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는 불안과 부담은 다른 것이며 불안을 없애는 방법은 훈련밖에 없다고 했다. ⓒphoto PGA투어
최경주는 불안과 부담은 다른 것이며 불안을 없애는 방법은 훈련밖에 없다고 했다. ⓒphoto PGA투어

1930년 4대 메이저대회를 한 해에 석권한 미국의 보비 존스는 “골프는 두 귀 사이 5인치 코스, 즉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경기다”라고 설파했다. 골프가 자신감의 게임이라는 점을 역설한 것이다. 골프의 전설들은 이렇게 골프 게임의 본질을 스윙이 아닌 멘탈에서 찾았다.

잭 니클라우스의 코치였던 짐 플릭(미국)은 “골프는 90%가 멘탈이다. 그 나머지 10%도 멘탈이다”라고 말했다. 메이저대회 최다승인 18승을 거둔 니클라우스는 “자신감을 얻기 위해서는 수백 번의 좋은 샷(good shot)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자신감을 잃는 데는 단 한 번의 나쁜 샷(bad shot)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멘탈은 그만큼 흔들리기 쉬운 것이다.

최경주도 ‘강철 멘탈’을 지닌 선수다. 그는 중학교 때까지 역도를 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다. 어른들이 준 채를 하나씩 모아 클럽을 구성했다. 니클라우스가 쓴 책을 보며 맨땅이나 모래사장에서 연습한 ‘독학 골퍼’였다. 키도 크지 않은 그가 한국 선수로는 처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진출해 8승을 거두고 세계 랭킹 5위까지 올랐던 원동력은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뭐든 해볼 수 있는 데까지 다 해보자”는 무식한 훈련 덕분이다.

최경주는 멘탈에서 가장 중요한 게 부담과 불안을 구별하는 것이라고 했다.

“어떤 목표를 이루고 싶다는 부담감은 저도 많이 느낍니다. 그런데 불안은 완전 다른 얘기입니다. ‘내 공이 자꾸 왼쪽으로 가는데, 나 자꾸 뒤땅 나는데, 벙커에 가면 톱볼이 나는데…’. 이런 걸 불안이라고 합니다. 선수가 경기 중 과연 이 공이 어디로 갈까 하는 불안을 갖고 공을 친다면 첫 홀부터 마음 편하게 스윙할 수 있는 선수는 없을 거예요.”

그가 불안을 없애는 방법은 단순하다. 기본을 다지고 그다음엔 이론이나 불안에 휘둘리지 말고 자연스러운 몸의 감각에 맡기는 것이다. 그의 말이다.

“우리가 어드레스를 할 때 그립을 그냥 편하게 쥐고 그 상태에서 나름대로 스윙을 하면 되는데, 왜 그립을 쥐고 나서 생각을 합니까? 우리가 걸을 때 ‘왼발 먼저 갈까, 오른발 먼저 갈까’ 하고 고민하면서 걷지는 않습니다. 먼저 준비된 순서대로 가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불안은 자신도 모르게 자라난다.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순간 의심이 피어오른다. “훈련이 안 돼 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불안해지고, 그 불안감은 조바심으로 이어집니다. 조바심이 나면 급해지기 마련이고요. 여유롭게 해도 괜찮은데 괜히 스스로 들볶는 거죠. 그러면 스윙이 빨라지고 결국 뒤땅 아니면 훅이 납니다.” 손목이 조금 빨리 풀리면 뒤땅, 제때 안 풀리면 훅이 난다는 설명이다.

그는 멘탈은 훈련 외에는 강해질 수 없다고 믿는다. 최경주는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예를 들었다. “오거스타 내셔널의 유리알 그린에선 아무도 퍼팅 라인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없어요. 눈에 보이는 것과 실제 공이 굴러가는 게 달라요. 그런데 타이거 우즈나 필 미켈슨이 그린 재킷을 많이 입는 이유가 있어요. 재능도 탁월했지만, 우즈와 미켈슨은 오거스타 그린의 거의 모든 곳에서 공을 굴려보며 연습한 사람들입니다. 해봤으니까 결정적인 순간 자신 있게 하는 거예요. 불안은 그렇게 해소되는 겁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최경주의 스페셜 레슨’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민학수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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