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퍼팅 루틴이 있으면 퍼팅 시간이 더 짧아지고 자신감이 붙는다. 퍼팅 라인을 읽으면서 미리 스트로크의 크기와 세기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photo 민학수올댓골프
나만의 퍼팅 루틴이 있으면 퍼팅 시간이 더 짧아지고 자신감이 붙는다. 퍼팅 라인을 읽으면서 미리 스트로크의 크기와 세기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photo 민학수올댓골프

스포츠에서 루틴(routine)은 운동선수들이 최고의 운동 수행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하는 동작이나 절차를 말한다. 정보통신 분야에서 사용하는 루틴의 의미와도 일맥상통한다. 특정한 작업을 실행하기 위한 일련의 명령이나 프로그램의 일부 혹은 전부를 이르는 경우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해도 좋고 안 해도 그만인 의미 없는 동작이나 징크스와는 다른 맥락의 개념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골프는 불안한 스포츠다. 공을 치는 순간의 미세한 각도 차이로 드라이버 샷이 OB가 나 처음부터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고, 가까운 거리 퍼팅인데도 1㎝ 차이로 빗나가 1타를 잃을 수도 있다. 그래서 루틴이 중요한 것이다. 강욱순 원장(강욱순골프아카데미)은 “골프에서 딱 두 가지만 지키면 자신 있게 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 그 두 가지가 바로 리듬과 루틴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강 원장의 설명이다. “어떤 그린 컨디션이나 거리에서도 기복 없이 퍼팅하려면 항상 일정한 리듬과 루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든 샷이 다 그렇지만 직경 108㎜의 홀컵이라는 작은 목표를 공략해야 하는 퍼팅에서는 긴장하지 않고, 자신 있게 홀컵을 노릴 수 있는 감각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프로골퍼 강욱순의 퍼팅 루틴’은 어떨까?

① 그린에 오르기 전 큰 경사를 읽는다. 그린은 링이다. 복서가 링 안으로 들어설 때 눈빛을 빛내며 전의를 불태우듯 그린에 들어설 때 집중력을 높여야 한다. 그린에 오르면 오히려 그린 전체의 경사를 읽기 힘들다. 퍼팅은 그린에 오르기 전 전체 경사를 읽는 것부터 시작된다.

② 낮은 지역의 퍼팅 라인을 먼저 본다. 그린에 올라온 뒤에는 홀컵으로부터 낮은 지역의 퍼팅 라인을 먼저 관찰한다. 오르막인지 내리막인지를 먼저 파악해야 퍼팅 스트로크의 강도를 가늠할 수 있다.

③ 홀컵 주변을 자세히 살핀다. 늘 다양한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미세한 디보트(잔디의 팬 자국)가 있을 수도 있고, 다른 이들이 밟고 간 스파이크 자국이 있을 수도 있다. 그린 잔디의 누운 모양이 역결이냐, 순결이냐에 따라 스트로크 강도를 달리해야 한다. 1~2m 거리의 짧은 퍼팅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④ 홀컵 뒤쪽에서 라인을 살펴본다. 홀컵에서 공까지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미지는 정확한 퍼팅에 도움이 된다. 특히 롱 퍼팅에서 홀컵 주변으로 오면서 공이 어떻게 휠지를 살펴보지 않으면 자칫 3퍼트를 하게 된다.

⑤ 홀컵 앞쪽에서 최종 라인을 결정한다. 그린의 전체 경사, 낮은 지역, 홀컵 주변, 홀컵 뒤쪽을 살펴보고 난 뒤 실제 퍼팅 라인을 최종 점검한다. 공이 퍼팅 라인을 따라 굴러가는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리며 그린의 경사와 속도를 신중하게 마음속으로 되새긴다.

강 원장은 “이렇게 꼼꼼히 퍼팅 라인을 살펴보면 늑장 플레이가 되지 않느냐고 걱정하실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오히려 퍼팅할 때 머뭇거리며 시간을 끌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렇게 퍼팅 라인을 읽고 난 뒤에는 자신 있게 간결하게 퍼팅하는 습관을 들인다.

① 왼쪽 손등과 퍼터 헤드 페이스가 같은 방향을 향하도록 그립을 쥔다. ② 발의 위치를 잡는다. ③ 헤드를 홀과 나란히 연장선에 맞춘다는 느낌으로 어드레스한다. ④ 스트로크한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강욱순의 왼발골프’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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