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훈이 지난 5월 13일(현지시각) 미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AT&T 바이런 넬슨  첫날 1번 홀에서 티샷 후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photo 뉴시스
강성훈이 지난 5월 13일(현지시각) 미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AT&T 바이런 넬슨 첫날 1번 홀에서 티샷 후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photo 뉴시스

최경주(51)는 한국 후배들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우승을 거둘 때마다 진심 어린 축하와 조언을 한다. 한국 선수로는 처음 미국 투어에 건너가 세 번째 시즌인 2002년 첫승을 거두기까지 그에게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어려움이 있었다. 그걸 이겨내고 우승했을 때의 감격이 지금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후배들의 우승 중에서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가 2019년 5월 강성훈(33)이 PGA투어 AT&T 바이런 넬슨에서 데뷔 159번째 대회 만에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을 때라고 한다.

강성훈은 당시 마지막 라운드를 하루 앞두고 최경주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했다. 몇 차례 최종일 선두에 나섰다가 역전패한 아픈 경험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아서라고 했다. 최경주는 “그 위치에 있는 모든 선수는 우승할 수 있는 실력을 갖고 있다. 그건 곧 너 역시 우승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니 네 실력을 의심하지 말고 믿고 경기하라”며 “네 공만 쳐라. 그러면 그들이 알아서 무너진다. 너 스스로 딱 서 있으면 된다”고 조언했다.

강성훈은 우승 소감으로 “최경주 프로님의 이야기를 듣고 불안감이 사라졌다. 마지막 날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뭉클하다는 최경주는 “강성훈에게 장타 치는 방법을 물어보면 ‘무조건 몸을 많이 꼬면 된다’고만 할 뿐 비결을 이야기해주지 않는다”며 웃었다. 강성훈은 크지 않은 체구(173㎝·77㎏)지만 마음먹고 때리면 330야드 장타를 날린다.

강성훈은 2006년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서 뛰던 당시 280야드의 드라이버 샷을 날렸다. 2009년 미국에서 만난 새 코치에게 몸통 회전의 중요성과 방법을 배운 뒤에 팔로만 치던 것에 비해 비거리가 35야드 늘어난 315야드가 됐다. 그리고 2015년 또 한 번 코치를 바꾸었는데 몸의 힘을 최대한 볼에 전달하는 과학적인 스윙 방법을 배웠다. 강성훈은 드라이버의 경우 공을 5~6도 올려치는 상향 타격을 해 공의 발사각도가 14.5도가 되도록 한다. 이 각도로 공을 정확하게 스위트 스폿에 맞힐 경우 스핀양은 2100rpm 정도를 유지하게 된다. 공이 완만한 곡선을 그리면서 멀리멀리 날아간다. 이렇게 공의 탄도와 스핀양을 조절할 수 있게 되면서 15야드를 더 늘릴 수 있었다고 한다.

최경주는 강성훈이 갈수록 더 좋은 선수가 되는 원동력이 ‘자기 절제’에 있다고 했다. “성훈이는 우승 다음 날에도 오전 6시에 트레이너를 만나 계획된 훈련을 소화했어요. 그 전날 우승했으니까 파티, 뭐 이런 거 할 수 있죠. 그런데 훈련 일정이 어그러지면 안 돼요.”

최경주는 이렇게 말했다. “성훈이가 비거리 50야드를 늘린 것은 훈련 방법도 좋지만 전체적인 몸의 유연성과 근력이 좋고, 절제력이 뛰어나서 훈련 성과가 빨리 이뤄지는 거예요. 거기에 자기만의 독특한 필링으로 치는 거죠.”

최경주는 “같은 시간을 해도 집중력 높은 훈련을 해야 한다”며 “목표가 없는 사람은 침대에서 늦게 내려온다. 운동선수가 늦잠을 자는 건 무조건 가는(망하는) 길이다. 부지런하고, 일찍 자고, 잘 먹어야 한다. 강성훈이 그렇다. 그래서 PGA투어에서 살아남는 것”이라고 했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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