다.

그립 안이 비어 있는, 소위 ‘뚱뚱한 그립’은 임팩트 순간 클럽이 돌고, 공이 왼쪽으로 가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오른손 중지와 약지로 그립을 걸고 손바닥을 밀착해야 한다.

그립이 견고하지 않으면 샷을 하는 도중 그립이 흔들리기 때문에 정확하게 공을 때릴 수가 없다. 흔히 ‘그립이 논다’라는 표현을 쓰는데 모두 그립이 견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립의 힘을 빼라는 말을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힘이 그립에 잔뜩 들어가서는 골프를 제대로 칠 수 없지만, 그립은 물샐틈없이 견고하게 잡아야 한다.

반대로 우리 몸과 분리되는 손목의 힘은 빼야 한다. 그래야 스피드를 낼 수 있고 공도 똑바로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제대로 그립을 잡을 줄 모르면 연습과 실전의 샷이 달라진다. 연습 때는 똑바로 보내기 위해서 살살 치지만 제거리를 내야 하는 실전에 가면 ‘그립이 놀면서’ 공이 이상한 곳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최경주는 “축과 베어링의 관계를 상상하시고, 손목의 힘은 뺀 상태에서 그립은 견고하게 잡는 연습을 평소에 자주 해 보세요”라고 권했다.

날씬하고 빈틈없는 그립은 공을 예쁘게 날려주고 골프의 기초도 튼튼히 쌓아준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최경주의 스페셜 레슨’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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