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 퍼팅일수록 그립의 힘을 더 빼고 더 느린 템포로 손맛을 느낀다는 생각으로 부드럽게 한다. ⓒphoto 민학수올댓골프
롱 퍼팅일수록 그립의 힘을 더 빼고 더 느린 템포로 손맛을 느낀다는 생각으로 부드럽게 한다. ⓒphoto 민학수올댓골프

골프 초보 시절 자주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가 “공을 멀리 보내고 싶을수록 부드럽게 쳐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알쏭달쏭한 선문답(禪問答) 같았지만, 고수일수록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래도 본능은 그 이야기를 진짜라고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 같다. 드라이버 샷을 10m 더 보내야겠다는 생각만 해도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 잘 맞으면 가끔 10m 정도 더 나가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대부분 용을 쓴 것에 비해 그 효과는 미흡했다. 강욱순 원장(강욱순골프아카데미)은 “롱 퍼팅 훈련을 통해 부드러울수록 더 힘을 쓸 수 있다는 골프의 역설을 몸으로 깨닫는 경험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강 원장은 퍼팅을 쇼트 퍼팅과 미들 퍼팅, 롱 퍼팅 등 세 가지로 나누어 공략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각기 다른 생각과 방법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 원장의 설명이다. “퍼팅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크게 다르지만, 평지를 기준으로 3m 이내 쇼트 퍼팅, 5m 전후 미들 퍼팅, 10m 이상 롱 퍼팅 등으로 나누어 그립의 세기부터 목표까지 다른 원칙을 갖고 해야 합니다. 쇼트 퍼트는 반드시 넣겠다는 생각으로 그립을 견고하게 잡고 홀 뒷벽을 맞힌다는 자신감으로 합니다. 미들 퍼트는 넣을 수 있으면 좋지만 무리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합니다. 그립의 힘을 빼고 홀까지 중간 지점의 경사를 잘 파악하고 퍼팅을 합니다. 롱 퍼트는 목표가 홀이 아닙니다. 30㎝ 이내에 붙여 투 퍼트로 마무리한다는 생각으로 퍼팅을 해야 합니다. 그립뿐만 아니라 온몸의 힘을 빼고 천천히 부드럽게 스트로크합니다.”

강 원장은 “프로는 일단 그린에 공을 올리면 2퍼트로 홀아웃하는 ‘래그 퍼팅(lag putting)’을 기본 공식으로 합니다”라고 말했다.

래그 퍼팅의 사전적 의미는 한 번에 넣기에는 너무 멀어서 최대한 홀 가깝게 붙이려는 퍼팅을 말한다. 여기서 멀고 짧고는 단순한 거리가 아닌 그린의 오르막 내리막 및 좌우 경사가 어느 정도인지를 합산해서 계산하는 ‘체감 거리’다. 래그 퍼팅의 달인이 되려면 우선 첫 번째 스트로크를 핀 근처 오케이 지점까지 보내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강 원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그린에서 공은 홀의 1m 지점까지 굴렀을 때부터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처음엔 스트로크 때 힘으로 브레이크의 영향을 덜 받지만 핀 근처로 갈수록 중력의 힘에 좌우되며 경사를 타기 시작합니다. 홀 1m 지점부터 공의 구름이 어떻게 될지 상상하고 이를 먼 거리 퍼트에 반영하는 게 래그 퍼팅의 성공 여부를 좌우합니다.”

래그 퍼팅에 좋은 연습 방법이 있다. 연습그린에서 1m 간격으로 볼을 서너 개 놓아둔 다음 한 번씩 스트로크하는 것이다. 거리별로 홀 주변의 공 구름을 익히게 된다.

강 원장은 “아마추어 골퍼는 기계적으로 퍼트하려고 하기 때문에 거리와 방향 조절에 실패한다”며 “농구선수가 슛을 할 때를 생각해보자”고 했다.

농구선수는 골대를 보면서 던지지 손을 보면서 던지지 않는다. 그때의 거리감은 눈과 손의 감각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퍼팅에서는 거리가 멀수록 손목의 힘을 빼고 부드럽게 그립을 잡고 어깨 힘을 빼고 친다. 몸의 감각을 살린다는 생각으로 스트로크한다. 롱 퍼팅을 잘하려면 퍼팅 때 손맛을 느낀다는 생각으로 여유를 갖는 게 관건이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강욱순의 왼발골프’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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