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TPC 소그래스에서 열린 미 PGA투어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최경주와 그의 스토리를 삽화와 함께 정리한 그림이 클럽하우스에 보관돼 있다. ⓒphoto 민학수
2011년 TPC 소그래스에서 열린 미 PGA투어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최경주와 그의 스토리를 삽화와 함께 정리한 그림이 클럽하우스에 보관돼 있다. ⓒphoto 민학수

최경주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첫해인 2000년 플로리다의 잭슨빌에 살면서 TPC 소그래스의 스타디움 코스에서 정기적으로 연습 라운드를 했다.

그는 “TPC 소그래스에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한 선수의 국기가 1년 동안 걸려 있는 것을 보고, 나는 종종 그 자리에 태극기가 걸려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텍사스 휴스턴으로 이사를 한 후에도 종종 TPC 소그래스로 연습을 하러 갔고, 그때마다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고 했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미 PGA투어가 직접 주관하는 대회로 세계랭킹 등에 따라 정상급 골퍼 144명이 출전하는 특급 대회다. 1974년 창설돼 1982년부터 TPC 소그래스 스타디움 코스(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에서 열리고 있다. TPC는 ‘투어 선수들의 클럽(Tournament Players Club)’이란 뜻이다.

최경주는 결국 2011년 ‘제5의 메이저’라 불리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연장 접전 끝에 데이비드 톰스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그가 PGA투어에서 거둔 8승 가운데 8번째 우승이었다.

TPC 소그래스는 골프 코스 설계의 거장 피트 다이(1925~2020)가 남긴 명작이다. 처음부터 토너먼트를 위해 만들어진 코스로 선수들의 미세한 실력 차이를 테스트하기 위해 벙커와 해저드가 곳곳에 산재해 있고 좁은 페어웨이, 거친 러프 등 도전적인 요소를 다양하게 앉혔다. 매번 홀의 방향이 바뀌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1982년 이곳에서 처음으로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이 열렸을 때 선수들은 너무 가혹한 코스라며 “악의 화신 다스 베이더가 설계한 스타워즈 골프 같다”고 악평했다. 하지만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는 “다이의 코스는 어렵지만 하나하나 다 어려운 이유가 있다”고 높게 평가했다.

TPC 소그래스의 시그너처 홀은 17번 홀(파3)이다. 137야드에 불과해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라면 피칭 웨지로 공략할 수 있다. 하지만 매년 수많은 선수가 이 홀에서 좌절하곤 한다. 사방이 물에 둘러싸여 있어 바람의 세기와 방향이 수시로 변하는 데다 그린이 딱딱해 공이 그린에 떨어지고 나서도 물에 빠져버리기 일쑤다. 세계 골퍼들이 꼭 치고 싶어 하는 순례 코스 중 하나로 매년 약 10만개의 공이 ‘물의 제물’이 된다.

최경주는 “우승 당시 17번 홀에서 버디를 잡았고, 이 홀에서 열린 연장 승부에서도 톰스가 짧은 파 퍼트를 놓치면서 나에게 기회가 왔고, 마지막 퍼트를 집어넣으며 연장 승부에서 승리를 거두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을 통해 다시 한번 PGA투어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비거리보다는 샷의 정확성과 경기 운영 능력에서 승부가 갈리기 때문에 파워가 떨어져도 젊은 선수들과 경쟁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50세 이상이 출전하는 PGA 챔피언스투어의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정규 투어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도 출전권이 주어지는데 그 기회를 보고 있다.

최경주는 “처음 PGA 투어에 진출했을 때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미국에서 선수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며 “‘최경주는 언제나 꿈을 향해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야’라고 불러주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최경주의 스페셜 레슨’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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